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우연히 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별이는 캣맘 분에게 밥을 얻어먹고 있었는데, 한여름에 갑옷을 걸친 듯 다 뭉친 털에 침도 질질 흘리고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였습니다. 밥그릇 주변을 떠나지 않고 서성거리는 걸 보면 먹고 싶은 듯한데, 입이 아파서 못 먹겠는지 주저하는 모습이 너무 짠했습니다. 밥을 주시던 캣맘 분께 물어보니, '애가 아픈지는 좀 됐는데, 경제적인 여력이 안되어서 치료를 못해 준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사정이 빠듯하고 밥 주는 고양이들도 많아 '눈 한번 질끈 감아보자'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에 갔습니다.
이후 그 근방을 지나갈 때마다 별이가 살아있는지 찾아다니며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별이를 찾아 헤매다가 문득 이렇게 더운 여름에 체력과 시간을 쓰며 마음을 졸일 바엔, 제가 좀 덜 쓰고 덜 먹고 별이를 치료해 주는 게 제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심을 하고 나니 구조는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습니다. 포획 틀을 들고 가자마자 운 좋게 별이를 만났고, 포획 틀을 놓자마자 자기 집 마냥 들어가 주었습니다. 쉽게 잡혀 준 별이에게 고마우면서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하루라도 더 빨리 고통을 덜어 줄 것을 어차피 구조할 건데 빨리 결심을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별이는 구내염이 심하고 빈혈도 있어 수술을 결정하면서도 너무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하게도 수술은 잘 끝났고, 수술 직후 거북이 등딱지 같던 털 갑옷을 벗은 별이를 보니, 아주 제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였습니다.
수술 이후 사료, 캔 할 것 없이 잘 먹으며 회복하고 있습니다. 염증 수치는 점차 개선되었지만 빈혈이 여전히 있어 혹시나 다른 병이 있는 걸까 덜컥 겁이 났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빈혈은 못 먹어서 생긴 것 같으니, 앞으로 잘 먹으면 회복이 될 것 같다고 잘 먹이면서 지켜보자 하셔서 한시름 놓고 무조건 잘 먹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별이는 퇴원 후 집에서 임시 보호 중입니다. 기본적인 성향이 순한 듯하지만, 아직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에 하악질을 하는 정도입니다. 일단은 격리 장에서 돌보면서 심적 안정과 빈혈 수치 안정을 우선하고, 건강을 회복하면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친해져 볼 계획입니다.
앞으로 식욕과 활력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병원에서 혈액 검사 예정입니다. 별이가 얼른 포동포동 살도 찌고 빈혈 수치도 회복해서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아직은 사람이 무서운지 귀가 옆으로 퍼져있네요. 그렇지만 위의 사진에서는 뭔가 궁금한 것이 있는지 캣타워 아래를 바라보는 모습에서는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구요.
구조자 님의 말씀처럼 털 갑옷을 벗고 가벼워졋으니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탐색하며, 맛난 것도 많이 먹고 빨리 회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