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의심으로 구조되어 복막염까지 진단받은 '고동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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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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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저는 원래 본가에서 고양이 3마리를 10년 동안 키웠습니다. 하지만 두 마리가 2020년에 아파서 세상을 떠났어요. 아이 죽는 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그 이후엔 도저히 또 다른 고양이를 새로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 고양이들 가끔 맡아주거나, 길고양이 츄르 주는 정도로만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친구가 5월부터 공원에 밥 챙겨주는 아이가 있었는데 이사를 가면서 이제 챙겨줄 수 없다며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저도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 평생 책임지기는 자신이 없었던 터라, 단순히 밥만 주는 거면 제가 챙겨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가 고동이입니다. 그렇게 8월 중순부터 고동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집과 공원은 걸어서 15분도 안 되는 거리입니다. 가는 길 중간에 제 회사도 있어서 퇴근하고 들러서 주거나 산책 겸 나가서 주고 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겁이 많아서 밥을 줄 때 얼굴을 통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멀리 도망가진 않았고 항상 나무 뒤, 수풀 사이에서 밥 주는 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제가 자리를 뜨면 그제서야 밥 먹더라구요. 웃긴 게 손 멀리 뻗어서 츄르 주면 츄르는 또 받아먹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또 도망가거나 하악거렸습니다. 저도 저한테 오거나 또 제 손 타면, 괜히 제가 또 마음 약해질까봐 더 가까워지기 위한 큰 노력은 안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는 척 하고 멀리서 밥 먹는 거 보고 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9월 중순쯤, 항상 비어있던 밥그릇이 점점 줄지 않았습니다. 날 추워져서 컨디션이 안 좋아졌나, 입맛이 떨어졌나 싶어서 처음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밥이 거의 안 줄고  츄르도 안 받아먹었습니다. 츄르 껍데기에 츄르 묻히고 손 뻗어서 코에 억지로 묻히면 그것만 핥아먹었습니다. 밥 안 먹은 날짜를 세어보니 벌써 열흘이었습니다. 이러면 무조건 지방간 생겼겠다 싶어서 고동이 있는 자리 근처를 에워싸고 구조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Day 1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지방간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아직 황달은 오지 않았는데, 이건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날로 입원시켰습니다.


Day 2~3
병원에서 습식 갈아서 주사기로 칼로리 계산해서 하루에 6번 강급한다고 했습니다. 받아먹는 건 잘 먹는다고 했고 츄르는 아직 안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밤에 피를 3번 토했습니다. 그냥 피가 아니라 선지 같은 피를 토했다고 했어요. 그전엔 강급하면 그래도 밥 꿀떡꿀떡 먹었는데 이젠 밥 안 먹으려고 밀어낸다고 했습니다. 위 내부 출혈 멈추게 하는 바륨 처치한다고 했습니다.


Day 4~5
황달이 약간 왔고 간 손상도도 더 올랐다고 했습니다. 비강튜브를 달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애 상태가 이때 피크로 안 좋아 보였습니다.


Day 6~7
황달도 떨어지고 염증 수치, 간 손상도 수치 다 점점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빈혈도 확 감소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위 내부에서 출혈이 다시 생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바륨을 다시 먹인다고 했습니다. 


Day 8~9
혈토는 없지만, 흑변을 계속 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출혈이 맞는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츄르에 반응하진 않지만 그래도 코에 대면 핥는 정도였습니다.  


Day 10
이 정도 수치면 퇴원해서 경과 보라고 하셨습니다. 입원하는 것도 스트레스일 테니 계속 입원해도 좋은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약을 지어주시긴 했는데, 애가 약 먹는 스트레스 때문에 밥 안 먹으면 또 문제니까 밥 먹이는 걸 우선으로 하고 약은 상황 봐서 먹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복부랑 종격동에 림프절이 커져 있는 게 있는데, 그건 지방간과 또 별개의 문제니까 지방간 회복하고 나면 병원 와서 염증 체크하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복부랑 종격동에 있는 림프절 염증 있는 거 뻔히 아는데, 다시 방사시킬 순 없어서 일단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엄청 숨고 하악질하긴 하지만 그래도 막상 만지면 골골댑니다. 가까이 가면 또 도망가서 아직 안아보진 못했고 역시나 약도 못 먹였습니다. 지금 자가식이는 돌아온 상태라 밥은 먹고, 츄르는 종류 가려서 먹습니다. 길고양이라 그런지 막 장난감으로 놀거나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아직 염증이 있어선지, 위가 약해서인지 자주 토하긴 합니다.

제 느낌상 림포마 아니면 복막염 같습니다. 한 아이를 림포마로 보낸 경험이 있어서 제발 림포마는 아니길 바라지만, 또 복막염도 답이 없는 문제기에... 지금으로썬 먼저 지방간 회복부터 해야 할 거 같아서 밥이랑 간식 잘 주고 있습니다.

마땅한 입양자가 없다면 제가 데리고 있으려 합니다. 림포마든 복막염이든 뭐든, 염증 치료를 할 생각입니다. 아파서 먼저 떠난 제 고양이 두 마리 몫까지 다 해주고 싶습니다. 아픈 아이 데리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지만, 제가 해줄 수 있는 거 최대한 다 해주려 합니다. 작은 액수지만, 카라에 6년 동안 후원했습니다. 제 보탬이 돌고 돌아 고동이에게 온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도움받으려고 후원한 건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 고동이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이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최근 소식]

안녕하세요 치료비지원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었어요. 고동이는 부쩍 애교가 늘었어요. 저한테 와서 야옹거리기도 하고, 또 먼저 기대기도 합니다. 막상 만지려고 하면 도망가지만요..ㅎㅎ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잘 지내고 있었는데 최근에 또 식활력 감소한 느낌이 있어서 병원 다시 데려갔습니다. 퇴원 후에도 림프절 염증이 있던 아이라 아마 그게 문제가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수의사 상담 후, 복막염 치료 시작했습니다. 고동이랑 겨우 친해졌는데 약 먹이느라 다시 사이가 좀 멀어진 것 같습니다..ㅎㅎㅠ

오늘이 복막염 치료 5일 차라 아직 차도가 있는지 모르지만, 어떤 병이든 고동이가 꼭 완치해서 다시 뛰어다니고 밥 잘 먹으면 좋겠네요. 카라의 도움 정말 감사드립니다.


*손길을 느끼고 있는 고동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구조되기 전까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맘이 짠합니다. 하악거리면서도 구조된 것을 보면 고동이는 살 운명이었을테니 잘 치료받아 이겨낼 수 있을 거에요. 치료가 끝나고, 건강해지면 멀어진 사이도 곧 회복될 거고, 오히려 전보다 더 부쩍 가까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고양이별로 떠난 아이들도 고동이를 응원하겠지요? 그 응원의 힘도 받아 고동이가 치료를 잘 받고 씩씩하고 건강한 고양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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