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위태로운 품종묘"모모", 출산도중 탈수로 쓰러진"밤톨", 범백을 이겨낸 "코코"이야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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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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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묘생을 시작한 모모이야기

모모는 2017년 11월 강북구의 어느 길에서 발견된 고양이 입니다.


평소에 잘 다니지 않던 길인지라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외출 냥이 인지,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은건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습니다.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양이는 아니라는 것뿐이었습니다.오전 10시에 지나가며 발견한 이 고양이는 오후 4시가 되도록 한자리에 머물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주변 상점에 물어봐도 처음 보는 고양이라는 말 뿐 이었습니다. 다음날 큰 추위가 예보되고있어 구조를 결심했습니다.

집에도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어 바로 집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동물병원에 들러 기본적인 검사를 마쳤습니다. 하악질 한번 하지 않고 기본적인 검사도 받고 발톱 손질도 했습니다. 모모는 2.2kg의 몸으로 영하의 날씨를 견디고 있었던 것 이었습니다.



 

다음날, 혹시나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을까싶어 모모가 발견된 곳 주변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부착하고 가족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꽤 오래 전부터 길 위에서 발견했다는 제보 문자 뿐이었습니다.

한 달의 기다림의 시간이 흘렀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기로 결심했습니다. 품종묘인데다가 암컷인지라 중성화수술 후에 입양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극진한 돌봄 속에서도 체중이 늘지 않아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있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예상연령에 비해 체구가 워낙 작아 혹시 복막염 발병가능성이 있는 상태일까 봐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모모는 다행히 건강한 몸으로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지난 2018.2월 새로운 가족을 만났습니다. 현재 창원의 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모모의 가족들은 외출마다 고양이 장난감을 사오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고 하네요:D

온라인 카페, 지역커뮤니티에도 원 가족을 찾는 전단지를 올려두고 1년이 지난 지금도.. 모모를 찾는 연락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모모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게 맞았나봅니다. 유기묘, 특히나 특정 품종을 가진 암컷고양이가 길에 있는 모습을 보니, 누군가가 외모만 보고 데려가거나 혹시나 번식업자에게 이용당할까 걱정되는 마음을 경험했습니다.  더 늦지 않게 구조해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참말 다행입니다.


#2. 출산 중 탈수로 쓰러진 밤톨이 이야기

2018년 5월 성북구의 한 식당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다가 생식기에 끼인 채 가게로 숨어들었어요. 도와주세요."  카라는 케이지와 담요, 혹시나 살아있을 새끼를 위해 따뜻 한 팩을 준비해 한걸음에 그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미고양이는 전날 아침부터 출산을 했고, 첫째고양이는 죽고, 2~4번까지 무사히 출산 후 마지막으로 추정되는 새끼가 생식기에 걸려있는 상태였습니다. 보통 3시간 안쪽으로 출산을 마치는 고양이들과 다르게 어미고양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상태였습니다.

가게 사장님은 어미길고양이에게 "밤톨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그동안 극진히 보살펴주시던 케어테이커 이었습니다. 밤톨이는 새끼를 낳다 힘이 들었는지 주방과 신발장을 오가며 몸을 숨겼으나 생식기에 끼인 새끼는 빠져나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게 영업을 하는 와중에도 신발장에 숨어든 밤톨이를 위해 가게 입구와 신발장의 불을 끈 채 밤톨이를 위해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밤톨이는 얼마나 지친건지 담요 한장으로 감싸 맨손으로 안아 들어올리니 그대로 안겨 이동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밤톨이와 살아남은 3마리 새끼는 카라동물병원으로 신속하게 이동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어미 뱃속에 혹시라도 또 다른 새끼들이 남았는지 엑스레이 검사를 하는 동시에 어미가 새끼를 돌보지 못하는 동안 파리들이 새끼들 몸에 낳아놓은 알을 제거 하느라 카라병원 선생님들과 활동가가 손을 모았습니다.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었던 밤톨이는 새끼를 챙길 여력이 없었고, 초여름 날씨였지만 파리가 새끼들 몸에 알을 낳았던 것 입니다.


밤톨이와 새끼들에게 병원 제일 구석진 입원장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몸이 많이 약한 새끼들은 인공수유를 했음에도 새끼들은 모두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밤톨이는 일반 길고양이와 다르게 사람의 품을 좋아하고, 매우 순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밤톨이를 돌봐주시던 분께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처음부터 사람을 보면 달려왔다" 라고 이야기를 한것으로 보아.. 유기묘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 케어테이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밤톨이가 구조된 곳은 다른 음식점도 붙어있는 곳으로,  다른 상점주인들은 밤톨이가 어두운 색의 털을 가졌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하며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곳은 앞쪽으로 2차선, 뒤로 8차선의 도로로 싸여져 있어 오랫동안 생활을 하기엔 위험하다고 판단해 새 삶의 기회를 주고자 현재 임시보호처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3. 범백을 이겨낸 코코이야기


코코는 옆블럭에서 지내는 부부고양이의 새끼였습니다. 구조자가 밥을 주는 구역의 고양이들 TNR부터 챙기느라 옆블럭의 고양이들까진 챙기지 못했고, 새끼를 출산한 것입니다. 수컷고양이들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가족의 곁을 떠나 이리저리 탐색을 활발하게 하는데, 코코를 어느 날 집 앞에서 만나 간식을 줬더니 집앞에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3개월령 어린 개체였지만 위험감지가 빠르고, 자신의 몸을 지킬 줄 아는 똑똑한 고양이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6개월 령이 되었고,  추운 겨울이 되기 전에 TNR을 계획하고 있던 어느 날, 

코코가 며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내 돌아오겠지 싶어 걱정하지 않았는데 몇일만에 발견된 코코는 기력이 전혀 없는 상태로 온몸이 뜨거웠고 식욕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범백키트 검사를 해보니 범백양성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범백은 목숨까지 위험 할 수 있는 위중한 병인데다가, 전염성이 워낙 강해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큰 치료비가 예상돼 망설였지만, 살아만 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큰 병원으로 이동해 약 열흘간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본격치료 전 부터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그저 마음을 졸일 뿐 이었습니다.

다행히 입원치료 7일째부터 식욕을 되찾았고, 지금은 퇴원 후 다른 고양이가 없는 임시보호처에서 생활 중입니다. 바로 길로 돌아간다면 함께 지내는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범백바이러스가 옮아갈 수도 있기에 3개월의 격리가 필요했습니다. 곧 중성화 수술을 할 예정이고, 앞으로 더욱 건강한 코코가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이번 코코와 함께 범백이라는 병을 겪어보니,  고단한 삶을 살아가야하는 길 위에서 생명이 태어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와 케어테이커가 TNR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 개인적으로는 한번이라도 미리 예방주사라도 맞춰줄 껄 뒤늦은 후회를 했던것 같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그 속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 차가운 길 위에는 여전히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듯한 봄이 오기까지 모두가 무사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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