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 누워 배를 보이던 '장군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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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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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멋진 녀석 장군이와의 첫 만남]

2020년 4월 어느날 해진 오후, 마트를 가기위해 걸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보이는 도로 위에 널부러진 무언가가 보였어요.

‘아... 제발 고양이만은 아니기를..’

예전에 로드킬 당한 아이들을 다산콜센터에 신고한 경험이 있던 터라 두려운 마음으로 남편한테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기야 고양이인 것 같은데 도로에 누워있어 너무 무서워.”
“알았어 바로 나갈게”

남편은 고맙게도 바로 나와주었고 검은 물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검은 턱시도 고양이가 유유자적하게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는 거에요. 거기는 차가 다니는 도로였거든요

“다행이다 살아있었구나 어쩜 성격이 저럴 수가 있지? 그래도 너무 위험한데..”

놀라움 반 걱정 반으로 장군이와의 만남은 짧고 강하게 시작되었고 주변 주택가를 떠도는 터줏냥이였다는 것과 머리가 정말정말 크다는 걸 안 이후, 대갈장군이라는 이름과 함께 밥을 챙겨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첫 만남 이후 우리는...]

주택가 주변에 고정 밥자리가 있는지 탐색을 하였고 다행히도 3군데 정도의 밥자리와 정성껏 챙겨주시는 캣맘분이 계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숨은 천사들!

장군이를 만나기 위해 더 자주 나가게 되었고 장군이가 안보이게 되면 “장군아~” 이름을 부르며 찿아다녔는데 기특하게도 “냐옹~ 냐야옹~” 대답을 해주곤 했습니다. 저희에게 달려와 벌러덩 드러누워 배를 보이면서 온갖 애교를 부리고 난 다음엔 맛난 츄르와 건강에 좋은 처방사료를 한바탕 먹어요.

“내일은 꼭 여기에 있어야 해. 그래야 오래 같이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으니까”.

장군이와 약속 겸 헤어짐 인사를 하고 마음 따뜻하게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하지만 간혹 주변을 지나다가 주택가에 놓여진 쓰레기 봉투를 뜯어 음식물을 먹고 있는 장군이 를 볼 때가 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한여름을 지나고 나니 입에 침을 흘리면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은 길거리에서 열심히 교미하는 모습도 보여, 그래서 추워지기 전에 TNR 계획을 잡고 있었습니다.



[우리와 함께여야 할 장군이]

침을 흘리며 나타난 때부터 구내염 약을 처방 받아 매일 먹이기 시작했고, 투약 후 3개월 남짓 동안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더니 병원 치료 직전에는 건사료를 먹지 못하는 최악의 상태가 되었어요. 투약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침흘림도 적고 건사료도 잘 먹으며 살도 붙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또 어느날은 침을 너무 많이 흘려서 턱밑 털이 딱딱한 딱지가 지고 닦아도 닦이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장군이가 하품을 할 때면 입안을 들여다 볼수가 있었는데 육안으로도 양쪽 어금니 잇몸과 목 천장 위쪽이 헐어서 피가 맺힌 상태였어요 ‘아... 과연 약으로 치료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구조했던 아이들의 어마어마한 전발치 병원비와 저희의 현실적인 경제적, 심리적, 공간적 여유 사이에서 어지럽게 왔다갔다 하는 사이 장군이의 상태는 안 좋아졌습니다.

사랑과 책임감은 함께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치료를 시작했고 전발치 후 방사는 할 수 없기에 저희 품에서 보듬기로 했습니다. 

함께여서, 함께이기 때문에 춥지 않을 겨울을 장군이와 같이 하겠습니다.^^





*장군이와 구조자분은 둘도 없는 인연으로 이어진, 운명의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스팔트에도 벌러덩 드러누워 애교를 보여주던 장군이가 이제는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사랑을 받으며 지내고 있겠네요. 장군이를 구조해주시고 가족이 되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장군이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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