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어쩌다 나무 위로 올라갔을까요?
10m가 훌쩍 넘는 높다란 소나무에 고양이가 올라가서 사흘째 그저 울고만 있다고 구해 달라는 시민 분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너무 높이 있어서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요.
보통 고양이가 어딘가에 고립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포획틀을 빌려드리거나 구조 방법을 안내해 드립니다.
하지만, 나무 위 고양이 구조는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위험이 따를 수 있어 카라 활동가들은 사다리차를 불러 문제의 소나무 아래로 향했습니다.
고양이는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밥도 물도 못먹은채 있는것도 서러운데, 까치들이 고양이 등에 앉아 고양이를 쪼았습니다.
고양이가 까치를 피해 위 아래에 있는 나뭇가지로 이동하면 또 따라와서 고양이를 쪼아댑니다. 까치들 입장에서는 제 영역에 들어온 낯선 녀석이 몹시 언짢았던 모양입니다.
구조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필 소나무는 군부대의 관사 마당 안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카라는 국방부, 구청, 동사무소 등에 고양이를 위해 관사로 들어가 구조작업을 하겠다고 공문을 보냈지만 끝내는 관사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고양이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이불 등의 장비를 가져갔지만 나무 아래에 깔 수 없었고, 결국 관사 밖에 사다리차를 대고 나무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사다리차가 자리를 잡기위해 주차 되어있는 차들을 빼달라고 했고, 퇴근이 늦어지는 차주분은 고양이의 빠른 구조를 위해 퇴근시간을 앞당겨 차를 이동 시켜 주셨습니다.
거의 반나절 끝에 활동가들이 각종 장비를 갖추고 사다리차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나무 가지가 너무 많고 날카로와 고양이 가까이로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초반 접근시에는 '야옹아' 하고 부르면 고양이도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활동가에게 다가오다가 시간이 지체되면서 무서운지 뒤돌아 위로 위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고려끝에 2차 방법으로 고양이보다 위쪽으로 사다리를 이동 고양이가 아래 가지로 내려가도록 유도했습니다.
고양이가 용기를 내서 소나무 아래로 타닥타닥 굴러 떨어지듯 내려갔습니다. 고양이가 혹여나 다치지 않았을까 싶어 가슴이 철렁했지만, 고양이는 다행이 다친곳 없이 총총총 가버렸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려서 건강상태를 정밀히 살피지 못했지만 어디 부러진 데는 없어 보여서 일단 안심했습니다.
다행이 나무위에서 살펴본 고양이는 TNR도 되어있고, 주민 분들에게 돌봄을 받고 있어 이후 고양이를 돌봐주시는 분이 고양이의 상태를 카라에 공유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활동가들은 직접 고양이를 나무 아래로 내린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가 활동가들을 보고 위급함을 느끼고 용기를 내서 나뭇가지를 짚어가며 땅으로 내려오도록 독려(?)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고양이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은 시민 분들과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카라 활동가들을 도와주신 시민 분들 덕분에 고양이는 땅에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제는 이렇게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도록 너무 높은 곳에는 올라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곧 들이닥칠 겨울도 따뜻하고 별 일 없이 잘 보내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