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다리로 험난한 길생활을 하다 구조된 '양양이'

  • 카라
  • |
  • 2019-02-18 10:59
  • |
  • 1101

양양이의 어린시절 : 양양이에게 세상은 험난했습니다.


양양이는 길고양이로 살아가던 아이입니다.양양이가 사는 동네는 빌라가 밀집해 있는 곳이고 고령의 거주자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박하기만 하였습니다. 양양이에게는 애초에 2마리의 형제, 자매가 있었습니다. 어린 세 마리의 고양이가 한참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던 시절.. 노인분들은 지나가는 아이들을 지팡이로 때리시기 일수였고 돌을 던져 아이들을 쫓아내는게 일상다반사였습니다.

초롱초롱하던 아이들의 눈망울은 어느 순간부터 겁에 잔뜩 질려만 갔고.. 지팡이에 맞은건지 돌에 맞은건지 아이들의 이마 혹은 등에 작은 상처들이 눈에 띄게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아이들의 밥자리는 매일 훼손되었으며.. 저는 그런 사람들과 맞서고 싶었지만 그로 인한 분노, 피해가 고스란히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갈까봐 참고 참고 또 참아왔었습니다.

밥자리에 밥을 부어 주기 무섭게 동네 사람들은 그 밥을 치워버렸고 아이들은 마음 편히 먹을 수도 그리고 배가 부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살기를 얼마 되지 않아 양양이를 제외하고 양양이의 두 형제는 어느 날 갑자기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밥자리의 양양이 : 여전히 사람들은 양양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살아 남은 양양이.양양이를 계속해서 그곳에 둘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날이 갈수록 양양이의 형제, 자매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괴로움에 자책하였고.. 집에 26마리가 되는 고양이를 보호 중이 였고 가족들과의 마찰로 양양이를 구조하여 보호를 결심하기까지 망설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와의 타협으로 양양이의 밥자리를 이동시키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양양이는 빌라촌에서 바로 옆의 원룸촌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고령자들이 많이 사는 빌라촌의 골목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원룸촌이 조금은 낫겠지 기대를 하였습니다.

밥자리 이동에 성공한 양양이는 한동안은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이전과 달리 밥자리의 훼손도 없었고 더 이상 괴롭히는 사람들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안정된 나날은 오래 가지 못하였습니다. 원룸촌 건물주들을 중심으로 다시 길 위의 아이들에 대한 핍박이 시작된 것입니다. 평소처럼 밥을 주던 어느날 이전의 빌라촌과 마찬가지로 밥자리가 계속해서 훼손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원룸촌의 몇몇 건물주들은 제게 항의를 하기 시작하였고.. 아이들의 밥을 치우지 않는다면 모두 구청에 신고하여 잡아가겠다고 하겠다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길 위의 아이는 더럽다 지저분하다 편견을 가질까봐 누구보다 깨끗하게 밥자리를 관리하였고.. 화단 곳곳에 있는 아이들의 분변까지 관리하고.. 혹시 아이들의 발정 울음이 날카롭게 들릴까봐 사비를 들여가며 지속적으로 중성화를 시켜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것보다 당장 눈 앞에 있는 ‘고양이’가 싫다고만 하였습니다. 양양이를 어쩌면 좋나.또 어디로 옮겨야하나 또 어떤 자리가 괜찮을까 물색하던 중 양양이가 안보이게 되었습니다. 양양이가 보이게 되지 않은 이후 저는 한동안 반쯤 정신나간 사람처럼 양양이를 마주치던 시간마다 나가서 아이를 찾아다니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찾아 헤매다가 다시 양양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만난 양양이 : 충격적인 양양이의 모습



