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학교 내 채식선택급식을 보장하라!
진정인들은 현재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진정인들은 동물에 대한 착취거부, 기후위기 대응 등 신념을 바탕으로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인들이 재학 중인 학교가 제공하는 학교급식은 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육류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진정인들은 학교에서 제공되는 맨밥에 부실한 식사를 하거나, 별도로 매일 도시락을 싸가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진정인들이 지난 3개월 동안 받은 학교급식 식단표를 분석한 결과, 진정인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진정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식사를 할 때, 다른 학생들과 이질감 없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통하여, 소외당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식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진정인들이 채식을 실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윤리적으로 사육되는 공장식 축산업과 동물 착취에 대한 거부, 전 세계 축산업으로 인한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신념과 양심에 따른 실천이다. 따라서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12년에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채식주의자가 제기한 진정사건에서 채식을 요구할 권리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교급식법에 따라 제공하는 학교급식은 청구인들의 교육받을 권리의 전제이자 조건이며, 교육권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진정인들은 학교급식에서 배제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별나다’는 편견과 차별로 인하여 적대적인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진정인들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학교급식에서 채식의 중요성이 점차 알려지면서, 최근 교육청 차원의 작은 변화들도 일어나고 있다. 울산광역시교육청은 2021학년도 학교급식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상시 ‘채식 선택 급식’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학교는 ‘채식 선택 급식’ 학생 현황을 파악하고 상담을 통하여 채식의 종류별 대체식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교육과 연계한 식생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학교 내에서 채식선택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교육청의 의지만 있다면 지금도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진정인들이 재학 중인 학교와 관할 교육청에서는 채식선택급식 제도 운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2020년부터 국방부는 신념, 건강, 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는 청년들을 위해 채식급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성장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차별 없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할 교육부는 채식인 학생들의 인권과 건강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학교 내 채식선택급식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진정인들을 학교급식에서 배제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진정인들은 지금도 매일 학교급식 식단을 받을 때마다, 거대한 벽을 마주하는 기분일 것이다. 이는 비단 진정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모든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가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이에 오늘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학교장은 비건 학생들을 위한 채식선택급식을 보장하라.
둘째, 교육청과 교육부는 모든 학교에서 채식선택급식을 운영하도록 관련 정책을 개선하고 실시하라.
2021. 6. 4.
채식급식시민연대 및 53개 공동주최 시민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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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채식급식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