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학대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에서 골반뼈가 부러진 채로 발견된 길고양이 '아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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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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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10


아기를 처음 본건 작년 10월입니다. 어미가 페르시안이며 3년 전쯤 아파트 주민이 버리고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어미가 아파트 창고를 전전하며 세 번의 출산 끝에 겨우 남은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얼마 전 아파트 주민의 학대로 사망했고 한 마리는 중성화 포획과정에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꼬리가 절단돼 치료 중 사망했고 하나 남은 아기가 다친 아이입니다.


경비아저씨가 며칠 전 창고에 고양이가 있더라 하셔서 혹시나 해서 철문을 열어보니 아기는 뒷다리를 뻗은 채 누워있었습니다. 순간 죽은 줄 알고 심장이 내려앉았어요. 아기는 무슨 짓을 해도 나오진 않았고 깊숙이 뒷다리를 끌며 관일 타고 올라갔습니다. 근처에 캣맘 계셔서 이동 가방을 받쳐 들고 힘이 빠져 떨어질 때를 기다려 바로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엑스레이 검사상 뚜렷하게 빠져서 틀어진 골반뼈가 보였고 치료비를 대충 듣고 그날은 집으로 데리고 와 하루 고민을 했습니다. 아이도 있고 유기견, 유기묘, 아픈 가족도 있는데 내가 이 아이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병수발을 다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재활하면 후유증에 시달릴 텐데 견뎌 낼 수 있을까.. 치료비용과 추후 아이의 상태가 정상 회복이 안된다면 그냥 포기해야 하나 많은 고민으로 길고양이 돌보는 것을 그만할까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기를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예쁘게 쉬하고 세상 새침하게 굴던 아기가 분변을 다리에 다 묻히고 겁먹은 눈으로 하악질을 하는 걸 보니 고작 1년을 살며 새끼를 눈앞에서 도둑맞고 형제의 학대를 본 아가를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중성화 한 지 한 달도 안돼서 이렇게 하반신을 못 쓰게 되고 대소변도 조절이 안 되는 상황에 바짝 마른 몸 따뜻하게 뉘어 줄 작은 공간 하나 뭐가 어렵다고 고민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TNR도 대대적으로 하고 길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길고양이 급식소 파손하는 것은 물론 학대한 고양이를 분리수거함에 버리는 등 고양이 확대가 만연한 곳 길고양이 혐오가 깊은 이곳에 다시 되돌려 보낼 수 없습니다. 치료를 마치면 이제 우리 집 막내 하자 마음먹게 되었어요.

아기는 골반 엉치뼈 골절 수술을 한 후 입원하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검사에서 척추가 어긋나 있는 것이 발견되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동물병원에서도 아기와 저의 사정을 잘 아시고 하악질 하며 야생인 아기를 열심히 치료해 주시고 비용적인 부분에 있어도 많은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회복을 마치고 집으로 퇴원하였습니다. 수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수건으로 걷게 재활을 하면 좋다는데 근처만 가도 하악질 시전이고 맛있는 간식을 줘도 다가오지를 않고 있습니다. 분명 다친 다리는 오른쪽인데 두 다리를 X자로 끌고 다녀요. 간혹 왼발에 힘을 주어 서거나 앉아보는데 기우뚱거리다 힘없이 쓰러지고를 반복하더니 이젠 왼쪽 다리도 쓸 의지가 안 보이네요.

하지만 지치지 않고 정을 붙여 합사와 재활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틀어진 다리는 회복을 하게 되면 자연히 나아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못되게 굴어도 좋으니 얼른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카라 분들과 동물병원 선생님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길고양이 혐오로 학대가 만연하고 급식소가 파손되는 위험한 곳에서 골반뼈가 다친채 발견된 아기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힘든 수술을 마쳤지만, 장애가 남아 재활치료가 꾸준히 필요한 아가가 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위험속에서  길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TNR을 해주며 돌봄을하고 계신 지역의 캣맘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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