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길고양이 밥을 준 지 2년 정도 되어 갑니다. 정을 주게 된 어미 고양이가 있어 저희집 마당 한 켠에 밥자리와 겨울 집을 마련해놓고 있었는데, 초롱이는 어미 고양이가 있는 동안 다른 집에서 넘어온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기존에 있던 애들이 복막염, 교통사고로 죽고 초롱이와 새로운 새끼고양이 2마리(초롱이의 동생으로 추정합니다)가 마당 겨울 집에 살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초롱이가 움직이지 않고 집 안에서 꼼짝도 안 하길래 어디서 놀다가 놀랬거나(주변에 고양이 밥 주는 걸 싫어하는 분이 계십니다.) 쉬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움직임이 적어진 지 3일 정도 된 날 밖에 나와 웅크리고 있어서 보니 왼쪽 다리에 상처를 입은 게 보였습니다.
너무 놀라서 일단 사진을 찍고, 동물병원에 약이나 타올까 하다가 며칠 전에 초롱이를 중성화 해주려고 빌려놨던 포획틀이 생각나서 잡아서 동물병원에 가자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획틑을 설치를 했더니 잘 안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겨울 집에 들어간 틈에 집 입구에 포획틀을 들이밀어서 잡았습니다.
어디 좀 긁혔나보다 생각했던 상처는, 동물병원에 가보니 생각보다 깊다고 하시더라고요. 밥을 계속 주고 얼굴은 익혔지만 손을 안 타는 고양이여서 마취를 하고 나서야 상태를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왼쪽 뒷다리 전체적으로 길게 상처를 입었고, 이미 곪아서 살을 다 긁어냈다고 하셨어요. 괴사된 피부 전체를 절제하고, 염증이 심한 근육 일부를 절제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양옆 피부를 최대한 당겨서 일단 봉합을 했다고 하셨는데, 얼핏 봐도 상처가 굉장히 길고 컸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뼈는 이상 없었고, 양쪽 발바닥에도 피부가 까졌는지 피가 나는 상처가 있었습니다. 이런 깊은 상처였는데 동물병원에 안 데려가고 약만 타 먹일까 했다니 애를 얼마나 고생시킬 뻔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수술하는 김에 중성화 수술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피부 장력을 버티지 못하고 수술 부위가 벌어져서 1주일 만에 다시 재수술했습니다. 가장자리 피부를 다시 절제하고, 배 쪽 피부를 다리에 이식하는 수술을 했어요.
생전 동물병원에 안 가보고 사람을 무서워하던 애가 동물병원에 있으니 얼마나 겁이 난 건지 낯섦에 포악해져서 저는 물론이고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분들도 함부로 만지지 못했어요. 드레싱을 할 때는 매번 마취해야만 가능했고요. 그나마 제가 밥을 줬다고 저는 좀 알아보고 며칠 뒤부터는 제가 주는 간식은 받아먹기 시작했었어요.
여전히 무서워하긴 하지만 한 달 동안 동물병원에 입원해서 슈가 테라피 치료를 받고 하다 보니 익숙해졌는지 제가 간식 주고 몸을 만져도 얌전히 있어 주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의 입원 치료 후 깁스를 하고 퇴원시켰습니다. 깁스하고 퇴원을 한 이유는 일단 상처가 크고 깊어서 초롱이가 핥으면 안 되기도 하고, 초롱이가 지낼 곳에 초롱이랑 같이 밖에서 살던 아이들도 초롱이가 동물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발바닥을 다치고, 구충이 나와 설사도 하고 해서 둘이 같이 구조 후 치료하고 중성화 수술을 하고 방사를 하던가 하려고 임시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상처를 입힐까 봐 깁스를 한 것도 있고, 아직 손을 많이 안 타서 소독을 매일 해주는 게 쉽지 않을 거라 판단해서였습니다. 초롱이 퇴원 후에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셋이 원래 사이가 좋았던 아이들이라 한 달 만에 봐서 3일 정도 낯설어하다가 다시 합사됐습니다. 퇴원하고 며칠은 초롱이만 케이지에 있었는데 서로 목소리를 아니까 낯설어도 목소리로 알아보더라고요. 신기했어요.
현재 초롱이는 일주일에 3번 정도 동물병원으로 소독을 하러 가고 깁스를 바꾸러 가는 중입니다. 깁스가 가끔 통째로 빠져서 놀라긴 하지만 초롱이는 잘 견디고 있습니다. 깁스가 계속 빠지고 상처가 더디게 나아서 상처 부위가 좀 더 아물면 한 번 더 봉합 수술을 해서 빠르게 낫도록 진행하던가 계속 이렇게 소독치료를 하던가 할 생각입니다. 마취를 많이 했던 아이라 되도록 몸에 무리가 안 가는 방향으로 치료를 할 생각입니다.
제가 임시 보호를 하면서 아이들을 입양 보내려고 하는 중입니다. 세 마리가 아직 사람을 무서워하고 초롱이는 만져주면 골골송도 하지만, 사람이 서 있으면 도망가기 바쁩니다. 자신의 숨숨집안에 있으면 얌전히 손길을 받아주고 장난도 치지만 밖에서 보면 도망을 다니고 스스로 다가오는 건 아니라서 성급하게 입양 보내기보다는 더 친해지고 나서 사람에게 익숙해지고 나면 보내려고 합니다. 입양을 보내려고 하는 것은 지금 지내는 곳이 지하에 있는 가게이고 저희집에도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3마리나 있어서 다 케어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서인데요.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쨌든 실내에서 사는데 익숙해진 아이들이니 제가 계속 돌볼 예정입니다. 초롱이는 잘 낫고 있습니다. 이제 연고 안 발라도 될 정도로 나아서 털도 약이랑 털이 엉겨 붙지 않고.. 잘 뛰어다닙니다.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사는 길고양이들의 삶은 녹록치 않습니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영역다툼, 고통사고 등으로 부상을 입거나 하고 질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초롱이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구조자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초롱이는 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초롱이를 구조하여 꾸준이 치료해주시고 보살펴주신 구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초롱이가 마음의 문을 열어주어 평생 가족을 어서 빨리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초롱이의 앞날이 행복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