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사는 대학생입니다. 저희 엄마는 십 년 넘게 유기견을 비롯해 길고양이들에게 봉사를 많이 해 오셨고 그 영향에 저 또한 길고양이들의 고달프고 가여운 삶을 엄마를 따라 밥을 주러 다니면서 너무나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고 가여운 마음에 가슴 아픈 적이 한두 번이아니였고, 사람과 길고양이들이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 길이 아직 너무나 먼 길인 것 같아 너무 속상하고 그 인식이 하루빨리 변화되어서 사람과 동물이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 또한 너무나 간절한 소망입니다.
저는 자취대학생이고 저희 본가는 대구에 위치한 재건축지역입니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엄마를 따라 그곳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다녔었고 대학생이 된 이후로도 방학 때가 되면 혼자서 수백 마리의 길고양이 밥을 챙기시는 엄마를 따라 같이 밥을 주러 다닙니다.
늘 제게 익숙해져 있던 이곳은 이미 이주가 거의 끝나고 몇 가구 남지 않은 재건축지역이고 이곳 사람들은 가끔 혼잣말로 사람은 떠나가고 고양이들만 남았다고 얘기 하곤 합니다. 고양이의 세상이라고요. 그만큼 길고양이의 숫자가 많은 곳입니다.
이미 이주가 거의 끝난 이곳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포만을 남겨둔 채 너무나 적막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마지막 밥이 될지도 모르는 무거운 마음으로 몇 시간씩을 캄캄한 밤에 무서움도 뒤로하고 엄마와 저는 날마다 혹시나 갇혀있는 아이들이 없나 다친 아이들이 없나 늘 살피며 노심초사하며 길고양이 밥을 챙기러 다닙니다.
재건축지역이기에 희생될 수 있는 개체 수를 줄이고 위험한 폐가에 출산하고자 들어가는 아이들을 방지하고자 계획을 세워 이미 많은 숫자의 아이들을 tnr을 해왔었고 손 타는 애들까지 입양에도 엄청나게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폐가엔 이미 미처 수술하지 못한 아이들이 출산하였고 마당 고양이처럼 키워진 사람 손에 익숙해지고 챙겨주던 밥을 먹던 아이들과 심지어 실내에서 키우던 아이들까지 유기해놓고 이사를 가버려서 지금 폐가에 폐문으로 인해 높은 담을 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있는 고양이들이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 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올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는 고양이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폐문이 된 집은 이미 조합의 사유재산이기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고 엄마는 얘기하십니다. 그런데도 엄마와 저는 사람의 눈을 피해 방범 시시티브이를 피해 사다리도 놓고 담도 넘으며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한다는 일념으로 위험한 일도 마다치 않습니다. 이렇게 구조한 아이들 속에 그중 한 아이가 루프입니다.
너무나 광범위한 지역이라 구석구석을 돌진 못하지만, 혹시나 위험한 애들이 신호를 보낼까 그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다니는 중 루프가 하염없이 우는소리에 추적해서 찾아낸 곳은 다름 아닌 폐가 담 위였습니다. 루프가 있던 그곳은 평소 저희가 잘 다니지 않던 골목이었고 멀지 않은 곳에 밥자리를 만들어놔서 신경 또한 쓰지 않았던 곳입니다. 이동 거리가 넓어서 골목을 다 돌기엔 너무 무리였습니다. 루프는 그 캄캄한 밤에도 너무나 앙상하게 마른 는 모습이 확연했습니다.
뛰어내릴 자세를 취하고서도 못 내려오는 루프. 그야말로 아사 직전이라는 표현이 그 당시엔 적절해 보였을 정도로 루프는 너무나 가냘파 보였습니다. 엄마와 전 폐가 곳곳에 버려둔 나무 팔레트를 이용하여 먹을 것을 두고 루프를 유인해 봤지만 끝내 내려오질 못하고 며칠 고민 끝에 엄마의 지인분들과 사다리를 이용해서 지붕 위에 포획틀을 이용해 루프를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 갇혀서 많이 굶었겠거니 생각했던 루프, 그러나 구조한 후 살펴보니 꼬리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야간이라 응급이 어려워 집에서 하루 데리고 있다가 다음날 동물병원으로 급하게 이동하였고, 루프는 영양결핍에 탈수에 특히 꼬리가 이미 괴사되어서 썪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꼬리 괴사로 인해 냄새가 엄청 심한 상태였고 불가피하게 단미 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성묘인데도 2킬로 조금 넘는 앙사하게 마른 루프, 루프는 안타깝게도 이미 몇 번의 출산의 경험이 있었다고 원장님이 말씀해주셨는데요.
더군다나 루프는 겁이 엄청 많고 아주 경계가 심한 아이랍니다.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으나 꼬리의 상처가 잘 아물지를 않아서 앞으로 봉합이 아무는 시간은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루프는 무슨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루프는 그 폐가에서 그 누군가가 주는 밥을 먹고 살던 아이로 추정합니다. 루프는 어쩌면 그 담을 스스로 뛰어내릴 수도 있었을 아이입니다. 이미 이사를 간 밥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 집 담을 내려오는 것이 굶는 것보다 더 두렵고 무서웠던 것은 아닐지.. 꼬리의 상처는 공격을 당했는지 무언가에 잘렸는지 너무나 처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미 저희 본가엔 재건축지역에서 구조한 사실 입양도 쉽지 않은 아픈 아이들이 열 마리가 훨씬 넘습니다. 전 개학을 했고 이제 학업생활을 열심히 해나가야겠지만, 지금 이 순간도 가엾고 불쌍한 길고양이들을 위해 이해치 못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편견의 눈초리를 피해 캄캄한 밤에 혼자서 밥을 주시로 다니시는 우리엄마 그리고 전국 곳곳에 재개발로 인해 위험에 처한 가여운 길천사들.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예쁜 눈을 가진 삼색 아이 루프를 포함하여 모두 평온해지길 바라며, 그렇게 내려오기가 두려웠던 그 담 밑 세상이 결코 무서움과 두려움만은 아니라는 것을 루프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루프의 아픈 몸과 마음까지 치료 해줄 수 있도록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프는 모든 치료를 끝내고 저희 집에서 다른 친구들과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길생활에서 많이 아프고 못 먹어서인지 사료 한 톨 남김없이 너무나 잘 먹고 잘 지낸답니다. 살도 조금 찐 것도 같아요. 다만 루프는 겁이 너무 많아서 경계가 심합니다. 그런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안쓰럽기만 하네요. 지원받아서 치료받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루프 잘 보살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루프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재개발지역에서 꼬리를 다친채로 고통스러웠을 루프가 구조되고, 올 겨울은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보낼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루프가 튼실히 살도 찌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늘 바라겠습니다. 재개발지역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봉사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