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탄을 피해 더러운 공간에 숨어지내다 병에 걸린 '꼬물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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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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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꼬물이를 처음 발견한 건 고양이들이 본인 집 근처에 변을 본다며 그 작은 아이를 비비탄 총으로 쏘고 있는 한 아저씨 때문이었습니다. 비비탄 총에 놀라 도망가는 모습을 처음 마주하고 그때부터 밥을 챙겨 주기 시작했어요. 

꼬물이가 비비탄 총 쏘는 아저씨로부터 몸을 숨겨 자리 잡은 곳은 집 근처 쓰레기장 수준의 아주 더럽고 악취나는 공간이었어요. 2개월 정도 되어보이는 때부터 얼마전까지 그 더러운 곳에서 먹고 자고 한 탓에 꼬물이는 결막염을 달고 살았고 숨소리가 매우 거칠었어요. 거기다 구충까지 발견되어 근처 병원에서 구충제와 결막염 안약을 처방 받아 치료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가냥이 살아가기에 너무도 열악한 환경은 증상을 반복 및 악화시켰습니다. 

혼자 아픈 몸으로 힘들었을텐데도 밥을 주거나 장난감을 가져다주면 너무 좋아했어요.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에서 저를 기다린 것처럼 부르면 달려와 다리 사이에 몸을 부비고 큰 소리로 골골송을 불러대면서 너무 씩씩하고 밝았던 모습이 오히려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려운 길인 줄은 알지만 내가 함께 하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묘주가 될 분을 찾아주자고 큰 마음을 먹었습니다. 1달 가량을 입양 게시글을 써올린 끝에 운좋게 입양 희망자 분과 인연이 닿았고 입양 보내기 전까지 힘이 닿는 데까지 치료해주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병원에 가 검진을 받았는데, 칼리시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장), 마이코플라즈마까지 총 세 가지의 전염병을 가지고 있었고 태어날 당시 상황이 열악했는지 꼬리는 낚시 바늘처럼 끝이 휘어져 있었습니다. 꼬리는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지만 바이러스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래야 무사히 입양까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바이러스로 꼬물이가 앓고 있는 증상은 구내염, 기침과 콧물, 설사와 피눈꼽이 끼는 결막염입니다. 그래서 약과 영양제를 처방 받아와 서툴지만 알약을 먹이고 영양제를 거르지 않으며 변 상태를 확인하고 최대한 깨끗한 공간에서 아파도 밝게 이겨낼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다녀온 날부터 격리된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급속도로 상태가 안좋아졌어요.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먹던 꼬물이가 밥을 입에도 안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운도 없어지고 설사 증상과 기침, 콧물의 호흡기 증상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문의와 상담 끝에 병원에서도 꼬물이를 빨리 데려오라고 하셔서 결국 입원이 결정되었어요. 구내염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약은커녕 밥조차도 먹지 못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한창 성장해야 하는 어린 고양이의 몸무게가 3.2kg에서 2.7kg까지 빠져있었어요. 입원은 불가피했고 입원과 함께 방사선부터 초음파, 바이러스, 혈구, 염증 등의 수치 검사들이 이어졌고 격리실에서 수액 맞고 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이를 조금더 빨리 구조하지 못한 제 탓 그리고 또 혼자 덩그러니 그렇게 무서워하는 병원에 두고 온 게 너무 미안했어요. 또한 현실적인 부분... 병원비의 올가미가 제 목을 옥죄어 오는 것 같았어요. 아픈 아이 두고 병원비 생각하는 제가 너무 못됐지만 그리 좋은 형편이 못돼 카라의 구조 지원을 신청합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꼬물이는 입원해 수액을 맞고 수치를 체크한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꼬물이 흉복부 엑스레이 촬영한 결과 림프절이 보일 정도로 상태가 안좋다고 하셨어요. 백혈구 뭉쳐 있는 등 수치나 형태도 좋지 못하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은 어느 정도 호전될 때까지 격리실에 입원해 수액을 맞으며 매일 수치 및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합니다. 

입원해 상태가 호전되면 퇴원해 집으로 데려와 케어할 예정입니다. 기력을 회복하고 수치가 정상화 된다면 항생제 및 처방약과 영양제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치료가 완료된 후에는 1차 접종까지 마친 후 꼬물이 입양하시기로 한 분께 가게 될 거에요. 입양자 분의 가정환경과 함께 지내는 고양이의 상태도 물론 체크하고 확인해두었습니다. 




[퇴원 후 소식]

꼬물이는 퇴원하고 3일 정도 후 바로 입양을 갔어요. 거의 한 달 간의 치료 과정 끝에 상태는 호전돼 재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재검 후에도 3가지(칼리시, 코로나, 마이코플라즈마) 중 칼리시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수치가 나왔어요ㅠ 그래서 계속 약을 먹여야 하는 상태였지만 저의 반려묘 또한 엄청난 염증 수치가 발견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 입양하시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 입양을 보냈어요.

입양간 곳에 먼저 입양 온 고양이가 있었지만 격리가 가능한 상황이라 입양을 보냈으나,  낯선 환경과 이별 등의 원인으로 입양 간 첫 날부터 꼬물이가 엄청나게 우는 증상과 함께 이식증을 보였다고 합니다. 밥도 안 먹고 숨어 있는 데다 이식증과 우는 증상까지... 너무 힘든 시간이었는데요ㅠㅠ

입양 후 3일째 입양한 집사님께서 병원에 데려가 내시경 통해 위에서 이물질을 빼냈고 그와 함께 중성화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중성화 후 발정 탓이었는지 기적처럼 이식증도, 우는 증상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제가 꼬물이를 만났을 때 "이렇게 성품 좋은 고양이가 있나..." 싶을 정도였는데요, 중성화 후부터는 꼬물이의 엄청난 친화력과 적응력이 빛을 발하면서 입양한 집사님과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잘 자면서 금세 적응했습니다.

지금은 칼리시와 코로나 재검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고, 그동안 특별한 증상 없이 건강하게 지냈던 터라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합사도 조금씩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워낙 사람과 고양이를 좋아했던 꼬물이는 좋다고 다가갔지만 먼저 입양된 아이가 경계심과 겁이 많은 편이라 하악질을 난사하고 있어서 합사는 조금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그래도 같은 공간에 있을 정도로 많이 친해졌다고 해요.

그리고 꼬물이는 제가 지어준 김꼬물이라는 이름에서 모짜로 이름이 바꼈어요. 워낙 착하고 말 잘 듣고 애교가 심각하게 많은 성격이라 눈만 마주쳐도 골골송을 불러서 집사님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길에서 꼬물이가 엄마처럼 따랐던 노랑이라는 아이도 함께 입양되었으면 좋았을텐데  노랑이라는 아이는 사람을 심하게 무서워하는 데다 2년 정도 된 성묘라 구조와 입양이 어려웠던 터라 안타까움이 조금 있습니다. 구내염에 걸려 밥도 못 먹고 말라가고 있는 노랑이를 볼 때마다 꼬물이와 떼어 놓은 게 잘한 것인지 딜레마에 빠지곤 하는데요ㅠ 노랑이에게 제 도움의 손길이 닿을 수 있길 바라며, 또 꼬물이... 아니 모짜의 행복한 미래에 큰 도움 주신 카라 측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학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지내던 꼬물이가 치료받아 정말 다행입니다. 긴 치료를 잘 버텨준 꼬물이, 포기하지 않고 곁을 지켜주신 구조자님, 가족으로 맞아주신 입양자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함께 지냈지만 구조되지 못한 노랑이에게도 구조자분의 지속적인 돌봄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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