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파스텔은 구조 전까지는 실물로 본 적이 없는 고양이었습니다. 중성화를 위해 급식소에 설치한 관찰카메라를 통해 파스텔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관찰카메라 영상 속 파스텔은 빼빼 마르고 입 주변이 엉망인 상태였습니다. 침을 흘리고 힘겹게 사료를 한 알 한 알 삼키면서도 고통에 괴로워 머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니, 저까지 괴로워졌습니다. 관찰 카메라를 매일 확인하며, 오는 시간을 특정해 포획하시는 분께 포획을 부탁드렸습니다. 파스텔은 포획틀을 설치하고 3시간 만에 나타나 잡혀주었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파스텔은 제 생각대로 치주염과 구내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컷 성묘이지만 겨우 2.8KG로 굉장히 마른 상태라, 발치 수술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영양제를 좀 맞추고 잘 먹여서 살을 좀 찌운 뒤에 수술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지만, 의사선생님께서 혈액검사 결과 빈혈 수치가 좀 낮은 것 빼고는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수치들은 없으니, 차라리 빨리 아픈 원인을 제거해서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입원 다음날 바로 송곳니를 제외한 나머지 이를 전부 발치하였습니다.
다행히도 파스텔은 수술 이후 바로 습식을 먹을 정도로 식욕과 활력이 있었습니다. 퇴원 전 실시했던 혈검에서 빈혈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된 걸 보면, 구내염 때문에 아파서 못 먹어서 생긴 빈혈 같다고 하셨습니다.
퇴원 이후에도 살을 찌우기 위해 캔을 매일 두 개씩 먹이며 돌봤습니다. 사료도 잘 먹고 습식도 주는 대로 잘 먹어주었고, 구조 후 한 달이 된 시점에 1kg이 증량된 3.8KG이 되었습니다.
파스텔은 현재 제가 봉사하는 쉼터에서 케어하고 있습니다. 집고양이들이 예민한 편이라 아이가 건강해지면 순화시켜서 집으로 들여 천천히 합사를 진행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파스텔을 한 달 넘게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들여다보면서 고민한 결과 방사를 결심하였습니다.
저는 파스텔을 관찰 카메라로만 봤었기에 성격을 전혀 몰랐었습니다. 파스텔은 한결같이 병원에서도 쉼터에서도 사람이 보이기만 하면 하악질을 하고 침을 뱉고 하였습니다. 아직 아파서 더 예민하게 구는 것이라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내생활이 길어질수록 더 예민해져갔습니다. 밤마다 엄청 울어대고 케이지 문을 열면 오줌을 지리고 스스로 털을 뽑고 제가 시야에서 안보일 때까지 경고성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혈액검사까지 최선을 다해 잘 챙겨 먹이고, 혈액검사 결과 빈혈 수치가 정상 범주에 도달하면 방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카라 덕분에 치료 받은 파스텔 소식 들려드립니다. 파스텔은 드디어 이번 주말 혈검이 예약되어있습니다.
구조 후 한달이 되었을 때 체중은 1kg 증량되어 3.8kg이었다가 계속 지진부진하다 최근에서야 4.1kg이 되었습니다. 미미한 변화지만... 습식을 줘도 시들... 사료를 줘도 시들한 파스텔을 보면 이정도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나마 요즘엔 사료를 습식에 비벼주면 좀 잘먹습니다. 국밥같은 느낌일까요??
파스텔은 여전히 사람 자체를 엄청 경계하는 화쟁이입니다. 계속 갇혀 있는 게 안쓰럽지만, 빈혈 수치를 단단히 확인하고 내보는 게 파스텔을 위해서도 좋고 저도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지만 무엇이 맞는 건지 그저 제 욕심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의 파스텔은 오줌 지려서 집을 바꿔 주려고 하니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화쟁이라 이쁜 사진이 없네요.
시민구조치료지원의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