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염으로 구조되어 사랑으로 치유받은 '얼큰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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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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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큰이 사연 

안녕하세요. 얼큰이는 4년 전, 제가 이사 온 동네에 살고 있던 길고양이입니다. 마당이 오픈되어있는 단독주택 집 한쪽 창고에 자리를 잡고 길고양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얼큰이를 처음 보았을 때, 듬직한 체구에 밥도 잘 먹고 건강했던 너무 예쁜 아이였습니다. 

얼큰이는 가족들을 너무나 잘 챙겼습니다. 아가냥들이 밥을 먹을 때는 지켜보다가 가족 고양이들이 다 먹고 난 후에야 남는 음식을 먹는 등 음식도, 따뜻한 볕 자리도 평생을 양보만 하고 살아온 너무나 착했던 고양이입니다. 




2. 구조과정 
[증상 발견] 
그러던 얼큰이가 언제부터인가 급격하게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입 주변이 거뭇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료를 우걱우걱 먹던 아이가 점점 먹는 속도가 느려지고 깨작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하루 사이에 침을 흘리기 시작했고 캔도, 사료도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길고양이의 구내염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던 저는, 얼큰이가 구내염에 걸렸다는 것을 단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구내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병인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약 급여] 
얼마나 아픈 병인지 알기에 바로 데려가 고쳐주고 싶지만 제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 구조를 해주지는 못하고 병원에서 약을 타다가 먹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약을 사다가 먹였습니다. 일주일을 먹이고 일주일을 쉬고, 다시 일주일을 먹였습니다. 
약을 먹고 나니 한동안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더니 한 달 후 다시 침을 흘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에는 병원에서 약을 조제 받아 하루 한 번 매일 가루약을 먹였습니다. 
처음에는 사료를 못 먹고 캔을 먹더니, 언제부턴가 캔 역시 아파하고 먹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닭을 삶아 주거나, 닭 가슴살 간식에 약을 넣어 급여해주었습니다. 캔보다는 덜 진득거리고 양념이 없어서인지 훨씬 덜 아파하면서 먹었습니다. 
얼큰이는 비명을 지르며 아파하면서도 끝까지 다 먹었습니다. 너무 아파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뒤틀면서도 한 시간이 걸려서도 다 먹었습니다. 그만큼 얼큰이는 정말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길냥이였습니다. 


[구조 결심] 
하지만 그마저도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캔을 하루에 하나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동네를 열심히 돌아다니던 얼큰이는 기력이 없는지 밥그릇 근처에만 하루 종일 앉아있었습니다. 제가 다가가면 도망가곤 했지만 제가 다가가도 쳐다만 볼 뿐 움직이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제가 준 음식을 바로 먹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한입 먹으려 하는데 곧 괴성을 지르며 차가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저럴까..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데굴데굴 구를까를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의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제가 얼큰이를 구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입니다. 당장 금전적 어려움은 겪겠지만, 이렇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조] 
얼큰이를 구조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치과 병원에 연락하여 길고양이 구내염 치료에 대해 문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사정을 설명드리고 얼큰이의 수술을 요청드렸습니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얼큰이의 사진을 보시더니 치료해주시겠다고 하셨고, 저는 얼큰이의 수술 예약을 잡았습니다. 날씨가 엄청 추웠던 1월 초, 얼큰이를 포획하기 위해 매일 밤 얼큰이가 밥을 먹으러 오는 곳에서 포획을 시도하였습니다. 얼큰이의 안전을 위해 일부러 순화를 시키지 않았던 터라, 얼큰이를 포획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포획 시도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새벽에 얼큰이를 극적으로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얼큰이를 진정시키고 검사를 하였습니다.  얼큰이의 목 상태는 생각보다 너무 심각하였습니다. 5살 정도인 줄 알았던 얼큰이는, 사실 10살 이상 된 고양이였으며, 입에는 그 세월이 모두 담겨있었습니다. 송곳니는 부러져있었고, 정상인 이빨들이 없었습니다. 혀 밑의 염증 역시 두부처럼 손만 대도 떨어져나왔습니다. 제가 생각했던것 보다 얼큰이의 고통이 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병원에서는 구조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얼큰이의 장기는 더 안좋아졌을거라고 하였습니다. 


[수술] 
검사 당일, 얼큰이는 바로 발치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얼큰이의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던 터라 수액을 한참을 맞고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수술 전 검사 결과 심장과 신장 기능에 약간 불안한 부분이 있었지만, 얼큰이는 큰 수술을 잘 이겨내주었습니다. 




[퇴원 및 임보] 
수술 후 2박 3일 병원에서 지낸 후, 얼큰이는 퇴원을 하였습니다. 나이도 있는 데다가 송곳니를 포함한 전발치를 진행하여 당장 방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이소에서 네트망을 사와 집에 임시보호용 케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원래 2주 후 방사하려 하였으나 구내염이 다 낫질 않고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해서 아직 임시보호중입니다. 현재 약을 복용중이며, 예전보다 침은 흘리지 않고 아파하지도 않습니다. 



[카라 담당자분께] 
어쩌다 집 앞에서 만난 길고양이 가족에게 가끔가다 캔을 주던 저는, 이제는 매일 사료를 가져다주고 물도 갈아주고, 아프면 치료도 해주는 캣맘이 되었습니다.  캣맘이 된 후 주민들한테 안 좋은 얘기도 듣고, 많이 힘들기도 하였습니다. 혼자인 것만 같았고, 혼자만 길고양이를 챙기는 것 같았습니다.  얼큰이의 증상을 발견했을 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경제 사정이 우선이어서 당장 구조는 못하고 약만 먹였습니다. 하지만 카라의 구조지원 사업이 있기에 저는 구조에 조금이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을 설득시킬 수 있었고, 임시보호까지 허락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 이러한 단체에서도 길고양이의 고통을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병원의 배려로 아직까지 치료비를 기다려주고 계십니다. 저보다 힘든 분들도 많을 줄 알고 있으나, 제가 카라의 도움을 받는다면 제가 받은 도움은 제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아픈 길고양이들을 구조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더운 날, 추운 날 고통스러운 동물들을 위해 항상 힘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얼큰이 한 마리를 구조하고 케어하면서도 사실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얼큰이를 몰랐다면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프지도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수많은 고통 받는 동물들을 접하는 카라 분들의 고통은 더하다고 생각하니 얼큰이와 얼큰이의 가족을 돌보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일 하시는 만큼 꼭 좋은 일만 생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 유의하세요.^^ 감사합니다. 

-구조자 김아름 드림-


고통속에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오던 동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새 삶을 살게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얼큰이가 주조자님의 품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케어받으며 지내기를 바랍니다.


*얼큰이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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