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
  • 2017-08-02 10:14
  • 633

    아주 특별한 상영, <옥자> 관객과의 대화 후기




    지난 7월 28일, 카라는 대한극장에서 많은 시민들과 함께 아주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날 <옥자>의 상영과 더불어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과 함께, 카라의 대표인 임순례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는데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자리해주셔서 뿌듯했던 하루였습니다. 




    영화 시작 전, 많은 분들이 미리 상영관 앞에서 대기해주셨고 무려 300명이 넘는 분들이 ‘공장대신 농장을-감금틀 추방’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셨습니다. 


    (한 분 한 분, 꼼꼼하게 서명해주고 계십니다)



    이번 상영회에 큰 도움을 주신 분들! 바로 ‘닥터 브로너스’입니다.

    닥터브로너스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으로, 우리 주변의 많은 샵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제품인데요, 카라의 ‘공장 대신 농장을’ 캠페인을 지지하는 뜻으로 솝(soap)을 행사에 참여한 관객분들께 후원해주셨는데요, 서명페이지 QR코드가 박힌 책갈피와 함께 배포되었습니다.



    (상영관 입장 시 나눠드린 <옥자> 종이피켓. '공장대신 농장을' 서명에 실제 시민분들이 써주신 메세지를 그대로 출력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서명에 참여하실 수 있는 QR코드가 박힌 책갈피도 배포되었습니다)



    (상영 직전, 인산인해를 이루며 북적북적했던 상영관 앞 대기 행렬)


    두근거리는 상영회가 끝나고, 예정대로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과, 카라의 대표이신 임순례 감독 두 분이 자리한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 앞서, 간단한 안내를 드리는 카라의 김명혜 사무국장님)



    (정말 많은 분들이, 영화가 끝나고도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두 감독님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



    많은 분들을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은 <옥자> 관객과의 대화 진행시 녹취 전문입니다.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아래 대화를 참고하셔서 당시 분위기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 



    임순례  안녕하세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임순례입니다. 오늘은 영화감독 본분에서 벗어나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진행자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옥자>의 봉준호 감독님 박수로 환영합니다. 첫 번째 질문을 받기 전에 다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어서, 첫 질문을 여러분들이 준비하시는 동안 제가 하려고 합니다. 봉준호 감독님, <설국열차> 끝나고 듣기로는 할리우드에서 다른 영화제안도 있었고 다른 아이템도 많았는데 <옥자>를 해야 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으신지?

    봉준호  <설국열차> 준비 때 <옥자>의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었습니다. 플랜비와 넷플릭스와 함께 하기 전에 이미 두 명의 피디가 있었는데 2010년에 모여서 스토리라인을 공유하며 그때부터 <옥자>가 시작되었습니다. <설국열차> 촬영 때문에 체코에 있을 동안 한국에서 예비 작가가 자료를 조사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사실상 <설국열차>와 준비 시기가 겹쳐있었던 것입니다. 

     제작하게 된 계기는 글쎄요, 제가 동물에 관심이 원래 많고 평소 동물농장 등을 자주 보다보니, 그 프로그램은 동물 이야기를 사람 사는 이야기랑 섞여서 방영하고 있더군요. 소시민들의 삶과 엉켜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관된 컨셉이 있고. 그걸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011년경에 <옥자>를 제작하자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뭔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기 보다는 평소 그런 프로그램을 보거나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키웠다가 헤어졌던 기억들의 것들이 뒤섞이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임순례  그렇다면 <옥자>의 개봉까지 6, 7년 정도 시간이 걸린 것인데, <옥자>의 시나리오를 쓰고 아이템 구상하고 그 과정을 다 거치며 <옥자>를 만들기 전의 봉준호와 이후에 바뀐 봉준호가 있다면 어떤 것일지?

    봉준호  큰 변화가 있던 건 아닌데, 순대랑 소시지를 끊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배우 틸다 스윈튼이 소시지를 굉장히 맛있게 먹는데, 그 장면을 찍으며 옛날 생각이 나서 군침이 살짝 돌긴 했으나 가공육을 안 먹은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완전한 비건이 되지는 못하지만, 계란이랑 해산물을 먹는 정도, 페스코에 근접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쩌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습니다. 최근 조감독들이 사진을 보내줬는데, 노원구 쪽에 ‘옥자 순대국’이라고 있다더라구요, <옥자> 로고랑 마크를 써서 개업을 했던데(웃음). 그 분을 원망하는 건 아닙니다, 자영업이 얼마나 힘듭니까, 저는 혹시 넷플릭스에서 저작권소송을 걸까봐 불안하고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 가게가 있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더군요. 

