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밑에서 피고름침을 흘리며 매일 밥을 기다리던 길고양이 '쿠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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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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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이야기]

쿠키를 처음 본 것은 2018년 8월 무더위가 한창이던 한낮이었습니다. 외출하려고 주차장에 나갔는데 비쩍 마른 젖소 무늬 길고양이가 그 뜨거운 햇볕 아래 기운 없이 앉아있어서 평소 가지고 다니던 사료와 물을 놓아주었고 우리가 자리를 비키자 다가와서 먹어주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이후 시골 엄마 댁에서 키우고 있는 아가랑 너무 닮아서 더 정이 갔고 또 집에 있는 구내염과 호흡기질환이 있던 콩콩이의 길고양이 시절이 생각나서 더 안쓰러운 생각에 밥이라도 자주 와서 먹기를 바랐지만, 그 이후로 몇 번 더 보이고는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도통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보이지 않다가 10월 무렵 쿠키는 다시 밥자리에 왔는데 이미 외관상으로도 구내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입가는 침으로 지저분하고 앞발도 꼬질꼬질. 털도 거칠고 몸은 마른 데다 등도 구부정하고 빨리 도망가지도 못했어요. 쿠키를 볼 때마다 산책 나온 강아지들에게 물리지나 않을까 항상 전전긍긍해야 했습니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급히 밥 먹고 떠나가는 오늘 모습이 늘 마지막이 아니길 기도했습니다.


쿠키는 사료를 먹기 힘들어서 고개도 흔들고 켁켁 거리기도 했어요. 다시 만난 이후로 그때부터는 매일 매일 밥 배달을 따로 나갔습니다. 무스 타입 캔과 삼계죽 파우치를 구입해 저녁마다 다른 아이들에게 밀려서 굶지 않게 따로 밥을 챙겼습니다. 영양제도 구입해 하루 한 번 밥 먹으러 올 때마다 죽에 섞어 주었는데 다행히도 잘 먹어주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먹어야 산다, 잘 먹어야 견딘다고 치료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그렇게 쿠키를 만나고 괴로워하는 모습에 그 고통 덜어주지 못해 미안해서 밥 먹고 가는 힘없는 뒷모습을 한참씩 바라 보기도 하고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보기도 했어요.

올여름 폭우와 잦은 비가 내렸지만, 쿠키가 밥자리에 결석을 한 날은 3번도 되지 않습니다. 아파트 야외주차장 차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에 고여 있는 빗물에 배도 가슴도 다 잠겨 있는 채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쿠키를 보고 남편이 퇴근길에 처음으로 쿠키가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어요. 쿠키는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추우나 늘 그 시간에 그 자리에서 절 기다렸어요.

남편은 그전까지는 늘 쿠키 밥 주는 걸 싫어했었어요. 제가 양쪽 팔이 아파서 2년 넘도록 팔을 쓰지 못하는데 폭우 속에 기다리는 쿠키를 본 것이 마음을 움직였나 봐요. 남편도 길고양이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사는지 맘 아파하고 쿠키 포획 시도 하는 것도 아가들 TNR해 주는 것도 모두 도와주고 있습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쿠키의 구내염은 더 심각해져 보였어요. 입에 할아버지 긴 턱수염처럼 끈끈한 침을 주렁주렁 매달고 어두운 차 밑에 앉아있는 것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고 미안했어요. 며칠 전부터는 밥 먹으러 와서 그렇게 맛있게 먹던 밥을 입에도 못 대고 쳐다만 보고 있었어요. 그날부터 당장 구조하지 않으면 얼마 못 견딜 것 같다는 두려움에 이번 겨울을 견뎌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어요.

지금에 와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지난해 가을 한 달 만에 구내염이 확연한 모습으로 다시 와 주었을 때  그때라도 치료를 해 주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래서 미안하고 후회스러웠습니다.




[구조과정]

며칠 전부터 밥시간에 와서 미리 차아래 웅크리고 있었지만, 막상 밥을 주면 캔도 죽도 먹지 못하고 피 섞인 침만 그렁그렁 매단 채 눈을 감고 한 입도 먹지 못했습니다. 아예 시도조차 못 했어요. 그날 이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살게 해 주고 싶단 마음뿐이었습니다.

