화단에서 웅크리고 있던 채로 구조된 '감자'의 치료기를 공유합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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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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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서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감자이야기



<발견 당시>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등을 구부정하게 웅크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를 발견하였습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갈 기력이 없을 정도로 허약한 상태였음. 도망가는 것이 힘들어 보이듯 몇 걸음 떼지 못하였고, 뒷발이 엉거주춤 땅에 대지 못하는 상태로 분명히 하반신이 불편한 듯 보였습니다. 

저와 함께 살고 있는 동생이 집에서 고양이 간식 캔과 츄르, 물을 가져오고 나는 고양이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음식을 주자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아 한동안 굶주렸던 것 같습니다. 얼굴에도 상처투성이에 코도 까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다리와 몸 곳곳에도 털이 뽑히고 상처가 있었습니다. 사고인지 고양이끼리의 싸움인지 알 수가 없었고 일단 아파트 1층 화단 구석에 스티로폼 그릇에 물을 주고, 고양이를 두 손으로 옮겨서 사람의 손길이 닿기 힘든 구석으로 밀어 주고 웅크리고 쉬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구조 과정>

고양이 걱정으로 밤새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출근길에 물과 사료를 들고 다시 그 화단 구석으로 가니 그대로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이로 보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확실해 보였고 물과 사료를 주니 배가 고팠는지 사람에 대한 경계 없이 허겁지겁 먹었고, 출근시간으로 인해 고양이를 남겨두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회사에서 걱정이 되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살펴봐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지인이 가보니 고양이는 그 자리에 있다 하였고, 고양이 캔 간식과 물만 주고 일단 돌아왔습니다. 퇴근길에 고양이 있는 곳에 가보니 구석에 웅크린 채로 그대로 있었습니다. 집에서 감자박스에 구멍을 내고 목장갑 두 개를 겹쳐 끼고 고양이 구조를 시도하였습니다. 다행히 고양이는 사료를 주자 사료를 먹기 시작, 그 틈에 목덜미를 잡아 감자 박스 안에 고양이를 구조하였습니다.

아파트 단지 바로 건녀편 작은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우선 의사 선생님의 손으로 몸 곳곳을 진단하였습니다. 고양이가 아픈 티를 내지 않아 엑스레이 촬영을 했고 엑스레이 소견상 골반 골절이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곳 병원은 작아서 CT나 MRI의 장비가 없고, 골반 골절 수술이 불가능하다 하여 2차 병원인 큰 병원으로 가 진찰을 받을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 의견이, 뼈 조각이 깨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뼈가 장기를 찌르면 사망할 수도 있으니 정밀 검진을 받고 골절 수술을 하는 것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우선 집에 데려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작은방에 상자에 담요를 넣고 덮어주어 집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닭가슴살을 삶아 주고, 닭가슴살 삶은 물을 충분히 주도록 하였고 별도로 화장실 모래를 사서 박스에 담아 방 한구석에 마련해 주었습니다.

골반 골절이라 배변에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두 번의 대변과 두 번의 소변을 무리 없이 배설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다리 쪽에 피부가 까진 상처가 여러 개 있고, 몸 중간중간 털도 뽑힌 흔적이 있었습니다. 귀에 진드기가 있는지 연신 귀를 긁어댔고, 귀에서 검정색의 벌게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걱정과 다르게 다행히 잘 먹고, 잠도 푹 자기도 하였습니다. 사람이 보이면 울어대나 몸에 힘이 없는지 많은 시간 상자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쉬게 해주었습니다. 



<치료과정>

다음날 2차 동물병원으로 이동하여 엑스레이와 초음파, 혈액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골반 골절에 의한 탈구로 진단을 받았고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 또한 진단을 받았는데 우선은 가장 시급한 골반 골절부터 치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틀어진 뼈가 고착화 되어 수술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다음날 바로 수술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틀어진 골반 뼈를 교정하여 척추에 2개의 핀을 박는 수술로 등쪽으로 절개를 하여 골반 뼈에 접근하기로 하고 다음날 수술을 마쳤습니다.



수의사 선생님 소견상, 생각보다 골절된 지 시간이 좀 흘러서 예상보다 골반 뼈가 틀어진 상태로 고착화 되었다고 하였고 다시 개복하여 엉겨 붙은 뼈를 쪼개어내고 다시 등 쪽으로 열어서 골반 양쪽 뼈에 핀을 받아 척추에 고정하는 추가 수술이 불가피 하다고 하셨습니다.

수술 후 면회 시간에 방문하여 본 감자는 마취약의 기운 때문인지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열감도 다소 있고 한 차례 설사를 했다고 병원에서 알려주셨습니다.



다음날 오후 다시 힘겨운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배를 열어 엉겨 붙은 뼈를 분리하고 다시 등 쪽 어제 절개한 쪽과 반대쪽을 열어 골반을 교정하는 두 개의 핀을 척추에 고정하였고, 다행히 수술은 잘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걷는지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수술 하면서 중성화 수술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수술 직후의 감자는 기력이 없어보였으나, 저녁시간 2차 면회 때 만난 감자는 예전처럼 잘 울어대고 준비한 간식도 모두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회복이 잘되고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하체는 아직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고, 열감이 있어 케이지 안에 아이스 팩을 넣어주었습니다. 



