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팔팔이는 3년 전부터 제가 밥을 주던 아이입니다. 늘 씩씩해보여서 팔팔이라고 불렀는데 올해 2월쯤 갑자기 한쪽 눈이 불편해보였습니다. 한쪽 눈에 눈물이 고여 있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고 눈을 잘 뜨지 못해서 혹시 싸우다 다쳤나 싶어서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일단 항생제를 지어먹이며 상태를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호전이 되지 않아서 구조해서 치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통덫을 빌려와서 설치를 했는데 전에 밥 주시던 분이 이미 중성화를 한 아이라서 그런지 통덫을 보자마자 줄행랑을 쳤습니다. 몇 번 더 설치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전문 구조사분을 모시고 와서 구조를 시도했는데 하필 그 날이 영하 15도의 너무 너무 추운 날이었습니다. 통덫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서 구조사님이 트랩을 설치하셨는데 습식 사료를 놓자마자 얼어버리는 날씨에도 다른 냥이들은 트랩에 들어가는 데 유독 팔팔이만 이리 저리 맴돌고 들어가지를 않았습니다. 8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결국 철수하고 포획하지 못했습니다.
구조사님도 못 잡으시는 거면 잡기는 어렵겠다 싶어서 눈을 거의 뜨지 못하는 등 증세가 심해보일 때면 항생제를 먹이고, 평소에는 면역 증강제를 먹이며 관리했는데 최근 눈 상태가 더 안 좋아진 듯이 보이고 저러다 실명이 되거나 적출이라도 해야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하는 마음이 계속 들었습니다. 다행히 11월 8일에 설치한 다른 덫에 아이가 들어가서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일단 병원에 데려갔을 때 아이가 전혀 손을 타지 않는 야생성이 강한 아이라서 넥카라를 씌우려다 의사 선생님이 손을 다치셨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마취를 하고 아이의 눈 상태를 살펴보았는데 눈에 스크래치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염색 검사를 진행하고, 안압이 높은지를 체크하는 검사도 시행했습니다. 다행히 두 검사에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 소견으로는 눈물이 계속 나서 각막이 시려 자주 비비고 이로 인해 눈 주변이 붓고 털이 빠지면서 염증이 계속 재발하는 상태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그 밖에도 불결한 환경이나 허피스 등으로 인한 알러지나 염증 반응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안과 전문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무튼 다행히 의사선생님이 보시기에 실명이나 적출 등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고 하셔서 1~2주 정도 입원해서 항생제와 소염제 성분의 안약 치료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입 안의 상태도 살펴보셨는데 구내염은 없고 치주염은 약간 있지만 치료를 요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팔팔이는 손을 전혀 타지 않는 야생성이 강한 성묘 고양이라서 임보나 입양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지속적으로 밥을 주면서 아이의 눈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시 병원에서 약을 지어서 먹이면서 관리해주겠습니다. 그동안 여러 아이를 구조하고 치료하면서 구조 자체도 어렵지만 치료비는 더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 많이 망설였는데 다행히 카라에서 지원을 해주시는 경로가 있어서 좀 더 마음 편하게 치료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소식]
팔팔이는 퇴원 이후 사람에 대한 경계가 더 늘어서 전처럼 밥자리에 가까이 오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서 저를 지켜보다가 제가 밥을 놓고 가면 비로소 와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약을 캔에 타서 주고 있는데 다행히 잘 먹고 있습니다. 아이가 가까이 오질 않으니 사진 찍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어제 다행히 밥 먹고 있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눈 상태까지 확인하기에는 거리도 있고 어두워서 쉽지 않네요.
앞으로 계속 팔팔이의 눈 상태를 지켜보면서 상태가 안 좋거나 하면 약을 지어 먹이는 방법으로 케어하겠습니다. 캣맘 활동을 하다보면 아픈 냥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냥이들 병원비가 만만치 않다보니 아픈 길냥이들 치료에 앞서 여러 가지 고민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카라에서 이렇게 지원을 결정해주셔서 치료비 고민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불쌍한 길 위의 생명을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되도록 열심히 후원하고 케어하겠습니다.
*경계심이 높아서 모습을 안보여주면 어쩌나 싶었는데, 고맙게도 밥자리에 나타나주었네요. 곁을 주진 않지만 밥과 약을 잘 챙겨줄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고양이들을 돌보시다 보면 아픈 냥이들도 많아서 고민도, 부담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길 위의 동물들을 돌봐주시고 살뜰히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