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속에서 만난 구내염 고양이 ‘검둥’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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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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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암센터에서 하루 종일 검사받고 힘든 몸으로 간신히 걸어서 집에 가고 있는데 입 주변에 침이 묻어 있는 ‘검둥’이를 만났습니다. 검둥이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아서 그 자리에 멈춰 가만히 서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검둥이는 구내염에 걸려서 먹이를 먹을 때 아파했고, 침도 흘렸지만 바로 구조해서 치료해 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 약만 먹이며 몇 개월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암센터를 다니고 있는 저로서는 마음의 여유도,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먹이를 먹을 때 아파하는 검둥이를 보면 제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서 보기 힘들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구조하고 싶었는데 모든 게 제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구조가 늦어졌습니다. 그러다가 검둥이를 구조하기로 결심하고 통덫을 설치했는데 경계가 너무 심해서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저도 환자라서 추운 날 밖에서 몇 시간씩 서서 통덫을 지켜야 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검둥이는 일주일 동안 경계를 심하게 했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치료해 주고 싶은 제 마음을 알았는지 통덫으로 구조가 됐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검둥이는 나이가 많은 길고양이라서 구내염 말고 다른 질병이 나올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혈액검사에서 신부전 수치가 조금 높게 나왔고 칼리시, 허피스에 감염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신부전에 걸린 고양이를 치료해 봤는데 치료 과정도 어렵고, 완치도 안 되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양이 질병 중에 가장 힘든 게 신부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검둥이는 마취를 못 할 정도로 신부전 수치가 높지는 않아서 마취하고 발치 수술까지 무사히 받았습니다. 검둥이의 입안 상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험악했고 얼마나 아팠을지 너무 딱했습니다.

그런데 검둥이는 수술 후 신부전 수치가 많이 올라가서 수액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여러 날 수액 치료를 집중적으로 했는데도 올라간 수치는 전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계속 입원 치료를 받기에는 치료비 부담도 크고 식욕은 괜찮은 것 같아서 퇴원시켜 데려왔습니다. 병원에서 주신 처방약, 처방식, 보조제 등 정해진 시간에 맞춰 먹이면서 검둥이를 돌보며 애썼지만, 약을 안 먹으려고 해서 먹는 것보다 버려지는 게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검둥이랑 매일 씨름하듯 돌보았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먹이를 먹지 않으려 했고 경계가 심해서 강제 급여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며칠 지켜보다가 안 될 것 같아서 근처 병원으로 데려가서 수액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어서 퇴원시켜 다시 데리고 와서 돌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처음 계획은 검둥이를 구조해서 구내염 치료해 주고 제자리에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신부전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신부전은 완치가 되지 않는 질병이라서 치료 과정이 힘들고 수액 치료, 처방약, 처방식, 보조제로 평생을 관리해 줘야 하기 때문에 제자리로 돌려보낼 수 없습니다. 저도 환자인데 신부전 걸린 고양이를 평생 치료해 줘야 하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가혹한 것 같아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했고 가족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신부전 걸린 고양이를 제자리에 돌려보낼 수 없으니 제가 거둬야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검둥이가 아파하지 않게 돌보아 주는 게 최선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먹기까지 복잡한 심정이었는데 마음먹고 나니까 현실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해진 것 같습니다. 구조는 책임이라고 하던데 검둥이 제가 구조했으니 제가 책임지려고 합니다. 저도 검둥이도 치료가 순조로왔으면 좋겠고 검둥이가 치료받을 수 있도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구내염과 신부전으로 도움이 필요한 검둥이를 구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구조자님께서도 빨리 회복하셔서 검둥이와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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