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돼지 '공장'에 불이 나면서 5,000마리가 넘는 돼지들이 불에 타 죽었습니다. 돼지 한 마리가 탈출하려다 열등이 넘어진 게 화재 원인이라고 합니다.
돼지들은 거울 이미지를 이용해 먹이를 찾을 수 있으며 자신의 잠자리와 배변 자리를 구분하고 직소 퍼즐을 할 만큼의 인지능력이 높은 동물입니다. 이런 돼지들이 탈출구 하나 없이 갇힌 채 불에 타 죽거나 질식해 사망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에 통증이 밀려옵니다.
그런데 돼지가 불에 타 죽은 것 보다 우리에게 더 서늘하고 깊은 고통을 주는 건 그 짧은 생이나마 죽기 전 돼지들이 살아온 환경입니다.
화재 현장의 돼지 '공장'은 말 그대로 '공장'.
이런 곳에서 돼지들이 먹고 자는 이외에 둥지를 만들거나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탐색하거나 마음에 드는 동료와 사회생활을 하거나 계절의 변화를 느끼거나 신선한 바람과 햇볕을 보는 등 생명으로서의 모든 권리가 박탈됩니다. 우리는 이런식으로 돼지를 키워 하루에 50,000마리를 죽여 취식하며 점점 더 도살되는 돼지들의 마릿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 카라가 제주의 불난 대규모 돼지 공장에 갔을 때도 그 '공장'에 살던 돼지들의 고통은 공장의 규모만큼이나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인근 돼지 공장을 조사할 때 발견한 고층 돼지 공장은 바로 길 건너 도살장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고통 속에 불에 타 죽어갔을 무고한 5,000여 마리 돼지들을 진심으로 추모합니다. 이 잔인한 축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에 현재로선 죽음 외에는 없는 현실, 게다가 불에 타 죽는 극한의 고통까지 겪게 해 너무나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금요일, 그리고 곧 주말입니다. 장에 가면 냉이 달래 등 때 이른 봄나물과 맛있는 겨울 무, 배추 등 좋은 채식 재료들이 쏟아져 나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살되고 있는 돼지, 공장에서 신음하고 있는 돼지, 그리고 불에 타 죽은 돼지를 생각하며, 오늘, 그리고 돌아오는 주말에는 건강하고 맛있는 채식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