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처를 입고 구조되었지만 별이 된 길고양이 '수봉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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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0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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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상처를 입고 구조되었지만 별이 된 길고양이 #수봉이이야기



수봉이는 지난해부터 가끔 저희집 앞 급식소에 찾아오던 아이였습니다. TNR을 시켜주려고 여러번 포획시도를 했었으나 워낙 경계가 심해 포획틀을 설치하기만 하면 내뺐어요. 나중을 기약하며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입주변이 지저분한 채로 다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구내염이었고 구조해서 치료해주고 싶었지만 역시 포획틀에 들어가지 않아 여러 번 시도에도 실패했고 볼 때마다 약을 챙겨주곤 했습니다.

어느날 전혀 보이지 않았었는데 어제 늦은 귀갓길에 주차를 하던 도중 앞차의 밑에 누워 있는 수봉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많이 마른 상태인데다 엉덩이 쪽에 상처가 보였고 상체는 세우고 하체는 인어공주처럼 누워있었으며 바닥에는 체액으로 보이는 자욱이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뭔가 일이 났다는 느낌이 들어 녀석에게 다가가 움직이는지 테스트를 하는데 평소와 달리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앞에 먹이를 놓아주니 배가 고팠는지 뒷다리를 끌며 힘겹게 먹으려고 움직였습니다. 
하지에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하지 마비가 걱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옆집 분에게 아이가 이동을 하는지 지켜 봐 달라고 부탁하고 저는 뜰채를 구해 와서 차량아래를 모두 막고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후 어렵게 구조에 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하지마비 치료 경험이 많은 병원을 지인에게 소개받아 24시 동물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범백 키트 등 기본 검사를 진행한다 하기에 결과를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빈혈과 구내염이 심하고 엉치 양쪽에 욕창이 생긴 상태며 많지는 않지만 흉수가 차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천추에 2곳 이상의 골절이 있어 자율배변을 며칠째 못한 상태이고 그로 인해 소변이 역류하면서 신장 2개가 모두 손상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천추골절보다 이것이 더 심각해서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이라 4~5일내에 신장이 회복되는가가 관건이고 천추골절은 그 다음문제라고 했습니다.

카테타를 끼우고 입원한 수봉이는 생각보다 순하다고 합니다. 어떤 사고를 당했고 며칠간 움직이지 못하고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죽음만큼 힘든 배고픔에 다리를 끌며 저희집 앞까지 온 아이입니다. 저에게 살려달라고 온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간절히 살리고 싶습니다.
4~5일간 신장의 회복상황을 보고 천추골절에 대한 정확한 상태파악을 하기위한 검사를 진행하고 수술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몸 상태가 되기를 기다린 후 수술 등 이후의 치료과정을 이어나갈 예정이었습니다.



회복되더라도 길에서 생활하기 어렵고 입양도 어려울 거라 각오하고 정말 하늘이 도와 퇴원할 수 있게 되면 제가 직접 임시보호 하면서 재활치료, 압박배뇨 등 케어를 하려고 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개인이 운영하는 개인 보호소도 알아보고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제가 평생 책임을 지고 함께 하려고 계획을 한 도중에 수봉이는 입원 후 3~4일이 고비라는 말을 듣고 간절한 마음으로 치료에 최선을 부탁드렸으나 결국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수봉이는 상처의 양태로 보아 고양이보다 더 큰 미상의 동물(개로 추정됩니다)에게 물려 천추가 골절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로인한 염증이 전신에 퍼져 폐혈증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판단된다고 하셨습니다.

<수봉이의 생전 마지막 모습>


그날 새벽까지도 삶의 의지를 보이며 입에 넣어주는 밥을 먹었다는 말에 가슴이 더 아팠습니다. 수봉이를 살리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남겠지만 여전히 돌봄을 기다리는 길 위의 생명들을 보고 힘을 내려고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길고양이를 또 다시 만난다 해도 주저 없이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치료비 지원을 해주신 카라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수봉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힘겨운 치료를 받았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별이된 수봉이를 기억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수봉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끝까지 곁에서 수봉이를 지켜주신 구조자님과 최선을 다해 치료해주신 동물병원 의료진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수봉아 그곳에선 아프지말고 편히 쉬렴...


*수봉이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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