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발에 피가 나고 수염이 그을린 채로 구조된 '엘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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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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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에 피가 나고 수염이 그을린 채로 구조된 #엘사이야기



저는 대구시에 살고 있으며 2마리의 반려묘를 키우고 있습니다. 평소 집주변 공원 맞은편 상가 뒤편에 가게주인의 동의를 얻어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주고 있습니다. 구조한 고양이는 한 달 전인 2019년 4월 초쯤 갑자기 나타나 알게 된 고양이입니다.

유기된 것인지 다른 구역의 엄마 냥으로부터 독립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겁은 많아 보이나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여느 길고양이와는 달랐습니다. 사료를 줄 때 근거리를 유지하였고 사료를 달라고 가까이 와서 울기도 하는 등 사람 손을 타는 모습을 보여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사료와 물을 챙겨주었고 또한 길에서 생활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개인적으로 TNR을 진행하였습니다. 먹이를 주면 경계가 풀리는 고양이라 이동장으로 손쉽게 포획하였고 중성화 수술 후 집에서 케어 하는 동안 이 아이는 먹이를 주러 다가가면 골골송을 부르고 손을 대면 얼굴을 비비는 등 사람에게 친근한 행동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4일간 케어 후 제자리에 방사하였고 방사 다음 날부터 3일간은 건강한 모습으로 급식소에 와주었지만 그 뒤 일주일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료를 먹으러 오는 시간이 맞지 않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급식소 바닥에 다량의 피가 흘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놀라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염려가 현실이 된 것인지 다음날, 왼쪽 앞다리가 핏덩어리로 보일 만큼 크게 다치고 콧수염이 불에 그을린 채로 급식소에 나타났습니다. 


다친 다리를 보려고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하다 콧수염이 대칭 모양으로 불에 그을린 것을 보고 학대로 의심하였고 다친 다리에서 출혈이 많아 아이를 급히 이동장으로 구조하였습니다. 구조 다음 날 아침 112에 동물학대로 신고 접수하였고 병원에 내원하여 진단서를 발급받고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울러 지역 구의원에게도 이번 사고에 대한 사진과 진단서를 제출하였고 추가범죄 예방을 위하여 함께 구청에 방문하여 학대방지 현수막을 의뢰하였습니다. 구청 담당자의 승인이 이루어졌고 현재 사고 현장 주변에 2개의 ‘길고양이 학대방지’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또한 정확한 수사와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연합뉴스에 제보하였고 연합뉴스에 보도되었습니다.

앞발 피 나고 수염 그을린 길고양이 발견...경찰 학대 여부 수사(기사보기 클릭)

 *병명: 왼쪽 앞다리 피부 괴사(화상 의심됨), 양쪽 콧수염 화상, 앞발가락의 미세한 골절(진단서에는 적혀있지 않으나 도망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을 것으로 사료)


아이는 정황상 고의적인 화상으로 인한 학대에 노출되어 앞다리에 심각한 피부 손상이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사건이 수사 중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이의 상처를 보았을 때 앞발은 ‘토치’를 사용하여 화상을 입힌 것으로 보이며 콧수염은 양쪽의 그을린 모양이 대칭인 것으로 보아 ‘라이터’를 이용하여 지진 것 같습니다.

저의 가정에서 임시 보호 중이고 약 2달간의 꾸준한 재생치료 후 살이 어느 정도 차오르고 아물면 필요에 따라 피부이식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하십니다. 현재 저는 사건 수사 진행협조와 임시보호, 치료를 병행하며 사실 너무나 힘든 상황입니다.

아이를 구조하면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은 이 불쌍한 작은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도와달라고 나 좀 살려달라고… 너무 아프다고 말하는 슬픈 눈빛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요… 정신적, 체력적인 힘듦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현실의 또 하나의 벽은 병원비라는 경제적인 부분입니다. 

치료하면서 아이의 앞발에 새 살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늘 피부 이식 수술비를 걱정할 만큼 개인이 오롯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큰 비용입니다. 마음의 상처는 사랑으로 몸의 상처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요. 그러기 위해 사람의 학대로 상처받은 이아이가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화상으로 인한 피부 괴사 치료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아이가 5~6개월령의 어린고양이라 치료 후 경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치료과정을 끝마칠 때까지 아이를 책임지고 보호하겠습니다. 그 과정은 기나긴 여정이며 제 가정의 삶에도 변화를 일으키겠지만 구조자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사랑스러운 이 아이가 상처를 회복하여 좋은 가정에 입양갈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입양이 가능해지는 시기는 앞으로 1~2 뒤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입양 진행을 위하여 동물보호단체인 ‘카라’, 인터넷 커뮤니티, 개인 SNS 등으로 홍보할 것이며 주변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인들에게도 입양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보려고 합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치료하는 동안 시일을 두고 좋은 환경을 찾아보겠습니다. 입양자는 학대로 인한 아이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따뜻하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만약 이 아이가 좋은 입양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제가 가족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미 저의 가정엔 두 마리의 반려묘가 있습니다. 3마리의 반려묘를 키우는 것이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따뜻하게 감싸주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아이가 찹쌀떡 같은 두 앞발을 다시 찾아 건강한 모습으로 뛰어다니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엘사는 현재 치료 완료한 상태로 밥도 잘 먹고 똥꼬발랄하게 장난도 칩니다. 단지 둘째 고양이와 사이가 좋지 않아 좀 걱정입니다. 둘이 싸우다 조금 다치기도 했어요ㅠㅠ 엘사가 건강을 회복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거리에서 학대를 당하고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엘사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이유도 모른채로 유기되고 학대를 당하고 엘사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몸의 상처는 아물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쉽게 잊혀질 수 있을지..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힘겨운 치료를 마친 엘사가 구조자님 곁에서 이제는 다시는 버려지고 학대당 할 일 없이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한 묘생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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