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빌라 뒤편에는 제가 마련한 작은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어요. 몇 년 전 이곳으로 이사하고 나서 길고양이들이 가끔 보이길래 오며 가며 먹으라고 며칠에 한 번씩 사료를 부어주고 있는데 한두 달여 전에 밥자리에 침을 많이 흘리고 만신창이가 된 모습의 고양이가 나타났어요.
제가 너무 놀라서 ‘어머, 너는 누구니?’라고 얘기하자마자 기겁을 하면서 도망을 가더라고요. 다음날 혹시나 하여 저녁에 나가봤더니 밥자리 근처에서 또 웅크리고 있었어요. 저를 발견하자마자 근처 주차장 차 밑으로 들어갔는데 차 밑에서는 더이상 도망가지 않아 핸드폰 후레시로 비춰서 상태를 보니 너무 좋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건사료는 먹기 힘들어할 것으로 보여서 캔을 그릇에 담아 차 밑으로 넣어주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니 고개를 막 흔들고 괴로워하면서도 열심히 먹더라고요.
<치료 전 구강 상태>
사실 처음에는 구조할 엄두를 못 냈었어요. 어린 고양이 한 마리는 구조해봤지만, 많이 아픈 성묘는 처음이라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 거의 매일 찾아오고 한 끼에 팬시피스트 캔 2개에 잘게 부수어준 닭가슴살 2개를 다 먹을 정도로 식욕도 좋고 눈빛만큼은 정말 똘망했어요. 회사에서 야근하는 날에는 밤 11~12시에 와도 밥자리 구석에서 웅크리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너무 애처로워서 눈물이 났어요.
한 달여 정도 밥을 주다가 도저히 이대로 두고만 볼 수가 없고 너무 마음이 쓰여서 여러 길고양이 카페에 사연을 올렸더니 구조되고 치료해주면 임시 보호 가능하시다는 분도 나타나시고, 또 구조하는 것을 도와주시겠다는 분도 나타나셔서 정말 큰 용기 내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가을이가 지내고 있는 격리공간>
동물병원에서 검사 결과, 심한 구내염에 속한다고 하셨어요. 전 발치 수술 후 임시보호처로 이동하였고, 다행히 밥도 잘 먹고 배변도 잘하고도 물도 잘 마시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 기뻐요. 야생성이 강하고 바이러스도 있어서 임시 보호처에 다른 고양이들도 8마리가 있다 보니, 당분간은 적응 기간 및 격리 기간이 필요하여 별도의 방에서 케이지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수술 전과 후의 사진을 보면 같은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아주 이뻐졌어요. 가을에 만나서 이름은 가을이라 지었습니다. 앞으로도 가을이가 꽃길 걸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을이에게 관심 가져주시고 후원까지 해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사랑과 관심 주신만큼 가을이에게 더욱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길 위에서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가을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한 눈에 봐도 상태가 심각했던 가을이를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신 덕분에 가을이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고단했던 길생활과 구내염의 고통으로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은 모두 잊고 임시보호처에서 잘 적응하여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