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던 반려견이 죽자 억대의 돈을 들여 유전자 복제술을 이용, 같은 생김새의 개를 만들어낸 미국의 가수가 세계적 화제이다. 영화속에서나 가능했던 상상이 어느새 현실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복제에 대한 철학적 논란은 별개로 하고, 우리는 이러한 ‘동물 복제 산업’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죽은 반려견과 비슷한 개와 그 개를 안고 행복해하는 사람의 모습만이 비춰지는 미디어의 이미지는 그 결과를 낳기까지 고통당해야 했던 수많은 다른 개들의 참혹한 현실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우리는 서울대학교 수의대 연구소의 비인도적 실험행태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소위 ‘식용견 농장’에서 개들을 공급받아 난자를 채취하거나 대리모로 사용하면서 대단히 부적절하게 관리해 왔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연구진은 개들은 ‘식용개 농장’을 방불케 하는 연구소 내의 뜬장에 가둬두고 이 개들의 배를 갈라 난자를 채취했다. 수술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봉합부위가 터지거나 개들끼리 다치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사용’되던 개들은 실험후 다시 보신탕집을 겸업하는 ‘식용개 농장’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연구진이 개농장의 개들을 ‘재료’로 삼아 행한 실험이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특수목적견 복제사업’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고, 카라는 이를 확인하고자 서울대와 농촌진흥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였으나 농촌진흥청은 ‘국가안보’ 운운하며 정보공개를 거부하였고, 서울대는 아예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카라는 더욱 경악스러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촌진흥청이 문제의 복제활성화 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위 <반려동물산업 활성화 핵심기반기술 개발사업>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년간 43억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농진청의 이 사업은 ‘반려동물산업을 국가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반려견의 우수형질을 선발하고 증식을 효율화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명목하에 △반려견 유전자원 개량 및 집단 안정화 기술 개발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통합 플랫폼 구축 △반려견 주요질병 조기진단 및 복지증진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통합 플랫폼 구축이나 반려견 주요질병 조기진단 기술 개발 등은 필요한 주제이다. 그러나 ‘반려견 유전자원 개량 및 집단 안정화 기술 개발’은 반려견 복제생산을 가속화하고 지원하는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만 해 놓은 것에 불과해 실로 심각한 문제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생명윤리적 논쟁이전에 ‘돈이 되는 복제산업’이라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고통당할 수많은 동물들의 고통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조차 해당사업과 관련, "반려견을 대상으로 증식효율, 우수형질 등의 사업내용이 동물의 생명보호 및 존중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보호법'과 다소 괴리가 있으며, 동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물실험금지의 예외 조항과 다소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을 고려하여 연구윤리 및 연구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게다가 동물복제 연구사업과 관련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서울대학교 이모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이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실험동물보호법은 개를 포함한 9종을 ‘우선 사용 대상 실험동물’로 지정, “동물실험시설 또는 제15조제1항에 따른 우수실험동물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실험동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 조항도 최근 법개정으로 강화되어 올해 6월부터는 (개농장을 비롯한) 무등록 시설 등에서 실험동물을 공급 받을 경우 처벌된다. 서울대 연구진 동물실험의 윤리성 확보를 위해 정해둔 최소기준조차 무시해온 것이다. 게다가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고 카라를 비롯한 여러 동물단체들이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였으나 일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과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여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끊임없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던 서울대의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무색하게 하는 행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다시 국민의 혈세로 진행되는 ‘복제사업’의 연구개발을 맡는다면 이는 국가적 수치이자 동물실험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힘들게 될 것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농진청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해 온 복제 사업의 실체를 알기 위해 오늘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위 ‘반려동물산업 육성’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적폐에 가까운 정책이다. 동물복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마저 이같은 잘못된 정책을 답습하려 하는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농진청이 동물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동물복제 사업’을 주 내용으로 하여 슬그머니 진행하려는 ‘반려동물산업 활성화’연구사업‘을 거부한다. 동물복지에 지원할 예산은 없다면서 우리의 혈세를 일부의 이익을 위한 사업에 마음대로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반려동물은 ‘산업’의 대상이거나 상품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존재이다. ‘반려동물산업’을 육성하기에 앞서 대한민국 동물복지의 수준을 높이고, 동물학대와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한 노력이 먼저여야 한다. 만약 농진청이 이같은 요구를 무시하고 ‘동물복제 연구사업’을 강행하거나 비윤리적 실험행태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서울대 연구진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한다면 우리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까지 한국 동물실험 풍토의 비윤리성을 적극 폭로하고 규탄하기 위한 항의행동을 조직할 것이다.
2018. 3. 7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