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이 부고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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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개 도살장에서 구조되어 팜 생츄어리에서 자유롭게 살던 닭 오팔이가 죽었습니다. 지난주 주말,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오전에 오팔이가 나오지 않아 닭장 내부 집을 확인해 보니 그곳에서 눈 감은 오팔이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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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하남 개 도살장에서 햇빛 한 줌 안 들던 좁은 곳에서 발견되었던 오팔이는 처음에 무슨 색의 닭이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되어 임시 보호처로 이동한 오팔이는 도착하자마자 다른 닭들과 함께 모래 목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황금빛 깃털이 드러났고, 오팔이란 보석과 같이 반짝거리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뜻에서 ‘오팔’이란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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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이는 작년에 팜 생츄어리로 이사 오면서 기존에 있었던 다른 닭들과 가족을 이루며 지내왔습니다. 자유롭게 뛰어놀고, 벌레도 잡아 먹으면서 모래 목욕 마음껏 즐기는 편안한 삶을 꾸려왔던 오팔이는 저희가 추정한 것보다도 나이가 많았나 봅니다.
갑작스럽게 떠난 죽음이지만, 그동안 오팔이가 행복하게 지냈을 것을 생각하니 슬픔보단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고마운 감정이 듭니다. 마지막까지 고기가 아닌 생명으로 존엄하게 살다 간 오팔이였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던 황금 수탉 오팔이의 위풍당당하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오팔이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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