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염으로 두 번 수술을 받아야 했던 '노랑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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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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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노랑이는 제가 2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와서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입니다. 다른 고양이의 밥을 챙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무나 몰골이 지저분한 고양이가 다가와 울었습니다. 동네에 고양이를 챙기는 사람이 없었고 그때부터 저는 노랑이의 밥을 정기적으로 챙겨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구내염 치료를 해줄 생각은 못했습니다. 가끔씩 약을 먹이는 정도였습니다. 이후 고양이 구내염에는 발치가 가장 필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선뜻 시도하지는 못했습니다. 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노랑이는 드물게 보였습니다. 이후에도 동네에서 구내염에 심하게 걸린 고양이 몇 명을 더 챙겼고 그들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아픈 고양이들이 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봄에 우연히 알게 된 케어테이커가 구내염이 심한 고양이를 수술해주려고 해서 제가 포획을 돕고 병원을 같이 다녔습니다. 카라에서 지원받는 걸 돕기도 했고요. 그 한 달 사이 노랑이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 노랑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한 주민이 자기 집 앞에서 매일 노랑이의 밥을 챙겨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 그 주민을 찾아가 제가 노랑이를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주민은 노랑이가 아기 때부터 가끔씩 봤다고 했습니다. 가끔씩 보이다 안보이다 했는데 이제는 몸이 많이 안 좋은지 지난 겨울에 갑자기 찾아와서 정착하더니 마련해준 겨울집에서 꼼짝도 않고 음식만 받아먹었다고 했습니다. 그 분도 노랑이를 보면 너무 안타까웠지만 선뜻 치료를 해줄 생각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허락을 받아 그 집 앞에서 노랑이를 포획했고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그때가 6개월 전입니다.

당시 데려간 병원에서 노랑이는 송곳니를 제외한 이빨을 발치했습니다. 저는 여러 병원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송곳니를 포함한 전발치가 가장 좋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성구내염인 노랑이를 위해 송곳니를 포함한 전발치를 요청했으나, 수술 당일에 의사로부터 송곳니에 염증은 없어서 발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다 뽑지 않아도 노랑이가 좋아질 거라면 오히려 잘됐다는 기대로 예후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노랑이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침을 많이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자 밥을 먹을 때 얼굴을 터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약을 먹을 때만 잠시 괜찮을 뿐 약을 끊으면 수술 전만큼 침을 흘렸습니다.

노랑이에게는 미안했지만 한 번만 더 치료를 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송곳니 발치와 레이저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알아보고 포획을 시도했습니다. 고양이를 구조하고 치료해주는 건 몇 번 겪어도 매번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입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겪어야 하는 고양이를 생각하면 치료 기간 내내 마음이 불편합니다. 야생성이 강한 노랑이가 TNR과 구내염 치료를 위해 두 번이나 포획된 적이 있는지라 일단 잡혀는 줄지 시작부터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다행히도 이틀 만에 포획해서 입원을 시켰고 의사에게는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예상보다 노랑이는 빨리 포획되어 수술받기 전 일주일 동안 약물 치료를 했습니다. 입 안 상태가 좀 진정되어야 출혈도 덜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0월 14일에 수술을 했습니다. 노랑이의 송곳니들은 이미 많이 썩어 있다고 했습니다. 송곳니 4개를 다 발치 하고 입 안의 궤양을 레이저로 제거했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고, 의사의 말에 따르면 치아로 인해 염증이 생길 일은 없다고 합니다. 지금은 회복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노랑이는 포획된 장소에서 하루 두 번씩 찾아와 밥을 먹었습니다. 이 주택에서 노랑이에게 매일 밥을 챙기는 주민은 노랑이가 유일하게 손길을 허락하는 사람입니다.(제가 이미 한 번 포획한지라 이제는 저를 보면 하악질을 합니다..) 지난 겨울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혹서기나 혹한기에는 이곳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비록 개인 사정으로 노랑이를 입양하진 못하지만 평생 노랑이의 밥과 약을 챙겨주며 돌볼 것입니다. 저 역시 노랑이가 매일 부드러운 사료와 습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돕고, 추가 진료나 약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최근 소식]

노랑이는 지난 주 월요일인 오전에 방사했고, 줄행랑을 쳤던 노랑이는 몇 시간 후에 바로 찾아와 밥을 먹었습니다. 날이 추워져서인지 그 사이 털도 잔뜩 찌웠습니다. 요즘은 밥을 챙겨주는 분이 주택 마당에 마련한 아늑한 집에서 밤마다 잠을 잔다고 합니다. 가끔 투명한 침을 흘릴 때가 있는데 병원에 문의해보니 레이저 시술을 해서 당분간은 혀 사용이 아주 편하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노란 침은 전혀 흘리지 않고 있습니다. 꾸준히 상태를 체크해서 노랑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안 아프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구조 지원에 다시 한 번 큰 감사를 드립니다.  


*노랑이가 아늑한 집에서 추운 겨울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야생성이 강하고 두 번이나 포획되었는데도 방사 후 곧바로 다시 밥자리에 나타난 노랑이는 꽤나 당당한 성격인가 봅니다^^ 구조자님과 주민분이 함께 돌봐주시니 노랑이가 걱정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픈 아이들을 도와주시고, 잘 보살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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