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사 온지 2년 넘게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였어요. 아이는 하루에 두 번 정도 밥을 먹으러 오곤 했습니다. 처음에 이사 왔을 때 저의 집 창문으로 집에서 키우는 집냥이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던 아이였어요.
집에는 구조한 아이들이 많아 더 이상 구조는 하지 않으려 했지요. 밥만 챙겨주려 생각 했답니다. 길고양이인 이 아이를 챙겨주는 캣맘도 보였고요. 항상 혀를 내밀고 있어서 참 이상하네 하고 생각했어요. 2년 동안은 침도 피도 냄새도 전혀 보이지 않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새벽에 아이 몰골이 말이 아닌채로 나타났어요. 털은 떡져 있고 냄새는 이루 말할 수 없게 썩은 내가 나고 침과 섞인 피를 줄줄 흘리면서 밥을 먹지 못하고 입안이 아픈지 컥컥되며 고통스러운 듯 머리와 몸을 흔들더군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당연히 구조해 병원으로 가야했지만 저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병원은 생각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약도 먹여보고 습식캔을 먹여가며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캣맘이 사는 곳 까지 찾아 찾아갔으나 이미 이사를 가시고 없더군요. 참 막막했어요. 가슴이 아프더군요.
그러던 중 이층에 사시는 동물들을 사랑하시고 저를 이해해주시던 이웃분들이 이사를 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사를 왔었어요.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항의가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락스로 청소를 해가며 몰래몰래 밥을 주다가 삼층에 사시는 이웃에게 걸렸어요. 건물주인은 그날 아침에 바로 고양이 밥 주지 말라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래도 몰래 밥을 챙겨 주다가 어느 날부턴가 다시 아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빗자루로 아이를 몇 번 쫒아 내는 것도 보았던 터라 걱정에 몇 날 며칠을 찾아 다녔어요.
어느 날 새벽에 비오는 날 아이를 만났지만 불러도 이젠 오지 않더군요. 며칠이 지나고 삐쩍 말라서 밥을 달라고 우는데 이젠 목소리도 나오지 않더군요. 아이가 입을 벌릴 때보니 입천창부터 목구멍까지 쌔~~~빨간 것이 너무 놀랐어요.
경제적인 부분으로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냄새는 점점심해지고 있는 도중 새벽에 밖에서 이웃이 고양이 냄새난다며 심한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심장이 미친 듯 뛰더군요. 가만 안둔다고 하는데... 무섭다는걸 떠나 길에 사는 그 아이의 안위가 걱정되고 집에 있는 아이들도 걱정되어 미칠 것 같았어요.
제가 없는 사이에 아이가 아이들이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독한 마음으로 아이를 구조해야겠다는 생각과 계획을 세웠어요. 구조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아이가 보이질 않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5일이 지나고 아이가 나타났습니다. 포획틀이 없던 저는 그동안 밥 준 정으로 도망가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이동장을 가지고 마당으로, 계단으로, 대문밖으로 아이와 줄다리기를 하다가 아이가 이동장에 살짝 들어갈 때 몸으로 입구를 막고 아이를 구조해서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원장님께 검사와 수술 입원 등을 의논하고 전발치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면마취로 수술을 하면서 살펴보니 혀 아래쪽에 수포들이 많아 위험할 뻔 했다고 하셨습니다.
구조한 고양이의 이름을 꽁냥이라고 붙여주었습니다. 꽁냥이는 수술을 하고 밥도 잘먹고 맛동산도 잘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오랜 길 생활로 호흡기 질환과 컨디션 회복이 더 필요해서 조금 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병원에 입원하면서 마른 몸을 통통하게 입안은 건강하게 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퇴원 후 임시보호처와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지만 입양처가 나오지 않는다면 제가 책임지려고 합니다. 집에는 2마리의 반려견과 9마리의 반려묘들이 지내고 있어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좋은 가족이 나타난다면 입양을 보내고 싶습니다. 꽁냥이의 치료를 도와주신 카라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