    임순례  아마 그 가게 주인분은 영화를 안 보셨을 것 같다. 혹시 노원구 사시는 분이 있으면 소송이 굉장히 크게 번질 수도 있으니 미리 귀띔을 주시는 것이(웃음).



    관객1  궁금해서 여쭤보는데, 미자가 가지고 있던 금돼지가 있지 않나요, 그 금돼지로 옥자를 사고 난 후에 미자와 옥자를 한국에 보내줄 배송까지 해결이 되는지?

    봉준호  비슷한 고민과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금돼지가 생각보다 크기가 꽤 큰데요, 혹시 실제 가서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실제는 저거보다 굉장히 작은 사이즈입니다. 저 정도 부피의 순금이면 매우 비쌉니다. 액수도 상당히 크고요. 엄밀히 객관적으로만 따지면 미자가 손해 보는 장사입니다. 그 정도면 많이 남기는 장사고 그래서 흔쾌히 보내주었던 걸로 설정했습니다. 대신 이런 시선이 있더군요. 미자가 생애 최초의 거래를 하는 건데 미국까지 와서 거래를 하는 것을 되게 참담하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고, 저는 반대로 미자가 낸시 미란도의 수준에 맞춰준 것이다 라고 말을 많이 힙니다. 낸시 미란도는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이지 않습니까, 가격이 싸면 도축하여 죽은 것만 판다는 논리로 무장되어있으니 그 어떤 설득과 대화, 호소가 통하지 않으니 최후의 수단으로 옥자를 구하기 위해 꺼낸 거고, 그 거래를 했다고 해서 미자라는 아이가 영혼이 파괴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쓰라린 경험이긴 했겠죠.

    임순례  그 장면을 보면서 돼지를 건네주기 전에 손수건으로 닦는데, 최순실에게 핸드폰을 닦으며 건네주던 모 행정관이 생각이 나고(웃음), 이건 한국적인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는데 어떨지.

    봉준호  존 부어맨 감독의 <제너럴>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를 보면 도둑놈이 장물아비에게 금을 건네주면, 장물아비가 그 금을 깨물어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행동이 한국적이라 생각하지만 모든 나라에 다 있는 행동인 듯 합니다.



    관객2  오늘 보려고 줄거리 등 아무것도 안 보고 왔는데 내용이 이럴 줄 몰랐습니다. 고기를 하루에 두 번씩 먹었는데 좀 줄이는 것으로(웃음). 극장에 들어오다가 밖에서 공장식 축산업을 줄여보자 등등 서명을 하는 걸 봤는데, 만약 공장식 축산업이 감소된다든지 사라진다든지 하면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 이하가 되는 사람들은 못 먹게 되는 게 아닐지, 계급적이나 경제적으로 밀리지 않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게 가능할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카라분들이나 임감독님이 입장이 있으시겠지만 제가 받아 말하면- 공장식 축산이 사실 인더스트리가 만들어진 것이 최근 몇 십 년입니다. 인류가 고기를 먹어온 지는 오래 되었지만 공장식 축산은 비즈니스 논리로 만들어진 겁니다. 공장의 소나 돼지들을 효율적으로 도축할 수 있는 기계와 메커니즘을 만들어서 시스템을 만든 겁니다. 이윤이 되니까요. 그걸 위해서 여러 가지 공급으로 수요를 만들어낸 거구요. 공장식 축산이 없었을 때에도 인류는 고기를 먹으며 잘 지내왔습니다. 그걸 꼭 공장식 축산으로 해결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옥자도 똥을 싸고 방귀도 뀌지만, 수 천 수 만 수십만 소들이 모여서 생성하는 매탄가스가 대도시보다 더 심하고, 소, 돼지들이 먹는 물의 소비량이 엄청난데 거기서 소비되는 물, 그리고 GM사료를 먹이는 등, 축산이 일으키는 환경문제가 이대로 방치하면 정말 위협적인 부분입니다. 북미 쪽도 그렇고 그쪽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워낙 파워가 세고 로비력도 막강하니 그 폐해를 비판하는 운동을 하고 다큐를 만드는 분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영화 찍으면서 무섭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건 참 절실한 문제입니다. 공장식 축산을 줄여나가야 되고, 말씀하신 부분- 이를테면 경제적 형편은 여유롭지 않은데 고기를 좋아할 수도 있죠. 점점 줄여나가는 겁니다. 동물복지농장인증제도가 있죠, 지차제들도. 그런 게 늘어나야 하는데 말이죠, 아주 느린 속도지만 그런 농장이 있고 그곳의 육류는 유통량이 적고 비싸겠지만 만 원짜리 고기를 일주일에 한 번 먹을 것을 이 만원짜리를 2주에 한 번 먹는 것으로 가면 고기에 지출하는 가계 비용은 같으니 맞춰나갈 수는 있는 겁니다. 영화를 만들며 사실 영화를 본 모든 분들이 비건이 되야 한다거나 육식자체를 비난하고 싶은 의도가 있진 않았습니다. 돼지갈비집이나 자영업하시는 분들 많고, 그분들은 축산 대기업인 것도 아니고 그걸로 생계를 꾸리고 있죠. 그분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두부전골가게로 전업하세요’라고 강권할 수는 없으나 인류적 차원에서 크게 보았을 때 줄여 나가야만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 과학자들이 배양육 같은 것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건 증식하는 고기입니다, 두부처럼. 배양육이 상용화되면 더 이상 동물을 도살하지 않고도 육류를 먹을 수 있게 되는겁니다. . <설국열차> 원작만화 1편에 보면 이게 나오는데요, 실제 연구해서 성공을 했는데, 지금은 상용화해서 시판하기에는 가격대가 너무 높습니다. 공장식 축산을 줄이고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배양육을 먹으면 동물들을 도살할 필요가 없어지는거죠.

