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격막 허니아로 가뿐숨을 내쉬던 길고양이 '나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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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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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제가 이사 오기 전부터 친정엄마께서 일하시는 가게 앞에 돌아다니던 아이였어요. 제가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기 시작하면서 엄마도 조금씩 고양이에 관심을 보이시기 시작하면서 집에 있는 사료를 나눠 주게 된 것이 나비와 인연의 시작이네요.

그 후로 7년여간, 골목을 누비며 자그만 덩치의 나비는 거의 매년 새끼를 낳았답니다. 중성화를 시켜주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영리하고 눈치 빠른 나비는 단 한 번도 포획틀에 들어와 주지 않았어요. 절대 사람이 지켜볼 때는 밥을 먹지도 않고 일정 거리 이상은 허락하지 않는 도도한 아이였답니다. 험난한 길생활을 하는데, 어느 정도 경계심은 필요하다 생각되었기에 무리해서 친해지거나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던 나비가 언제부터인가 골목 끝 카페 앞 데크에 이상한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사료를 잘 먹지 않고 습식 캔만 받아먹기 시작한 것도, 항상 밤이면 사라져서 어디서 자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던 아이가 밥 챙겨주는 다른 가게 앞에서 자기 시작한 것도, 처음에는 그저 드디어 5년 넘게 챙겨주니 아이의 경계심이 풀어졌나보다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매년 새끼를 낳으며 건강함을 건재하던 나비였기에, 올 한 해도 무사히 넘어갈 거라고 여겼던 것은 저의 착각이었죠... 언제부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건강한 아이라고 생각하기엔 나날이 꼬질꼬질해지는 모습에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구조를 결심하기까지에는 출산을 앞둔 만삭의 몸과 경제적 문제로 시간이 걸렸지만,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아이들 포획하여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동네 주변에 마땅한 동물병원이 없어 아는 분이 소개해주신 곳까지 차를 몰고 가서 보니 아니는 횡격막 허니아로 인한 탈장이 심각해서 모든 장기가 식도까지 밀려 올라간 상태로 폐가 많이 눌려 호흡이 힘들고 식도 천공까지 생겨 예후가 아주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첫날 3시간여의 수술을 마친 나비는 이틀 후 다시 수술 부위 파열로 4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병원에서 회복 중입니다. 수술을 집도해주신 담당 원장님 말씀으로는 횡격막의 2/3 이상이 없는 상태라서 살지 못하리라 생각하였는데 이렇게 버텨주는 아이가 대단하다고 하시네요. 곧 수술 부위가 잘 아물었는지 확인한 후에 아이가 기력을 회복하면 제가 지내는 곳으로 데려와서 보살펴주려고 합니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어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주는 나비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또 고맙습니다. 올해는 꼭 나비가 집 안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며 고단했던 길생활을 청산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제가 끝까지 도와주고 싶습니다.


나비는 격리 스트레스+오랜 시간 넥카라 생활로 인해 털이 뭉텅뭉텅 빠지다가 요즘은 다시 좋아졌어요~ 밥도 엄청 많이 먹고 응가 쉬야 모두 잘하며 기특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아직도 가까이 가면 하악질이 말도 못 하지만... 그래도 사진 보시면... 눈빛이 좀 부드러워진 것 같지 않나요? ㅎㅎ 언젠가는 나비가 마음을 열어주길 고대하고 있답니다! 나비의 치료를 위해 도와주신 카라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나비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대부분의 횡격막을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음에도 생명의 끈을 놓치 않고 끝까지 잘 버텨준 나비가 너무 고맙고 대견합니다.  나비가 어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어 남은 묘생은 험난한 길위가 아닌 구조자님의 품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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