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백돌이는 제가 사는 단지에서 태어난 귀엽고 뽀얀 하얀 고양이에요. 아마 2017년경 태어난 것 같아요. 항상 제가 밤에 밥 주러 가면 조용히 있는 아이였는데 영리해서 중성화 덫에 들어가지 않아 저를 애태우곤 했어요. 그래도 잘 살고 있었는데 2020년 여름부터 갑자기 보이질 않았어요.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지인 캣맘이 제가 사는 지역의 백돌이같다고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백돌이가 힘없이 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그곳은 옆 단지와 그 옆 건물의 경계선으로 캣맘들이 겨울집 여러 채들을 건물 펜스 옆에 둔 곳이었어요. 건물의 넓은 정원과 호수공원길로 길냥이들이 지내긴 아주 좋은 장소이고 돌보는 캣맘분들도 여럿 계세요. 백돌이는 중성화가 안되어 있는 채 떠돌다가 구내염마저 생겨서 제가 사는 2단지를 떠나 그 곳에 정착한 것이었어요.
우리 동네에 살 때는 침 흘리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구내염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연수원 캣맘들은 구조할 생각은 못하고 매일 아프고 말라가는 백돌이의 사진만 계속 보내왔어요. 저는 제가 사는 단지에서 20여마리 밥을 주고 있고 다른 구내염 냥이들 수술시키느라 정신이 없어서 백돌이 사진만 보고 속상해서 울고만 있었어요. 위의 사진은 작년 겨울과 이번 봄 사진으로 그나마 상태가 괜찮을 때였어요.
백돌이가 너무 걱정이 돼서 그 쪽으로 약 2주 동안 매일 밤마다 가서 백돌이가 나오는 시간과 장소를 체크했는데 아파서 그런지 나오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애를 먹었어요. 겨우 백돌이를 눈으로 확인하니 체격 좋았던 아이가 너무 말라서 앙상해져 있었어요.ㅠㅠ 더 이상 지체되면 안될 것 같아 드랍트랩 전문가를 모셔서 한 번은 실패하고(백돌이가 나오는 장소가 2군데인데 반대편에 있더라구요ㅠㅠ) 하루 굶기고 후라이드 치킨을 한 마리 시켜 냄새를 풍긴 후 극적으로 잡았어요! 극적인 이유는 트랩 전문가가 하필이면 화장실 갈 때 백돌이가 나와서 제가 잡을 뻔 했는데요. 그러면 놓치기 쉽기 때문이에요. 제가 줄을 잡아당길 그 때 전문가가 뛰어오셔서 잡았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다음날 동물병원으로 가서 구내염 전발치와 중성화를 거행하였습니다. 입안 염증이 심했다고 하네요. 며칠은 침을 흘렸어요. 위의 사진은 수술 후 많이 좋아진 모습입니다. 경과가 좋고 병원에서 아침 저녁으로 파우치를 주고 잘 케어해서 첨 들어갔을 때 말랐던 모습에서 엄청 뚱뚱해져서 나왔어요!^^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백돌이는 수술 후 상태가 좋고 야생성이 강하여 돌봐주시는 캣맘이 2분이나 계셔서 방사하기로 결정했어요. 9.25일에 퇴원하여 캣맘 2분과 살던 곳에서 방사식을 하였어요. 바람처럼 도망가서 4일만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현재는 캣맘 2분이서 아침 저녁으로 돌보고 계셔서 하루에 간식을 2번이나 먹고 살이 아주 통통하게 쪄서 잘 살고 있어요. 매일 서로 카톡을 주고 받으며 아이의 상태와 케어를 의논해요. 입이 아파서 못 먹고 버썩 마른 때와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으로 힘들었지만 수술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돌이는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표정이네요. 어떻게 보면 그 기세가 꺾이지 않은 게 반갑기도 합니다^^ 돌봐주시는 분들도 여럿 계시니 앞으로도 백돌이는 씩씩한 길냥이로 잘 지낼 것 같아요. 사라진 백돌이를 찾아 먼곳까지 가서 직접 챙겨주신 구조자님도 백돌이의 근황을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든든하실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의 큰 사랑을 받은만큼 백돌이가 다시는 아프지 않고 씩씩하고 건강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