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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1일 (월) |
살충제 달걀 해법을 위한 동물복지정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
“복지축산 전면화, 동물보호팀을 동물보호국으로”
소위 ‘살충제 계란’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산란계 농장에서 진드기를 막겠다며 살충제를 살포, 계란에까지 유해한 성분이 잔류한 상태로 유통되어온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먹거리의 안전성이 문제된 것이라 전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부는 전수조사와 결과발표 등의 대처과정에서 실수를 반복,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지난 7월 2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조류독감(AI) 위험수준을 ‘심각’에서 ‘주의’로 낮춘 지 20여일도 안된 시점에서 또다시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충격적입니다.
이제 언론에서조차 ‘공장식 축산’이 문제임을 공공연히 지적할 만큼,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참사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공장식 축산을 장려한 이후 2003년부터 한국에서는 거의 매년 조류독감(AI)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특히 이명박 정부가 ‘양계장 대형화’를 지원하면서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지난해 말 발생한 조류독감(AI)으로 4000만 마리에 가까운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되었습니다. 이제 공장식 축산은 국가적 재앙의 원인임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공장식 축산과 후진적인 동물복지 정책이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시대의 적폐입니다. 마리당 A4 용지 한 장 크기도 안되는 배터리케이지에 대여섯 마리 닭들을 가두어 키우니 당연히 면역력은 떨어지고 질병은 삽시간에 전염되고 맙니다. 진드기를 털어낼 방법이 없으니 살충제를 뿌려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조류독감(AI)과 살충제 계란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뿐입니다. 공장식 축산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예산을 쏟아붓고, 밀집사육으로 발생하는 조류독감(AI)과 살충제 달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수조원을 쏟아붓는 미련한 행태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입니까.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음에도 그동안 정부에서는 동물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소비자들의, 공장식 축산의 심각한 폐해와 국가적 위험 부과에 대한 우려 그리고 감금틀 철폐와 복지축산의 보편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왔습니다. 배터리케이지와 스톨과 같은 감금틀을 금지하고, 공장식 축산을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구제역과 조류독감(AI), 살충제 계란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해결방법임에도 축산업자들의 힘과 단편적 경제논리에 밀려 근본적 해결책을 뻔히 알면서도 주춤거리거나 외면 해온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이미 8,000만 마리에 이르는 죄없는 동물들을 방역을 명목으로 땅에 묻었고, 이제는 국민 건강까지 위협받는 등 총체적 난국입니다.
정부가 망설이며 우물쭈물 문제의 근본에 예리한 칼을 대지 못하는 태도는 앞서 발표된 200대 국정과제에도 동물복지 확대 및 공장식 축산 폐기가 각각 친환경 동물복지 농축산업 확산, 깨끗한 축산농장 5천 호 조성 등으로 에둘러서 밖에는 표현되지 못한 것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이제 국민들은 ‘친환경’이 사기이며 눈가림임을 다 알아버렸습니다.
천만 다행인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문제, 인간과 동물 모두의 생명과 안위를 위협할 문제가 발생하게 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축산업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공장형 사육 개선 등 다양한 대안이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초단기 대책으로 ① 계란 이력 추적 시스템 마련과 ②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협력 강화를, 중단기 대책으로 ① 친환경인증제 개선 방안 마련과 ② 한국형 친환경 동물복지농장 확대 ③ 산란계 사육환경표시제를 내놓았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근본적 개혁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하며 그 진심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동물복지 정책이 강력히 추진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복지 정책의 확대실시와 부처간 파워 겨루기에서 동물들을 대변하여 목소리를 내어줄 힘 있는 동물복지 전담부서가 절실한 마당에 동물보호·복지 업무는 여전히 일개 ‘팀’에 맡겨져 있습니다. 최근 ‘방역정책국’의 신설과 극히 대조되는 찬밥 먹이기입니다. 심지어 방역관리과 내에 있던 동물복지팀은 축산국 친환경복지과로 소속이 바뀌었습니다. 수의전문가에 의해 기획·집행되어야 할 동물복지 정책이 축산 분야로 이관된 것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처 과정에서 미숙한 실수로 혼란과 불안만을 가중시켰습니다. 동물복지와 방역에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가 여전히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물보호·복지 업무가 홀대 받으면서는 우리나라 축산업의 장기 비전을 세우는 일도, 인간과 동물이 함께 안전한, 지속가능한 축산 정책의 수립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근본적 축산업의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이제라도 동물복지팀을 축산 영역에서 분리하여 동물보호·복지국으로 신설하고 이를 통해 체계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수립, 집행하여야 합니다. 물론 부서 편제에 앞서 국가 차원의 새로운 동물복지 정책을 세워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동물복지특별위원회를 구성,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동물복지 정책을 입안하여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국 동물복지 법제도 개선에 있어 가장 일차적인 장벽은 국회 농해수위였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에 관심있는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률들은 번번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되기 일쑤였습니다. 자기 지역의 축산경제만을 우선시하는 해당 상임위의 풍토 탓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대부분의 정당과 후보자들은 국민에게 다양한 동물복지 공약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공약들이 선거용 립서비스가 아니었다면 각 당은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들을 당론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국회에서 법제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다시한번 진심으로 요청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최근의 조류독감(AI)과 구제역, 살충제 계란 등의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동물복지 정책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를 실현할 강력한 추진체를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각 정당은 국회 농해수위가 동물복지의 장벽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선을 앞당길 수 있도록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당론을 구체화하고 이를 해당 상임위 의원들께서 실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바른 동물복지 정책 마련을 위해 수십년간 동물복지와 동물보호 정책을 고민하고 실천해온 동물단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7년 8월 21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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