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감염으로 볼살이 뚫린채로 구조된 길고양이 겨울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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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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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03


공원 한켠. 작년 가을이 끝나가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 어느 날 나타난 한없이 작고 삐쩍 마른 아이, 그 동네 밥을 준 지 7년 정도 되어 가는데 처음 본 아이였어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녔는지 하악 대기만 할 뿐 움직임도, 이름도 없던 아이였어요. 겨울맞이 집을 놔주고 밥 부스를 놔주던 시기에 겨울이를 만났습니다. 

그래, 너도 살려고 나랑 만났나보다 하고 오가며 밥과 약을 챙겨주며 이번 겨울 잘 이겨 내보자 하고 지어준 이름 "겨울" ..

겨울이는 그루밍할 기운도 없고 움직임도 거의 없이 겨울 집안에만 있었지만, 밥을 약에 비벼 집안으로 밀어 넣어주면 열심히 먹던 아이였어요. 살도 처음 봤을 때보단 올랐고, 겨울을 무사히 지내준 아이가 그렇게나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힘든 겨울을 지내고 봄이 지나 여름을 맞이하고 이제 우리 겨울이에게도 봄이 오려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겨울이는 힘이 들었던가 봐요. 어느 날 한없이 쳐지기만 하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얼굴에 스티로폼이 묻은 줄 알고 닦아주려고 아이를 포획했더니 왼쪽 얼굴전체가 구더기로 뒤 덮여 있었고, 볼 안에 이미 구멍이 세 군데나 생겼고 엉덩이 쪽에도 상처가 있어 구더기가 나오는 상태였습니다. 구조하자마자 구더기파내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드레싱하고 소독하고 기본처치하고 주사를 맞히고 약을 지어서 일주일간 투약했고 할 수 있는 처치는 다 해주었습니다.

상처가 덫 날까 매일 아침, 저녁으로 드레싱을 해주었습니다. 치료해주고 약도 지어서 먹여주고 하면서 더 이상 공원에서의 생활은 무리인 듯싶어 저희집에서 임시보호를 하기로 결정하였지요. 아시겠지만 길아이들 케어 할 때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려하면서 케어하게 되잖아요. 혹시라도 빨리 보내고 싶진 않지만 겨울이가 죽는 날까지 하루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저희집에서 지내게 하자는 마음이 컸어요.



밥도 많이 주고 간식도 많이 주고 꾸준히 약도 먹이면 겨울이는 참 잘 먹었었지요. 겨울이에게 오늘도 수고했다 대견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엄청 많이 해주었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 견뎌주는 겨울이가 엄청나게 대견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겨울이가 많이 아팠던 모양입니다. 동물병원에 갔을 때도 겨울이는 살겠다는 눈빛이 강했는데, 구더기로 다 파였던 얼굴에 새살이 돋고 털이 날 때쯤 겨울이는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지금은 고양이별에서 아프지 않고 밥도 잘 먹고 친구들과 잘 뛰어다니며 지내고 있겠지요.

겨울이 생각에 눈물이 나서 사연을 전해드리는 것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여러 아이를 보냈고 가슴에 묻었지만... 무뎌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통속에서 홀로 외로이 죽음을 맞이 할 뻔했던 겨울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봐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살이 뚫리는 큰 고통속에서 치료도 잘 받고 씩씩하게 잘 먹어주었던 겨울이는 참 강했습니다. 겨울이가 구조자님의 곁은 떠났지만 이제는 아프지 않는 곳에서 따뜻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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