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에 유기되어 거리를 떠돌며 구걸 했던 유기묘 '바람이'

  • 카라
  • |
  • 2019-09-06 16:46
  • |
  • 2566

관광지에 유기되어 거리를 떠돌며 구걸 했던 유기묘 #바람이이야기



<구조 과정>

저는 작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꾸리고 있는 밥 엄마이자 두 어린 아이들의 엄마입니다. 어느 휴일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하루 일과처럼 sns에 길고양이 관련 페이지를 열어보았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떠있는 페이지에 익숙한 지역과 사진, 그리고 관광객분이 전주 벽화마을에 들르셨다가 꼬질꼬질한 행색을 한 채 허겁지겁 봉지 밥을 먹는 한 아이를 보시고 구조글을 올리신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가 참 순하고 구조만 된다면 당장 먹고 지낼 임시보호처도 이동봉사자도 있다는 말에 한참을 고민에 고민을 했고 구조를 결심했습니다. 

저는 아직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기들을 키우는 입장이라 장시간 외출제한이 많으며 제 밥자리에도 티엔알, 임신묘, 구내염, 하체가 내려앉은 아픈 아이 등 포획과 치료를 앞둔 아이와 만삭인 채 구조하려 시도 중인 임시보호가 예정 된 아이 등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딱 구조만 하자 잠깐이면 되겠지 했습니다. 그렇게 바람이와 저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구조 첫날 아이 둘을 차에 태우고 벽화마을로 출발했어요. 연휴 기간이라 관광객으로 붐비는 벽화마을에는 미로 같은 골목과 오르막길 뿐 발견자분께 대략적인 위치를 받아 찾아봤지만 역시나 바람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날 구조 실패하고 일찍 아이들을 재우고 초저녁에 다시 가서 몇 바퀴를 돌고 뒤져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구조 이튿날, 같은 지역에서 입양자분이 나타나셔서 제가 얼른 구조해 인계만하면 되는 상황이라 아침에 서둘러 젖먹이 둘째와 출발했고 아기를 차에 두고 오분 십분 간격으로 바람이 찾아 뛰다가 차에 돌아와 아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를 무한 반복하며 밤낮으로 계속 돌아봤지만 역시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관광객들이 개인 블로그 등 벽화마을 후기 사진들을 통해 바람이가 주로 쉬고 찍힌 배경의 사진들을 보며 밥을 챙겨주시던 사장님과 연락이 닿았고 지금의 바람이라는 이름과 간단한 상태를 알 수 있었어요. 바람처럼 밥만 먹고 사라져서 '바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셨습니다.

구조 삼일 째, 오전 일찍 벽화마을 시작점부터 다시 찾아 올라가기 시작해 드디어 난간에서 자고 있는 바람이를 만났습니다. 역시나 순해서 바로 포획틀로 구조했고 갈 때 가더라도 간단한 검사라도 해서 보내는게 도리다 싶어 일단 동물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치료과정>

* 구조 직 후 (수 종합 동물병원) 간단한 신체검사와 기본 피검사 진행했고 건강하다는 소견과 이빨 골절, 여기저기 듬성듬성 빠져버린 털들과 종의 특성 상(장모) 미용 후 피부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 다음날 집에서 미용 후 외부기생충약을 발라주었습니다.

* 구조 후 삼일 째 재검사를 하고 지역 내 길고양이 할인이 되며, 평이 좋은 동물병원에 방문했는데 청진기 초진 중 심장에서 피가 역류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셔서 건강 검진(혈액검사 , BGM , 흉복부초음파 , 흉복부방사선 , 요검 등), BNP, 심장사상충 검사, 딥퀵염색검사(피부)를 진행했고 검사 상 건강하나 구강 부분인 송곳니 상하 손실과 골절, 어금니 골절 소견, 피부는 소독하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 며칠 뒤 무사히 발치 수술 완료했습니다. (최대한 이빨을 살리고 싶었으나 주치의 선생님께서 신경치료는 무의미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계획>

관광지인 벽화마을에 바람이는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어요. 순하고 사람과 친화적인 아이라 관광객들에게 예쁨을 받았던 모양이에요. 조금만 검색 해봐도 2015년부터 그곳에서 지낸 바람이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더라고요. 어떻게, 누군가에 의해 이곳에 와서, 몇 년 동안 길에서 살기 힘든 긴 하얀 털을 가지고 거둬주는 이 하나 없는 산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며 지냈는지 그나마 근처 카페 사장님께서 밥을 챙겨주셔서 그 밥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연명 한 것 같은데..

드디어 바람이를 구조했다는 기쁨과 벅참보다는 이제 데리러 와서 미안하다는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밀려왔습니다. 구조 후 꽃길만 남은 줄 알았는데 애석하게도 구조와 동시에 입양자의 잠수로 입양이 무산 되었고 다시 용인 임시보호처로 이동하려고 상의 중 같은 지역 캣맘님께서 연락이 와 카라 측에서 농진청 복제견 사업 기자회견 건으로 전주에 방문하셨는데 올라가실 때 바람이를 임시보호처까지 이동해주실 수 있다는 말씀에 급하게 보낼 준비를 했지만 임시보호처에서도 바람이 상태를 듣고선 급하게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바람이를 다시 길에 풀어 줄 수도, 모르는 척 아픈 곳을 치료해 주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저희 집에 데려와 치료하고 보살핌 받으며 입양처를 구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얼떨결에 제가 구조에 임시보호에 입양까지 모두 떠안게 되었는데 예정에 없던 하루아침에 일어나버린 일이라.. 전부터 구조하고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의 순서가 밀려 딜레이 되고 있어요.

치료비용 또한 이렇게나 많이 나올지도 상상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바람이를 구조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다만 제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게 정말 좋은 곳으로 입양 가 남은 생은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오랜 길 생활에 지쳐있고 나이도 많아 사진으로만 봐도 시간이 갈수록 처참하게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충분히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바람이인데, 누군가에 의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유기되어 몇 년 동안 길에서 홀로 외롭게 견디며 살아왔을 바람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실제 긴 털이 엉겨 뭉치고 그게 뜯기고를 반복해 이제 털 자체가 나지 않을 것처럼 피부 곳곳이 민둥산이고 미용을 할 때 보니 여기저기 치이고 맞고 싸워 몸에 긁힌 자국인 딱지와 생채기가 가득했습니다. 

바람처럼 왔다 간다는 의미에서 따 온 '바람'이가 아니라,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라는 의미의 '바람'으로 앞으로의 묘생은 더 없이 행복하고 소중한 날들만 있길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는 제 바람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랍니다. 이제는 건강하게 치료 마쳤으니 엄마 아빠만 만나면 될 것 같아요! 좋은 집에 갈 때 까지 제가 살뜰히 임시보호하며 최선을 다해 앞으로의 묘생을 함께 할 좋은 입양처를 찾아 줄 예정입니다. 바람이의 치료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바람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거리를 헤메며 힘들 생활을 견뎠을 바람이가 좋은 가족을 만나 남은 묘생은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바람이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