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부러진채로 길 위에서 구조된 아기고양이 '순유'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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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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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촌언니에게서 길을 걸어가던 중 아기 고양이가 자기에게 애교를 부리는데 어떡하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언니께 불쌍하지만, 우리 둘 다 키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니 무시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또한 저는 아직 독립하지 못한 대학생이어서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했고, 아버지가 둘째를 원하지 않다는 점을 함께 말했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저희 아버지와 통화를 해 허락을 맡았다며 아기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라고 주고 갔습니다.

그때 아기 고양이는 배변패드로 감싸 안아져 언니에게서 저로 이동하였습니다. 언니는 제게 주기 전 자기가 키우려고 집에 데려갔지만 노견이 3마리이며 한 마리는 기립불능, 한 마리는 눈과 귀가 제 기능을 상실했고 한 마리는 가장 활기차지만, 그 활기참이 아기 고양이를 사냥하는 식으로 이어져 도저히 키울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임시보호를 하며 입양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보고 있으니 아이는 오른쪽 뒷다리를 바닥에 닿지 않게 하며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병원이 오픈하자마자 병원에 가 분변검사와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분변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엑스레이 결과는 대퇴골두 골절이었습니다.

초반 원장님은 소형견이나 고양이는 뼈가 부러져도 근육으로 걸을 수 있으니 부서진 뼈끼리 마찰해서 통증이 있는 게 아니면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 오후 다시 연락이 오셨습니다. 다른 원장님들과 상의해본 결과 최대한 일찍 수술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입니다. 그 날 아이의 몸무게는 580g이었습니다. 병원비는 최소 100만원이라고 하셨고요.



저는 병원비와 아이의 몸무게, 나이를 생각했을 때 수술을 바로 하는 게 좋은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며 네이버 카페 고다에 대퇴골두 제거술의 예후에 관한 글과 580g인데 수술을 빨리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여러 글을 올렸습니다. 댓글들은 ‘예후가 거의 좋았다’거나 ‘수술은 빨리 해주는 게 좋을 거다’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만 받기위해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때 원장님과 수술 계획, 시간, 입원 기간, 입원 처치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대략적인 입원비도 상의하였습니다. 수술은 뼈가 예쁘게 잘려있으니 남은 골두만 제거 해야해서 1시간 이내로 수술은 끝날 것이며 입원은 3일정도 지켜보자고 하였습니다.



퇴원 후에는 약을 먹고 상태 체크하러 엑스레이를 찍으러 오면 된다고 하시고 집에 가서도 다리를 잘 쓸 수 있게 활동량을 늘리라고 하셨습니다. 상담이 끝나고 최대한 빨리 수술하는 게 아이가 다리를 쓸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여 (지금 계속 다리를 안 쓰는데 이게 지속될 경우 근육이 빠져 재활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수술을 하기로 하고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잘 마쳤고, 수술 당일 마취에서 깼을 때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도 이뻐하셔서 저희 집에서 평생 케어 할 생각입니다.




순유는 수술 당일에만 아파하고 그 다음날부터 사진을 받아보니 멀쩡해 보였고 퇴원 당일부터 수술한 다리를 썼습니다. 물론 정상처럼 쓰지는 않았고 최대한 안 쓰긴 했지만요. 그 후 지금까지 약 먹고 소독해주니 수술부위도 잘 아물었고 현재는 왼쪽 뒷다리보다는 근육량이 부족하지만 오른쪽 뒷다리도 근육이 생기고 있습니다. 거의 정상처럼 다리를 쓰고 다닙니다.



수술 전에는 다리를 들고 다니거나 끌고 다녔는데 지금은 쓰고 다니니 넘 좋습니다 ^^ 원장님 말씀으로는 수술부위도 잘 아물었고 뛰어 다니는 영상보니 예후도 좋을 거라고, 시간 지나면 정상인 것처럼 다리를 쓸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순유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580g이라는 작은 몸으로 큰 수술을 잘 견뎌준 순유가 이제는 가족곁에서 내내 건강하고 행복한 묘생을 보내기를 늘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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