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쇠줄에 묶여 남은 잔반을 먹으며 지내다 구조된 '검둥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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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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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쇠줄에 묶여 남은 잔반을 먹으며 지내다 구조된 #검둥이이야기



저희 동네(서울시 종로구)에 한국남자분과 베트남여성이 어린 두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집이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6마리 정도의 개가 잠깐씩 살다가 사라지거나 보신탕에 팔아 넘겨졌습니다. 4년 전쯤 또 어린 강아지(진도+월시 믹스 추정)를 데려다가 짧은 쇠줄에 묶어 놓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가여워하면서 말들은 많았지만 정작 도움의 손길은 없었습니다. 제가 TV 동물농장에도 제보를 해봤고, 종로구 동물보호관에게 사진을 첨부해서 메일도 보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작년 겨울엔 개장 주변에 멧돼지가 나타나서 119가 왔다갔고, 유기견 3마리가 개장주변을 늘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 집은 울타리도 없어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고, 마당 끝 후미진 곳에 개를 묶어 놓아 비바람이 들이치면 플라스틱 개장에서 젖은 채로 있고, 산동네라 모기에 뜯기며, 작년여름엔 최악의 더위를 헉헉대며 견디고 있었습니다. 밥은 김치찌개나 라면 국물 같은 남은 잔반을 주로 주었습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어떤 것도 절대로 바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작년 9월엔 용기를 내서 주인과 대화를 하고 어렵게 허락을 받아 저녁에 한 번씩 산책을 시켰고, 사료와 물을 챙겼습니다. 12월에 눈이 많이 오고 유기견들이 돌아다니던 날은 허락을 받고 저희 집 마당에 데려다 놓은 적도 있었습니다.

주인이 개를 포기하지 않고, 현재 키우는 개(검둥이)가 없어지면 다른 개를 데려다 묶어 놓겠다고 하는 바람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는지 개를 데려가도 좋다고 했습니다. 바로 검둥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검진결과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서 13주 동안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심장사상충 치료가 끝나면 중성화 수술을 해줄 예정입니다. 검둥이의  남은여생 잘 돌봐주고 싶습니다. 검둥이의 치료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줄에 의지하며 사람의 손길을 기다렸을, 더위와 추위를 홀로 견디며 외로이 지냈던 검둥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구조자님 곁에서 밝아진 표정의 검둥이를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심장상충 치료를 모두 끝내고 가족의 품에서 반려견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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