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기견보호소 ‘반송원’이 10여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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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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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5일 천안 반송원 보호소에서 대형화재로 입소했던 개 120여 마리가 불에 타 죽는 끔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많은 봉사자, 단체들이 앞다투어 죽은 아이들의 사체처리와 보호소정비에 나서 주었고,
수 많은 분의 자발적 모금과 물품지원으로 현재 5,000여만원과 다량의 물품이 모아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화재 10여일이 지난 시점에도 살아남은 아이들의 후속 진료와 보호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고,
원장님 부부도 70이 넘으신 연로한 나이로 이 모든 일을 신속히 처리하시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반송원 허경섭 원장님이 평소 신뢰하던 안성평강공주보호소(이하 평강) 소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셔서,
화재직후 평강에 1차로 15마리, 2차로 4마리가 이동된 상태였고,
나머지 33마리 아이들도 잘 보살펴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다 넘기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평강은 반송원 소장님과의 논의를 카라와 그때그때 공유하면서 좋은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반송원, 평강, 카라가 함께 논의하고 합의한 지금까지의 내용과 경과 등은 아래와 같습니다.






현재 진행상황

 

6월5일 마지막 아이들이 이동될 당시 연락이 안 됐던 허 소장님은 서울 목동 홍익병원 응급실에서 허리통증으로 치료를 받고 계셨다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다음날 천안으로 내려가셔서 합의사항이 잘 처리되도록 움직여주고 계십니다. 계획대로라면 6월7일, 오늘 그동안 아이들을 돌봐 오셨던 소장님 부부의 작은 보금자리가 마련되고, 나머지 모금액은 평강으로 이전될 것입니다.

 


1. 평강에 임시견사 긴급설치









2. 반송원 화재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동전)







3. 포획 후 이동준비 완료











4. 평강보호소로 이동완료












반송원 화재로 우리가 돌아봐야 할 현실
: 왜 한국의 사설보호소는 자립이 불가능할까요?

 

반송원은 2005년에 연천에서 둔천으로, 그리고 현재 천안으로 오기까지 10년이 넘은 오래된 보호소입니다. 네비게이션에 반송원이 검색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2005년 둔천으로 이동할 당시 카라(당시 아름품)가 주도적으로 이전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비록 반송원이 시설도 낙후되고, 쾌적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원장님의 희생이 없었다면 아이들의 보호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번의 화재도 따지고 보면 개인의 관리소홀보다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한국에서 깨끗하고, 안정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설보호소는 극히 드뭅니다. 반송원을 가 보셨던 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사설보호소가 극히 드문 이유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식용이 존재하는 한 사설보호소는 자립도 못한 채, 사라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 사설보호소에는 입양보내기 어려운 백구, 누렁이 등이 많습니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개식용 농장에서 구조되거나, 도살 직전에 천운으로 살아남아 입소된 아이들입니다. 개인 구조자들이 돈을 주고 매입해도 입양을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후원을 전제로 사설보호소에 맡기게 됩니다. 기껏 구조했는데 10일 뒤면 안락사 되는 시 보호소에 맡길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때문에 한국에서 개식용이 지속되어 입양이 거의 불가능한 아이들이 끈질기게 쏟아져나오는 한 사설보호소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매년 60만 마리의 번식장 강아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국의 강아지 번식 판매 산업과 농림부 정책은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문화를 부추기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고 반려인의 책임의식만 강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이 사태의 끝에 사설보호소가 존재합니다.

 

◦ 따라서 소장님 개인, 봉사자 중심의 사설보호소는 점점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분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안락사만 없는, 진료 한번 제대로 못받는, 방치 수준의 낙후된 시설과 개들’이 오늘날 사설보호소가 마주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카라는 사설보호소에 대해 세 가지 기본적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사설보호소의 문제와 개식용, 불법번식장의 문제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둘째, 사설보호소의 문제는 민(개인)-관(정부/지자체)-민(단체)가 함께 해결해야만 가능한 문제입니다.

셋째, 두 번째의 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사설보호소는 점진적으로 폐쇄되어야 합니다.

 

카라는 이번에 반송원 문제 역시 이 세 가지 관점을 유지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특히 천안시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낼 생각입니다.

 

화재라는 참혹한 사건으로 너무 많은 생명이 하늘로 갔습니다. 이렇게 비싼 댓가를 치루고도 우리가 한발 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면 더 비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노부부가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사설보호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이번 폐쇄 결정은 온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평강공주 보호소측에 감사드립니다

다행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안성평강공주보호소'가 기꺼이 어려운 일을 맡아주셨습니다. 평강의 결단이 없었다면 반송원은 결코 바람직하게 해결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어려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계십니다. 이번에 살아남은 아이들 중에 검진, 미용 후 입양이 가능해 보이는 아이들이 최대 10여마리 추정됩니다. 반송원 화재로 가슴 아파하셨던 많은 시민들께서 이제 평강으로 관심을 옮겨 아낌없는 지지와 지원 부탁드립니다.

 

평강공주 김자영 소장님, 평강, 반송원 봉사자분들 모두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카라는 지금까지처럼 신뢰와 열정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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