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깜시 이야기]
회사에서 몇 번 본 냥이가 임신을 하였습니다. 원래 길냥이들에게 밥을 가끔 챙겨준 적이 있었지만, 최근 그 냥이가 잘 보이질 않았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 근처에 어미냥이가 이 아이를 물어다 놓고 먼곳에서 지켜보는 것이 목격되었고, 저는 그냥 지나치고 싶었지만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아이는 너무 작아보였고, 눈 상태가 너무 안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아이를 구조하고자 차 밑으로 들어간 아이를 밤에 세시간을 기다렸고, 너무나 힘없이 제 손에 끌려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물거나 하악질 하지않는 아주 순한 아이였습니다. 그 어미냥의 새끼 중 변비에 걸린 아이가 있어 관장을 위해 포획했을 때는 매우 거칠게 어미냥이 저를 위협했는데 이 아이는 너무 상태가 안좋아 어미가 저보고 돌봐주라고 버린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미냥은 5 m 정도 거리에서 그 아이를 데려가는 저를 그냥 바라만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새끼가 다가오자 옆에 잠시 있다가 눈도 안보이는 새끼를 그냥 버려두고 멀리 도망가 버리고 저를 계속 쳐다보았습니다.
[치료과정,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집에 두마리 냥이가 있어서, 허피스 치료차 2차병원으로 밤에 바로 갔는데 범백이 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 간 병원에는 입원실이 다 만실이라 입원시키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 아이를 입원시키고 치료했습니다. 치료 전 검사만으로도 치료비가 많이 나왔지만, 살겠다고 꼼지락거리는 아이를 모른척 할 수 없어 입원시키게 되었습니다
입원 3일차가 되니 상태가 약간 호전되었습니다. 병원 소견에 의하면 오른쪽 안구는 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왼쪽은 궤양이 심각하여 봉합술 혹은 궤양전용안약처리가 필요하다 하였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낮은 편이고 빈혈수치또한 높아졌다고 하네요..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되는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우선 너무 작고 연약한 아가에게 범백이 왔기에.. 눈 치료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범백을 이겨내는게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길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주고있습니다. 백혈구촉진주사도 매일 맞고있습니다. 깜시는 첫날,둘쨋날에는 혼자 10g정도 밖에 못먹을 정도로 식욕부진이었지만 3일이 되니 어느정도 혼자 밥도 먹습니다.
범백치료를 최우선적으로 마칠 예정입니다. 입원을 통해 각막궤양관리 및 범백치료 후 범백완치판정 및 키트검사 후 집에 격리실을 만들어 한달정도 추가 격리할 예정입니다. 눈이 안보일수도 있는, 평생 캣타워를 타지도 못할수도 있는 아이라 임보처를 찾는게 우선입니다. 눈 한쪽을 제대로 치료할 경우 중성화 후 살던 회사부지 방사도 고려중이며 두 눈을 다 잃을 경우 현재 제가 키우는 아이들과 조심스럽게 합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퇴원 후 깜시 소식]
카라 덕분에 소리는 더 힘을 받아 으쌰으쌰 컛초딩으로 커가고있습니다 (소리는 깜시의 새 이름이예요. 저희 집 식구로 들이기 위해.. 새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ㅎㅎ 아직 집 터줏냥이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요)
아직 허피스의 여파로 인해 코마름, 콧물, 기침 등 증상이 있어 네뷸라이저 기계를 사서 매일 25분씩 나눠서 한시간정도 네뷸라이저를 해준답니다. 삼일차 네뷸하고있는데 이제 잔기침은 조금 덜합니다. (킁 하면서 콧물나오는건 아직 좀 남았어요). 병원에서 눈 상태는 장기 치료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한쪽은 조금 어려운데, 나머지 한쪽도 아직은 동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예요. 엄청 희망적이진 않다고 들었습니다...
태어난 지 2~3개월만에 큰 병에 걸린 깜시를 구조하시고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깜시를 치료해주시고, 퇴원 후에도 집에서 정성껏 돌봐주시니 깜시는 머지 않아 건강한 아깽이가 될 것 같습니다. 깜시가 하루빨리 안구 치료도 잘 마치고 구조자분과 함께 살아가며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