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몸으로 식당에서 잔반을 얻어 먹으며 지내던 길고양이 '아름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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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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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8


저는 직장에서 길고양이와 유기견들 밥을 챙기고 있는 6년차 캣맘입니다. 매일 매일 집안에서 함께하는 대식구들 그리고 밖에서 챙기는 수많은 아이들과 하루들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역 캣맘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캣맘분께서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셨었습니다. 우연히 안동으로 바람 쐬러 놀러가셨다가 식사를 위해 들어간 식당 앞에 아픈 고양이들이 많이 있다는 사연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다리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구조하고 싶으신데 혹시 같이 도와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그분과 함께 여러 종류의 덫을 싣고 안동으로 떠났었습니다. 하회마을 근처에 있는 그 식당에 도착하자 그늘 곳곳에 아이들이 퍼지듯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아이들이 비쩍 마르고 건강해 보이지 못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이곳에 사람들이 고양이를 많이 유기하고 간다고 이야기하였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아이들에게 잔반 남은 것들을 먹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전반적으로 영양 상태가 불균형 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차에 있던 사료들을 큰 그릇에 듬뿍듬뿍 퍼주고 간식캔을 꺼내자 배고픈 아이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상태가 나쁜 삼색이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듬성듬성 떡이진 털 상태에 등의 털은 누가 밀었는지 빠졌는지 알 수 없었고 입에는 구내염의 증상인 찐득한 침이 범벅에 숨소리도 거칠게 쌕쌕 거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태에도 불구하고 내려둔 캔에 달려들어 먹고자 용을 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 상황을 알기에 안동에 온 이유는 지인 캣맘을 돕기 위해서라고 스스로 암시를 계속하며 그 아이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처음 안동을 갔던 목적대로 지인 캣맘분께서 구조하시겠다는 다리가 불편한 아이를 생각보다 쉽게 포획을 하였고 다시 대구로 출발할까라고 하는 찰나에 제 차 밑에서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웅크리고 있는 삼색이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차 문을 열려고 하자 차 밑에서 걸어 나와 뭔가를 더 달라는 듯이 제 다리에 몸을 갖다 붙이는 녀석, 귀 옆에서 내듯이 너무나 크게 들리는 큰 숨소리 그리고 지저분한 입 주변. 누가 봐도 유기묘인 이 아이를 제가 눈을 감고 무시하고 가버리고 나면 이렇게 아프다가 떠나게 될지도 모르는 아이를 차마 두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 한번 같이 살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포획틀에 넣어 함께 대구로 왔습니다.

도착하니 밤이라 병원으로 바로 향할 수가 없어 저희 집으로 이동을 하였고, 역시 집에서 살던 아이였는지 집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하고 마음껏 먹고 편안하게 잠을 청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아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다음날 집에서 가까운 인근의 동물병원으로 내원을 하였습니다. 그곳 원장님은 아름이가 상부호흡기 증상과 구내염 증상이 있고, 약을 처방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약을 며칠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이의 호흡 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가빠지게 느껴졌습니다. 동물병원에 다시 내원을 하게 되었고 아름이의 호흡기 소리와 구내염에 대해서 제대로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입 안을 보니 상악 송곳니를 제외한 대부분의 치아가 없었고 치아 방사선을 통해 확인하니 치아가 없으나 뿌리만 남아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남아있던 상악 송곳니는 구내염으로 인한 치주질환이 심하여 발치가 불가피하였고 목구멍 또한 염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름이의 가쁜 숨소리가 호흡기 증상과 더불어 목구멍에 염증으로 인해서 기도가 좁아져서 나는 것이라는 소견을 받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아름이는 만성 구내염과 동시에 치아 흡수성 병변, 치수염, 목구멍염과 다량의 치아 골절인 것으로 진단되어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검사 과정에서 심장에 잡음이 확인되었고 심초음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심방중격결손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선천적인 심장 질환이고, 이 심장 질환으로 인해서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 아마 아파서 아이를 유기한게 아닐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건내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가슴이 참 저몄습니다. 아름이의 등 쪽의 털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부 밀린 듯한 느낌이었고 피부질환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들을 진행하였고 피부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아름이가 가진 심장질환이 우려되었으나 상악 송곳니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발치 수술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식욕이 좋아서 수술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이 된다고 판단해주셔서 아름이의 상악 송곳니 발치와 중성화 수술을 함께 진행하였고 발치 과정에서 제거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목구멍염을 제거하여 주셨습니다. 다만 너무 긴 마취 시간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잔존하는 뿌리는 제거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름이는 10일간의 입원을 마치고 현재는 퇴원하여 저희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름이의 호흡기 증상은 완치되어 숨소리가 거칠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치아 뿌리와 언제든 다시 증식할 수 있는 목구멍염이 있기에 약물 치료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심장질환에 대해서도 다른 임상 증상이 관찰되지 않는지 면밀히 관찰하며 케어하고 있습니다.



아름이는 다른 아이들과 무사히 합사가 잘되어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름이는 여전히 아픈 아이입니다. 선천적인 심장 질환 때문에 아름이의 수명이 길지 않을 거라는 병원의 소견이 있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별의 날이 있지만 아름이가 살아가는 남은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해주려고 합니다. 작년 카라의 시민구조지원사업에서 세 개의 다리로 살아가고 있는 나무라는 아이의 전발치 수술을 지원받았었습니다. 그때의 그 도움이 참으로 든든한 힘이 되었었습니다.

아프지만 생의 욕구가 강한 우리 아름이.. 씩씩한 아름이.. 아름이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부탁드립니다. 지원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도 카라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열심히 후원하겠습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아름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아픈몸으로 영문도 모른채로 유기되어진 아름이가 치료를 받고 가족의 품에서 지낼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힘든 상황속에서 아름이를 외면하지 않고 구조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이별이 아름이와 구조자분께는 아름다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씩식한 아름이와 구조자분께 열열히 응원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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