수술 후 면회1일차

감자를 보기 위해 동물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삶은 닭가슴살과 황태, 이를 삶은 물을 준비해 감자 면회 및 담당선생님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밥도 잘 먹고, 대소변도 잘 가리는 상황으로 예후가 좋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약간의 미열이 있는 상태라 케이지 안에 아이스팩을 대준 상태라고 하셨고, 장애 없이 잘 걷는지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바이러스 관련해서는 현재 몸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으므로 차차 회복하면서 지켜보면 된다고 하셨고 면회 때 준비해간 닭가슴살, 황태살과 이를 삶은 국물을 아주 잘 먹었습니다. 아직 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나 두 발로 서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아직까지는 불안정하고 구부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감자가 집으로 돌아와 편히 쉴 수 있도록 작은 방에 두부 모래를 채운 별도의 화장실과 넓은 방석을 채운 집을 마련해주었습니다. 하체에 힘이 없어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집 주변과 화장실, 감자가 자주 머무는 책상 아래에 미끄럼방지 매트를 깔아놓았습니다.




면회 2일차
삶은 닭가슴살과 황태살, 삶은 국물을 보양식으로 준비해 감자 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아직 미열이 있어 아이스팩을 넣어준 상태로, 보양식을 잘 먹는 상태였습니다.




<배쪽에 수술을 위해 개복한 자리는 붕대를 덧댄 상태임.>

면회 3일차
간식으로 준비해간 츄르 두 개를 순식간에 먹어버렸습니다. 얼굴은 밝아 보이고 표정은 좋으나 아직 일어서지는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잘 가린다고 하니 조금씩 움직이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등 쪽에 수술을 위해 절개했던 부분은 잘 아물고 있고 덧댄 붕대와 반창고를 모두 제거한 상태입니다.





면회4일차

골반부분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것, 왼쪽 뒷다리 끝마디에 아직 정상적으로 신경이 돌아오지 못한 것은 회복 과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워낙에 고착화 됐던 부분이 오래되어서 신경이 돌아오는데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하였고 다행히 감자는 먹성이 좋고, 회복 속도가 빨라서 예후가 좋으니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보자고 하셨습니다.

면회 때 만난 감자는 밥을 먹기 위해 일어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직 왼쪽 뒷다리는 마비 증세가 있지만 꽤 오랜 시간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등쪽 수술 부위도 많이 아물었습니다.



수의사선생님께서 내일 퇴원해도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퇴원 준비를 하였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감자를 위해서 미끄럼 방지를 위한 매트를 집 주변에 깔아주고 화장실 문턱이 높아 계단을 설치해 주었습니다.



면회5일차

수술 부위는 잘 아물어 가고 있으니 하루에 한번 수술 부위에 소독을 해줄 것을 당부 받았습니다. 약은 아침, 저녁 하루 두 번 먹이기로 하였고 아직 왼쪽 뒷발 발끝 발가락 부분에 신경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수술 당시에는 신경 손상이 없었으므로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자고 하셨고 워낙에 고착화 되었던 시간이 길었으므로 눌린 신경을 펴서 제 기능을 하기 까지는 길게는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을 가지면서 날마다 마사지와 다리 부분의 근육 강화를 위한 운동을 추천해주셨고, 골반 부위와 두 발이 많이 마른 상태로 영양 섭취와 함께 운동을 해야된다고 하셨습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감자는 화장실도 잘 구분하여 대소변을 가리고, 입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낚시대 장난에도 곧잘 반응하고, 많은 시간 자며, 삶은 닭가슴살과 황태를 잘 먹었습니다. 근처에만 매트를 깔아주었는데 방 이곳저곳을 다니며 관찰을 하기 시작하자 뒷발에 힘이 다 들어가지 않아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아 작은방 전체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주었습니다.

환부위 보호를 위해 넥카라를 했는데 스스로 그루밍을 하지 못하여 몸 이곳저곳을 긁어주고 마사지 해주자 아주 좋아하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통원치료를 겸하면서 감자의 상태를 지켜보기로 하였고, 감자를 위해서 장애가 남지 않도록 충분한 단백질 영양을 제공하며, 날마다 마사지와 찜질을 통해 재활 치료를 도울 예정입니다. 우선은 장애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를 할 예정이며, 장애가 남지 않을 경우, 카라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입양처를 알아볼 계획입니다.

만일, 다리에 장애가 남아 타인의 입양이 힘들어질 경우 직접 입양해 보조기, 재활 치료를 통해 최대한 치료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아직 왼쪽 뒷다리 발가락 신경이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서서히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제법 잘 뛰어다니고 잘 놀고 있습니다. 감자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감자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감자를 배려해서 만든 감자만의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아프고 힘겨웠던 날들은 모두 잊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감자가 신경이 돌아오고 잘 재활이 되도록 신경써주시는 구조자님의 정성이 통해서 감자가 정상적으로 걷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자야 파이팅 ~  ค^•ﻌ•^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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