다시 만난 양양이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모습이었습니다. 심각하게 뒤틀린 다리.. 그 정도로 뒤틀린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캣맘으로 지내며 많은 아이들을 구조하고 보살피고 있지만, 그렇게 심하게 다리가 뒤틀린 아이는 처음 보았습니다. 어디서 사고라도 났던걸까요?혹은 사람들이 뭔가 설치라도 했던걸까요?절뚝거리며 걷기 힘들어하는 모습. 숨어 살아야만 하는 길 위의 고양이인데 담장 하나도 제대로 올라 타기 힘든 모습. 앞뒤를 잴 것 없이 당장 살려야겠다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아이를 바로 구조하여 병원에 갔더니 예상처럼 골절이 의심되었지만 양양이는 바로 수술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의 다리에 눈이 멀어 보지 못했던 배의 모습. 양양이는 만삭이었습니다.. 양양이는 어린 시절 배불리 못먹고 자란 탓인지 다른 또래의 고양이보다 약했습니다. 완전히 몸이 좋아지면 중성화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골절에 만삭.. 이렇게 충격적인 모습을 마주할 것이라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골절 수술을 위해 아이를 마취하게 된다면 뱃속의 어린 아가들은 모두 살기 힘들어 출산 후 골절 수술을 하는게 어떻겠냐는 병원의 권유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아가들도 뱃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심한 반대가 있었지만 그런 반대보다 앞서는건 양양이의 목숨이었습니다. 그대로 다시 길 위로 돌아가게 된다면 골절된 다리로 양양이는 차를 피하기도 사람을 피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양양이는 저희 집에서 출산을 하였고, 네 마리의 건강한 아이들을 순산하였습니다.한치, 두치, 세치, 네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들이 엄마의 초유를 먹을 수 있도록 골절수술을 미뤄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유식할 정도의 월령이 되고, 병원과의 상의를 통해 양양이의 골절 수술 날짜가 결정되어 골절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양양이의 관절의 뼈는 완전히 어긋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맞물린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으면 보다 단순히 핀을 박아 수술을 하면 되었으나 한쪽의 뼈가 뒤틀린 채 치고 올라가는 ‘ㅅ’자의 다리 모양을 하고 있는 상태가 되어 억지로 튀어 나온 뼈를 당겨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트로 이를 고정해야 되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골절의 상태가 심각하여 아주 큰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양양이는 아주 길고 힘든 수술이었음에도 누구보다 씩씩하게 잘 이겨내주었고.. 그리고 병원에서 받은 청구 영수증.. 한번도 골절 상태의 아이를 접해본 적이 없었던지라 견적서를 보고 아이에게 미안하게도 심장이 철렁하였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26마리의 아이들을 실내에 보호하고.. 그리고 하루에 3시간씩 매일매일 지역 곳곳 심지어 지역을 넘어서 휴게소에 사는 아이들에게도 밥을 배달하러 다니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허덕거리는 제게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였습니다.그러던 중 아는 캣맘님을 통해 카라에서 지원하는 시민구조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길 위에서 상처를 받고 아픔을 입은 많은 아이들이 카라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양양이는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불편한 다리가 잘 아물 수 있도록 양양이만의 휴식공간을 만들어 다리를 최대한 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었고 현재 식욕도 좋고 아주 잘 아물고 있는 상태입니다.


양양이의 수술 직후 네 마리의 새끼 중 두 마리는 아주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길 위에서 아픔이 가득한 생활을 해왔던 양양이. 혹시 처음부터 내가 아이들을 안전할 수 있게 도왔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양양이가 이 큰 아픔을 겪지는 않았을텐데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더 이상 양양이가 불안한 길 생활을 하지 않도록 양양이와 다른 새끼 두 마리는 가족들과의 긴 상의 끝에 저희집에서 계속해서 안전하게 보호를 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앞으로 양양이는 계속해서 안전하게 생활하게 될 것이고 최선을 다해 양양이를 사랑해주려고 합니다.새로운 시작점에 선 양양이. 양양이의 시작점에 카라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통 속에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오던 동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새 삶을 살게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현재 양양이는 얼마전 고정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하였고 상처도 잘 아물고 있다고 합니다. 여전히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지만 눈인사도 해준다고 합니다. 걷는데는 이상이 없고 약간의 점프를 할 수 있는 정도라 양양이가 주로 지내는 곳에 낮은 캣타워를 설치해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 양양이가 가족들의 따뜻한 품에서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