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가정의 가장이자 캣대디입니다. 집사람이 처음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캣맘의 길로 들어섰고 지금은 저 또한 집사람과 같이 고양이아빠가 돼버렸습니다. 처음엔 그냥 옆에서 응원만 할 뿐 늘 고양이 일은 집사람 몫이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 또한 고양이 매력에 안 빠질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집사람과 같이 고양이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집에는 제가 수유하며 키운 새끼고양이를 비롯해 어느새 17마리의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함께 길고양이들을 챙기다 보니 아픈 고양이도 두 배로 눈에 띄게 되었고 결국 구조와 치료 후 병원비가 남게 되더군요. 병원비 생각하면 그만하자 하지만 막상 고양이들을 보면 그럴 수가 없는 현실이 돼버렸습니다.
집사람과 근처에 사는 형님댁에 가서 저녁을 먹고 밤11시경 집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운전 중 앞에 보인 모습은 고양이가 세 다리로 힘들게 뛰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왜 세 다리였던 것인지 세 다리론 길생활이 힘들 텐데... 저희부부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애써 외면하며 고양이가 길을 잘 건너가길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이트에 비춰진 다리 상태를 보곤 너무 놀랐습니다. 뒷다리 하나가 아예 잘려나가 있고 그 주변으로 피가 묻어나있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빨간 피를 본 순간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도저히 그대론 지나칠 수가 없어 어떤 상태인지 보기라도 하자 하는 마음으로 갓길에 차를 세웠고 고양이가 논둑 수로로 들어간 것을 보곤 다가가 보았습니다. 작은 체구의 어린고양이었고 뒷다리라 잘 보이진 않았지만 피가 나는 모습에 그대로 두었다간 버티지 못할 것으로 판단, 차에 늘 갖고 다니는 포획틀을 수로 앞에 놓았습니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10여 분만에 쉽게 잡혀주었습니다.
다른 경계심 많은 아이들과는 다르게 의외로 얌전하고 착했습니다. 고통의 시간은 끝났다며 조금만 더 버텨주라 얘길 해줬습니다. 시골이라 고라니 멧돼지의 잦은 출몰에 올무나 덫을 많이 논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그런 덫에 걸려 다리가 잘려 나간 게 아닐까 생각이듭니다. 얼마나 아팠을지... 혼자서 고통과 두려움을 보냈을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처음만난 고양이였고 그런 급박한 상황에 사진 찍을 생각을 못하여 포획틀로 구조한 사진을 보내드립니다.포획틀째로 차에 그대로 두었고 다음 날 동물병원 오픈시간에 맞춰 집사람과 같이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천안엔 다닐만한 동물병원도 없고 조금은 떨어졌지만 길고양이들을 아무 편견 없이 봐주시는 하니 원장님을 신뢰하여 그동안 그곳을 다니게 됐습니다. 동물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마취를 하였고 자세한 상태를 보게 됐습니다.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다리... 어찌 버텼는지 패혈증으로 죽지 않은 게 신기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동안이나 못 먹었던 것인지 1살 추정의 성묘라는데 2키로밖에 나가지 않던, 그래서 어린고양이로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그날 그렇게 못 봤더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입니다. 천만다행이죠. 그래서 이름도 행운의 럭키, 럭키라고 지었습니다.
잘려 나간 다리 외에 탈수증과 빈혈이 있었지만, 그동안 잘 못먹 었어서 그런 거라며 잘 먹으면 금세 좋아질 거라 하셨고 골반 아랫쪽으로 절단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그날오후 수술 잘 끝났다는 원장님 전화를 받았고 보름정도의 입원, 회복 시간을 거쳐 퇴원을 하여 지금은 집에 와있습니다. 원래 집냥이의 기질이 있었던 건지 럭키는 완전 착합니다. 조금 더 회복기를 거치고 몸무게도 늘면 그때 중성화도 할 생각입니다.
집아이들과 서로 얼굴도 익힐 겸 원활한 합사를 위해 지금은 케이지 생활 중인데 너무 편안해보입니다. 이렇게 저희집의 18번째 아이가 되어 럭키와의 동고동락이 시작되었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된 행운의 럭키, 비록 세다리지만 네다리 못지않게 신나게 뛰어다닐 럭키를 상상하며 치료지원을 신청하였습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어서 아직은 만지거나 하면 하악 거리지만, 케이지 생활을 하고 있고 잘 먹고 잘지내고 있습니다. 럭키의 치료비를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럭키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세다리로 길위를 헤메었을 럭키가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텐데 다행히 럭키를 발견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럭키라는 이름처럼 행복하고 좋은일만 가득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