    임순례  언젠가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고, 봉감독님은 <옥자> 작품준비하시면서 공부를 워낙 많이 하셔서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로 잘 알고 계십니다. 공장식 축산은 지구의 환경적 차원- 어마어마한 수의 가축들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사료용 초지를 재배하다보니 해양이나 토지도 오염이 되고 아프리카나 제3세계, 인간들이 먹어야 할 식량을 사료용 곡물을 키우는데 소비가 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심각한 환경문제의 유발도 있지만, 공장식 축산에 대해 주목할 이유는 동물을 기본적으로 너무나 심각한 상태로 사육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동물을 키우는 환경, 도살, 강제 임신 단계에서 도살장 등 그런 부분에 주목하셨는데, 사실은 동물의 윤리적인 차원에서 감금틀, ‘스톨’이라고 하는 아주 작고 좁은 쇠창살 안에 돼지를 가둬키우고 있구요. 돼지의 세로보다 좁은 것이기에 한 방향으로 평생을 삽니다. 돼지는 지푸라기나 땅 속에 파서 먹이를 구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모든 것들을 차단한 상태에서 먹이 기능으로만 쓰이며, 반년 정도밖에 생존하지 못하고, 새끼를 7-8마리씩 낳고, 임신기간이 네 달이면 1년에 2, 3주만 모유수유를 하고 1년에 세 번, 2년에 네 다섯 번 정도를 출산을 하다 2, 3년 내에 도살당합니다. 동물복지차원에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류가 오랫동안 동물성 단백질을 먹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채식을 할 수는 없으나 너무 과하게 먹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1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46kg, 그중 반인 23kg가 돼지고기입니다. 예전에는 1년에 돼지고기 먹는 게 몇 번 되지 않았죠. 우리 조상들의 식단으로 갈 수는 없지만 우리가 먹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 싶고, 그나마 어느 정도를 줄여가자는 것입니다.

