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쪽 피부가 녹아내린 듯한 상처로 구조된 '호빵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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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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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10
등쪽 피부가 녹아내린 듯한 상처로 구조된 '호빵이'




제가 밥 주는 곳에 길고양이 치즈(호빵이)가 밥 먹으러 온지는 2~3개월 정도 되었고 가끔씩 오던 아이였습니다. 냄새도 나고 털 상태도 좋지 못했으며 구내염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주고 옆쪽으로 돌아서는데 등 쪽에 심한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항생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피부가 심히 빨갛게 헐고 진물이 났습니다. '얼마나 아플까? 며칠 후엔 비도 많이 온다는데 비 맞으면 상처가 더 심해질 텐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집에 가서 포획 틀을 가져왔지만 호빵이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밥 주는 시간인 매일 오후6시쯤에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그 후로도 계속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고통을 참고 있을지... 혹시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다행히 포획틀 설치한지 5일 만에 겨우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미리 구조 후 이동할 동물병원에 아이에 대해 말씀드린 상태라 도착하자마자 바로 진료와 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동물병원 원장님께 결과를 들은 결과 구내염이 심한7~8살 정도의 수컷으로 구내염이 있고 가슴뼈가 골절되었으나 수술을 요하지는 않으며 항문 쪽에 염증이 있고 등 상처는 화학약품에 의해 생긴 상처일 가능성이 크다며 피부가 다 녹았다고 표현하셨고 어떻게 이런 상처가 났냐면서 많이 의아해 하셨습니다.



녹거나 염증이 생긴 등쪽 피부를 모두 제거하고 기존 피부 일부분에 절개를 해 피부장력을 넓혀서 당겨 꿰매는 수술과 항문 부위 염증 제거 수술과 중성화 수술, 수술부위 털을 밀면서 발견된 왼쪽어깨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여러 부위에 문제를 가지고 살아왔는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다행히 마취도 잘 깨고 상태도 양호하고 밥도 잘 먹었습니다. 호빵이가 무척 사나워서 간호사 몇 분은 손과 얼굴에 상처가 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수술한지 5일째 되는 날 많은 염증 때문에 수술부위 실밥이 터져서 그 부위에 삼출물을 빼내는 드레인을 박는 수술을 다시 받았습니다. 매일 항생제와 수액으로 처치하는 드레싱을 받았고 상태도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호빵이가 가여워서 그런지 병원 직원들께서 많이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입원비도 추가 없이 호빵이가 잘 케어 받을 수 있도록 대형견장으로 옮겨주셨고 밥, 간식 여러 가지 잘 챙겨주셨습니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사나웠던 호빵이는 전과 달리 조금씩 순해졌습니다. 긴 치료와 입원 끝에 드디어 퇴원이 결정되었습니다. 원래는 방사를 하려했으나 호빵이가 털도 다 밀고 또 어떤 학대를 당할지 몰라서 많은 고민 끝에 아는 지인 분께 임시보호를 부탁드렸습니다.

퇴원하고 낯 설어서 그런지 사람이 있으면 밥을 잘 안 먹고 있다가 사람이 없으면 잘 먹는다고 합니다. 응가도 잘하고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입양은 힘들고 평생 임시보호처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찌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호빵이가 가족을 얼른 만나 아프지 않고 건강히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퇴원 후 임시보호처에서 지내고 있는 호빵이의 모습>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호빵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호빵이의 등에 난 큰 상처도 마음의 상처도 잘 아물고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호빵아 힘내자!



*호빵이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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