더는 길고양이를 들이지 않겠다는 남편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었기에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제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예감했던 남편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쿠키를 구조한 그 이후의 일들 때문에 그동안 구조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의 도움이 없다면 팔을 제대로 못 쓰는 저로서는 구조시도도 할 수가 없고 경제적인 부분도 너무 부담이 크니 동의가 없었더라면 아예 구조 시도조차 못 했을 거에요.

그렇게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되었는데 포획틀 냄새를 맡기기는커녕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흘려놓은 먹이에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눈을 감고 꼼짝도 안 한 거나 다른 차 아래도 덤불로 도망치듯이 피해 다녔습니다. 그렇게 초조하게 주말을 보내고 카라에 상담을 받고 시민구조치료지원이 아직 마감 전이니 계속 구조를 시도해 보라시는 활동가님의 감사한 응원이 있으셨고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분과의 통화로 힘을 얻고 다시 그날 저녁 일찍 퇴근한 남편과 3차 포획시도에 들어갔습니다.


이틀 밤 연속 관심 끌기에도 실패한 철제 포획틀은 포기하고 저희가 구입해서 사용하던 수동 포획틀을 설치했습니다. 캣닢가루를 바르고 안쪽에도 뿌리고 쿠키가 기다리고 있던 차 옆에 설치했는데 어쩐 일인지 몇 분 후에 살금살금 입구로 다가가 앞쪽의 먹이를 먹다가 저랑 눈이 마주치더니 밥자리 화단 덤불로 들어가 버렸어요.

그 앞에 밥그릇을 놓아줘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한 시간 가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수동으로 당길 끈은 남편에게 맡기고 다른 길고양이들 밥 주고 오는데 손짓을 해서 피해있기를 2, 3분. 남편이 나무에 묶여 있던 당김 용 끈을 가위로 잘랐고 성공 신호를 보내왔어요. 꿈인 듯 아닌 듯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얼마나 고맙고 또 고마운지요.

쿠키는 갇혀서도 몸부림도 못 치고 우왕좌왕 두어 번하고는 그대로 있었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콧물, 코막힘, 거친 숨소리만 들리다가 미끼로 넣은 죽을 먹고 있었습니다. ㅠㅠ 며칠을 굶었으니 오죽했을까요. 

[치료과정,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동물병원에 도착해 원장님과 상담하고 검사도 진행했는데 역시 심각한 구내염이니 전 발치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지속적으로 약도 먹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씀도요. 너무 늦게 구조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포획틀에 들어와 준 쿠키에게 너무 고맙고 며칠간은 낯설고 무섭겠지만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겠구나 그걸로 우선 됐다 싶어요. 원장님 일정에 따라 전체 발치와 중성화 수술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치료 후 아파트 내에 길고양이들 급식소가 마련되어 있고 경비 선생님들도 길고양이들을 잘 봐주고 계셔 추운 날씨가 조금 지나고 건강이 회복되면 방사를 하기로 했었는데요, 쿠키는 호흡기 질환으로 폐렴 증세가 있었고 칼리시 바이러스도 심해 예상보다 긴 치료를 받았습니다.

금 회복 상태로는 방사할 수가 없어 남편과 많은 고민과 상의 끝에 퇴원 후 집으로 데려와 편히 쉬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누울 자리를 옮겨가며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았고 오랫동안 구내염을 앓았던 터라 회복이 더디게 되고 있지만, 그래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아픈 아가들과 구조자에게 힘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쿠키의 치료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쿠키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늘 한결같이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준 쿠키를 포기하지 않고 손 내밀어주신 덕분에 쿠키가 치료를 무사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치료가 필요하고 앞으로도 꾸준한 관리를 해줘야 하지겠지만 올겨울은 그리고 앞으로의 다가올 겨울도 구조자님 곁에서 따뜻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쿠키의 건강이 회복되어 이제는 기다림 대신 편안하고 행복한 묘생을 보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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