    봉준호  덧붙이자면 옥자를 그래서 돼지로 설정했던 것 같습니다. 생긴 건 굉장히 하마같이 생겼는데(웃음). 돼지가 제일 억울하기에, 소는 밭이라도 가는데 말이죠. 보는 우리도 부위별로 생각하지 않나요, 너무나 음식적으로 생각해서. 돼지가 되게 영민하고 청결하고 진돗개보다도 아이큐가 평균적으로 높다곤 합니다, 물론-아이큐가 도살 유무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음식으로 친숙한데, 내가 돼지라면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임순례  오늘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대한민국 대표적 동물학자이신 최재천 교수님이 계십니다. 조금 감상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잠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최재천  저도 내용이 뭔 줄 모르고 와서 봤는데, 결말이 슬프게 나면 어쩌나 걱정되서 마음을 졸이며 영화를 봤습니다. 예술적으로는 그게 좋은 건지 모르나 비교적 해피엔딩으로 끝내주셔서 감사하고, 2주 뒤에 침팬지 연구하시는 제인 구달 박사님이 오시는데, 구달박사님이 제게는 공장식 사육에 대해서 제일 강하게 반대한다는 것을 어필해주신 분입니다.  혹시 감독님께서 영화를 만드시며 참고하셨는지 모르지만, [꿈꾸는 황소]라는 책이 있는데요, 그 책에 보면 감독님은 돼지로 설정했지만 여기선 소가 나오는데, 사랑하는 암소가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장면은 영화에서도 나오죠- 그 뒤에 암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소를 데리고 농장을 탈출하는데, 탈출했다가 야생에 나가서 소는 야생에서 적응할 수 없는 동물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들을 잃고 다시 돌아온 게 농장이었다는 이야기가 주입니다. 일단 영화 자체가 과학적 어긋남이 많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두 분 말씀처럼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당장 나에게 영향을 못 미친다고 해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두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신 것에 대단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봉준호  동물학자시고 해서 긴장되었습니다(웃음).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추천해주신 소설은 되게 궁금합니다, 재밌을 것 같네요. 저는 그 책이나 구달 박사님보다는 도살장 내의 코럴웨이(Corral Way)를 설계하신 탬플 그랜딘, 그분의 책과 다큐멘터리, 인터뷰 등을 많이 봤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엄청 큰 도살장을 다녀왔어요- 그 분들은 ‘슬롯하우스’라는 단어를 싫어하고, ‘비프플랜트’라고 하는데- 여하튼 거길 갔습니다. 그녀가 설계한 커브로 된, 죽으러 들어가는 소들의 공포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작된 코럴웨이가 있더군요. 이 도축장분들은 자부심이 엄청 강했습니다. 엄청 큰 규모인데 우리는 되게 현대적 시설이고 NGO단체 등에서 다 인증해준 공장이다 뭐 이런. 정부뿐 아니라 각종 NGO들에게 시설 등을 보여주고 그들과도 의논을 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아니, 오히려 그런 시스템인데 그게 더 무섭고 살벌하게 느껴지군요. 되게 잘 갖춰진 자동시스템인데, 현대차공장처럼 말이죠. 역설적인 건 자동차공장은 ‘조립’을 하는데, 여기는 ‘해체’를 하고 ‘분해’를 합니다. 그 개념자체가 무섭고 끔찍한 겁니다, ‘어셈블’이 아니라 ‘디셈블’을 하는거죠. 

    그곳에서 하루 종일을 도축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 소리나 냄새-특히 냄새 같은 것은 도살장에 관련된 다큐에서는 맡을 수 없으니 잡을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죠, 완전히 나를 압도해오는 그 말로 설명하기 힘든 냄새, 그 냄새가 한 달 동안 나를 따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 - 피 냄새, 분비물, 살이 뒤섞인 냄새. 그게 무시무시하고 동물 분해과정이 정교한 기계장치들로 도배된 곳에 박혀있는 거죠. 분명 그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 비지니스를 하는, 영화 속 낸시 같은 사람들이요. 그러니까 이건 ‘돈을 벌기위한 비즈니스의 문제’라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인류의 식량문제를 걱정해서 만든 건 결코 아니죠. 실제 도살장에 가보면- 콜로라도에서 본 것을 기준으로 묘사드리겠습니다- 도살장 씬을 보고 무섭다고 반응한 분이 있지만 실제 도살장 중에는 그들 표현에 의하면 ‘인도적’이라고 묘사하지만 생명체가 상품으로 전환되는 순간인데, 끔찍하죠. 그런 도살장은 현대화된 곳이고 여전히 큰 칼로 소의 밑에서부터 자르는 도살장도 많습니다. 템포가 안 맞고 하면 소도 괴로워하고 하는 사람도 힘들고, 방아쇠를 당기는 그런게 가장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하는데, 보기에는 매우 섬칫하죠. 역설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임순례  공장식 축산에 환경오염이나 등등 몇 개 이야기를 했는데, 공장식 축산 대규모 밀집사육을 할 때 동물들 고통을 관리하는 인부들의 문제도 문제죠. 무신경하게 한다고 해도 생명을 다루는 것이고, 악취나 소음도 있지만 그 장면을 보며 트라우마를 많이 겪고 도살장에서도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대규모 구제역등이 생겨서 생매장을 하고 하는 사람들도 타격을 입고. 우리가 식탁에 오르는 고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겁니다. 그런 기피하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이민자이죠. 우리 나라도 대규모 농장 등에 이민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면에 그런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객3  마지막 장면이 먹는 장면이었습니다- 오이를 먹는 장면이었는데, 앞부분에 고기를 먹는  장면에서 죄책감이 느껴지다가 마지막에 통쾌하게 음식을 씹으니 앞으로는 먹을 때 맛만 생각할게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지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금한 건, 도살장 장면이 잔인하다고 하셨는데 그 장면 못지않게 인상적이고 징그러웠던 건, 옥자 뒤에 많은 돼지들이 남겨져있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미자도 죄책감이 드는 표정이었고, 그 장면이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 돼지들은 어떻게 되나 했는데 그 이야기는 안 나와서 궁금했습니다. 개도 우리가 키우는 개만 소중한 개는 아니니, 그 장면에서 의도하신 것이 있는지, 그 돼지들은 어떻게 되나요?

