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다른 사람이 만든 길고양이 밥자리를 의도치 않게 책임지게 되었는데, 밤순이가 그곳에 밥을 먹으러 왔습니다. 침을 흘리고 건사료를 잘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구내염으로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매일 면역 보조제를 섞어 부드러운 영양식을 만들어 먹이고, 컨디션에 따라 항생제를 투여하여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밤순이는 항상 비슷한 시간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궁금하고 걱정되던 중 약 7개월 후, 밤순이는 많이 마르고 오염되며 거칠어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6개월 정도 지난 후 한 겨울에 다시 사라져 버렸습니다. 추운 겨울 동안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다시 돌아올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나타날 때 구내염 치료를 해주기로 다짐하고 있었는데, 2개월 이상이 지난 어느 봄밤에 다시 밤순이가 돌아왔고 며칠 후에 포획한 후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구내염 치료를 위해 병원에 데려간 밤순이는 이미 송곳니 세 개와 어금니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이빨이 모두 발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거하지 못한 그 어금니로 인해 발생한 염증은 매우 심각했으며, 설상가상으로 만성신부전까지 겪고 있었습니다. 어금니를 제거하기 위서는 턱뼈를 잘라내야 할 위험한 수술이기에 만성신부전에 걸린 상태에서 고려조차 해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열흘 간 수액 처치를 받고 신장 수치가 하락하여 퇴원 후 저희 집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밤순이는 매일 피하수액 처치와 다양한 신장 보조제 및 구내염 보조제를 투여받으며, 주기적으로 병원에서의 검사와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밤순이는 손을 타지 않은 아이라 먹을 때와 화장실을 이용할 때를 제외하고 집에서 나오지 않고, 하악질, 으르렁거림, 펀치, 심지어 침을 뱉으며 경계를 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담요를 씌우면 밤순이는 순하게 변하며, 피하수액을 놓고 입 주변과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닦아줄 수 있습니다. 밤순이는 제가 보호하며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해 돌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소식
밤순이는 그동안 신부전 치료로 엄두도 못냈던 입안의 봉합 수술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발치해 준 알았던 치아는 염증으로 녹아 부러지거나 빠진 것이었고, 혀 아래는 크게 벌어져서 턱뼈가 드러나고 내려 앉고 밖으로 돌출되어 매우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두었을 경우 턱뼈가 녹아 내려 음식을 못 먹을 수 있다는 소견에 따라 살을 찌우고 컨디션을 회복한 후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입 안에 살이 너무 없다보니 수술 후 다음 날 봉합 부위가 다시 벌어졌고, 재수술 과정에서 신장 수치가 악화되어 신부전 치료도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컨디션을 회복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매일 피하수액을 놓기 위해 주사바늘을 꽂는 제가 미운지 여전히 하악질, 침 뱉기, 찍기, 펀치 날리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밤순이는 손을 전혀 타지 않는 아이여서 구내염 수술 후 방사를 해서 돌볼 예정이었으나, 만성신부전에 구내염 말기, 그리고 신장암 소견까지 있어 호스피스를 해주기 위해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아픈 아이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 먹고 컨디션이 좋습니다.
밤순이가 앞으로 얼마나 살게 될 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잘 돌보겠습니다. 밤순이의 치료비를 지원해주신 카라에 감사 드립니다.
*밤순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또 치료도 잘 받고 컨디션도 많이 올라왔다는 반가운 소식까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묘생은 새로운 가족 곁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