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뻔한 아기고양이 '도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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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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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는 제가 밥을 주고 있는 4개월(교통사고 난 시점) 아기길고양이입니다. 돌봐주는 어미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라 도비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매일 봐왔습니다. 도비는 새침데기처럼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손에 잡히지 않은 아이였고, 매일 밥을 주고 어느 정도 자라니 사람을 인식하고 다가와 주었습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에 가면 제 자전거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나와서 반겨주며 밥을 주는 일상의 반복이었는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밥을 주러 갔지만, 도비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부르며 반이(자매)와 같이 놀았던 곳도 가보고 근처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 밥을 주고 제가 마련해 준 길고양이 집 근처 화단에 가보니 도비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도비야~" 부르는 이름에 야옹~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입 모양만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르면 오는 아인데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다가가면 도망가서 숨어버릴까 봐 조금 떨어져 지켜보니 다리가 이상하게 접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잘 못 본 걸까...? 

가까이 가도 움직이질 않았고 많이 다친 것 같아서 같이 돌보는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고 다른 지역에 가계서 1~2시간 뒤에나 오실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다른 밥자리에 밥을 주고 돌아오니 도비가 스티로폼 집 안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구조할 때 아파할까 봐 스티로폼 집채로 집으로 데려와 같이 돌봐주시는 어머님 차를 타고 근처 24시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가벼운 사고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검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도비의 몸을 들어 올리자 아픈지 울기 시작했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한눈에 봐도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다리 골절과 복벽하열로 인한 탈장이었습니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진통제, 항생제와 수액 등 처치를 하고 입원하였습니다. 아이 상태가 심해서 오늘 하룻밤을 못 넘길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운 채로 돌아왔고 다음 날 야옹야옹 울기도 하고 괜찮아 보이는 도비를 보고 희망이 생겼습니다. 수술을 위해 좀 더 정밀한 검사를 하였으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신장에 물이 차 있어서 다른 한쪽의 신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는 전제하에 적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물이 찬 이유는 신장과 방광을 이어주는 왼쪽 요도관도 파열되어 신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입니다. CT를 찍어보았고 다행히 요도관 끝쪽이 끊어져 있어서 이어주는 수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도비를 위해 끊어져서 막힌 방광 말고 다른 쪽의 방광을 뚫어 요도관을 붙여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수술을 하였고 탈장된 것도 다행히 괴사가 없어서 예쁘게 넣어주었고 3~4시간에 걸친 1차 수술을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5일 뒤, 두 군데의 골절 수술(3~4시간)도 잘 이겨내 주었습니다. 1.5kg 작은 몸으로 2번의 수술을 이겨낸 도비는 건강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먹을 것도 잘 먹고 아픈 다리로 잘 뛰어다니고 점프도 잘합니다. 아직 수술한 다리의 지지대를 빼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예상 금액을 듣고 망설였습니다. 안락사를 권할 정도로 심각한 길고양이에게 이런 큰 금액을 쓸 수 있을까?

이렇게 수술을 하고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래도 해보자 하고 용기를 주신 캣맘 어머님이 계셔서 도비가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술한 선생님께 살려달라고 간절히 말하였고 매일 면회를 가서 도비가 살 의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카라의 시민구조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돼서 신청을 하였고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금액으로 구조를 망설여 하실 텐데 동물 구조하실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원이 아니어도 이런 큰 도움을 받아서 감사합니다. 도비의 수술비가 끝나가면 꼭 후원하는 회원이 되겠습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 할뻔 했던 도비를 구조해주시고 치료해 돌봐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작은 몸으로 큰 수술을 두번이나 견뎌준 도비가 참 대견합니다. 구조자분 곁에서 도비가 아팠던 지난 기억은 모두 잊고  힘차게 뛰고 장난도 치며 행복한 묘생을 살기를 늘 바라겠습니다.


*도비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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