    봉준호  다 바코드가 찍힌 소시지가 되는 운명이죠. 이걸 ‘비육장’이라고 하는데. 보통 도살장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도살장 건물이 있으면 그 주변에 어마어마한 평야지대에 수 십 만 마리의 소들이 있습니다. 사료를 반 년 간 먹여서 살이 적당히 붙으면 죽으러 들어가는 것이죠. 차로 2, 30분을 달려도 소들이 계속 나옵니다. 걔네들이 반 년 넘게 생활하는 곳이죠. 다른 지역농장에서 소들이 와서 공급이 되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의 가장 큰 도축장을 다녀왔을 때 느꼈던 정서적인 최대의 쇼크가 바로 이 비육장에서 있었는데요. 도축장 내부 견학 때는 하나하나 눈에 보이는 기계들을 머릿속에 그려 넣어야 합니다, 이게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말이죠- 긴장해서 하나 하나 기억하려고 했습니다. 솔직히 들어가서 보는 광경들이 이 영화의 10배 이상으로 끔찍합니다. 하루 종일 서서 눈알만 도려내는 남미노동자들도 많습니다. 들어가면 기계소음 등 때문에 모든 과정이 초현실적이면서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생각이 없다가 7-8시간 만에 잠깐 바람을 쐬러 도살장 건물 밖으로 나온 그 순간, 공기가 확 좋아지며 ‘아, 살겠다’ 하는데 거기가 하필이면 비육장의 소들이 죽으러 들어가는 입구였던 거죠. 방금 전까지 안쪽 건물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 지고 있는지 다 봤지 않나요, 그 상태에서 밖으로 나왔는데 비육장의 소들이 죽음의 행렬을 하고 있던 거죠, 줄지어 들어가는 애들하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얼굴을 마주했는데 감정적으로 되게 견디기 힘들더군요. 웬만한 호러나 하드고어보다 심했고, 모든 게 초현실적이라서 반응할 틈이 없다가 밖에 나오니 그 과정을 겪게 될 동물들이 줄 지어 있는 걸 보는 그 광경이요. 그거 볼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게 영화에 그대로 반영된 겁니다. 도살장 내에서 미자가 목격한 것보다, 그걸 다 보고 나왔을 때 이제 곧 죽게 될 옥자들이 있으니, 그때 미자나 옥자의 감정이 당시 제 견학 때 느꼈던 것 비슷하게 해보고 싶었고, 도살장 내부보다 비육장 대기상태로 있는 돼지들이 더 슬픈 모습일 수 있다는 거죠. 아주 초창기 시나리오- 초고 때 북미 전역의 ANF멤버들이 동원되어 도살장을 쳐들어가서 그 돼지들을 다 해방시키는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그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더군요. 단 한 마리의 새끼를 구출, 해방시키고 극적으로 입양시키고, 나머지들은 운명의 길을 걷는다는 게 슬프고 괴롭지만 여운이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순례  다 해방되는 걸로 썼으면 관객이 더 많이 들지 않았을까(웃음).

    봉준호  그게 다 어디로 가나요 그러면(웃음). 그것도 문제입니다.



    관객4  AP통신의 기자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채식해야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혹은 그런 반응을 예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공장화되고 있는 축산 등이라든지, 특히 개고기 식용에 대한 관점이 궁금합니다. 외국에서 영화를 찍으며 개고기에 대한 질문 많이 받았을 듯 한데요.

    봉준호  촬영 중에 영화인들이 회식을 하면, 대부분이 삼겹살입니다. 배우나 제작자나 감독이 회식을 한 번 하자 그러면 대부분 삼겹살을 먹으러 가곤 하지요. <옥자> 때는 촬영감독도 그렇고 특히 돼지고기는 먹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그렇게 하려고 하니 갈 곳이 되게 없더라구요. 우리의 식생활 환경자체가 비건이 서울에 오면 갈 수 있는 곳이 사찰음식 등으로만 제한되어있으나, 미국은 그게 트렌드처럼 비건 열풍이 불어서 식당도 많고, 심지어 ‘페스코는 위선적이야’ 뭐 이런 이야기들도 하고 있지요. 한국이나 아시아의 상황은 다르지 않나요. 그리고 그런 미국조차도 휴메인소사이어티가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지 말자 뭐 이런 식으로 유도를 하지 않나요, 대체로 유난떠는 사람들로 비건을 인식하는 문화가 많으니까요. 그 허들을 넘어야 합니다. 아직도 그런 빈정거림의 반응이 많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순차적으로 사람들의 거부감을 없애며 접근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 단계를 우리도 겪어야 하구요. <옥자>팀도 돼지고기 먹지 말아보자, 드실 분들은 드시되 해산물도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선택의 폭이라도 주자는 거죠. 

    개고기에 관해서는- 네, 저는 예전에 개고기 관련된 영화도 찍은 적이 있는데요, <플란더스의 개>라고(웃음). 이 영화에 개를 드시는 분,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분들 등 다 나오기도 합니다. <옥자> 인터뷰 기간 중에 흥미로운 여기자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고 자기랑 오래 생활했던 반려견이 떠날 때 생각도 났고, 그분이 철학적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여기는데 소고기, 돼지고기는 너무 좋아하고... 그 고민 끝에 개도 먹기로 했다는 분이었습니다(웃음). ‘아니, 이왕이면 다 안 드시는 쪽으로 가시지 그래요’ 라고 말하니 그건 힘들다며, 그리곤 다시 반려견 이야기를 하다가 막 울고... 그래서 그 뒤로는 일정기간마다 보신탕도 드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 이 분 독특하시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뭐 그분의 판단이니 존중합니다만, 개 이야기를 언급하면서는 늘 소, 돼지 등 단계적으로 허들을 넘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에서 ANF를 묘사할 때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물권 운동하는 사람들이 전부 괴짜라는 주장, 유난떠는 사람들로 보는 인식이 강해서, 극중에서도 실버가 토마토를 먹네 마네 하며 가스이야기하고 하는데 다른 멤버들이 유난스럽다고 바라보는 장면도 나오죠, 일부러 그렇게 분할을 시켰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우리’랑 같은 사람들이라는 인식으로, 선을 긋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집에서 반려견을 가족으로 사랑하며 식탁 위에선 삼겹살을 구워먹습니다. 구분짓기를 하면 편리하거든요, 두 세계가 다른 세계라고 말이죠. 이 영화는 가족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이야기라 그 경계선을 허물고 싶었던 것입니다. 순차적으로 허들을 넘어야 한다는 접근법으로 봤을 때 개 도축에 관한 부분부터, 단계별로 하는 접근이 좋은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반박논리를 하는 분들이 이상하게, 동물 차별하냐는 등의 주장을 펼치죠.

    임순례  할 말은 너무 많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으로 진짜 질문하고 싶으신 분 딱 한 분만 받겠습니다.  



    관객5  영화를 보려고 경북에서 올라왔습니다, 축산학과 졸업해서 양돈을 전공했습니다. 직접 축산현장에서 일했구요, 영화처럼 좁은 스톨 등에서 돼지가 사는 것을 보았고, 이주노동자들과 일을 했는데 정신적인 고통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데 저도 지나면서 변하더군요, 내가 힘들면서 동물을 때리게 되고 비실비실한 새끼돼지들을 죽이고, 육가공을 도축/도살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이걸 식량으로 바라볼 것인지 아닌지 딜레마도 있었습니다. 공장식 축산도 반대하기 위해 하고는 있으나 지자체에서 막는 경우도 있고.. 

    봉준호  친동물인증을 하게 되면 수익성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더더욱 정부나 지자체나 서포트를 해줘야 이 문제는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 친동물적으로 양돈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황윤감독의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영화에서, 황윤감독님 남편분도 그러죠. 이 다큐멘터리를 한 번 보시길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봉준호감독 x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이 날 진행되었던 관객과의 대화는, 카라의 유투브 채널에서 전체를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플레이 버튼을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