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로 장기간 다리를 끌고 다녔던 길고양이 '행복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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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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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행복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사람을 그리 따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는 무던한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나타난 행복이는 밥자리로 오는 날이 점차 늘기 시작해 매일 찾아왔고 봄이 되면 TNR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12월 행복이가 한쪽 뒷다리를 들고 왔습니다. 

길 아이들 밥은 챙겨주고 있지만 구조라는 것은 저는 못 하는 일이라 생각하였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디가 삐었을까? 물린 걸까? 다리 부분을 자세히 볼 수가 없어 주위에 물어보니 골절의 경우 자연치유 되는 경우도 많다 하여 시간이 지나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친 것을 본 이후로 행복이를 만나는 날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가끔이나마 밥을 먹으러 오는 것을 보고 애써 나름의 위안으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매일 보던 행복이는 3-4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씩 오더니, 올해 1, 2월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몰려드는 후회와 온갖 생각들..

그렇게 두 달이 지난날 평소 행복이가 오던 시간이 아닌 때에 행복이가 밥자리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듯한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지나간 땅에 핏자국이 보였습니다. 부랴부랴 포획틀과 통조림을 놓고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제발 다시 와주거라 이제는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저녁이 지날 무렵 설치해놓은 포획틀에 가보니 행복이가 보였습니다. 

구조 직후 곧바로 울산에서 가장 큰 동물병원으로 갔고 행복이는 입원을 하였습니다. 다음 날 검사 결과 왼쪽 뒷다리가 골절되었고 장기간 다리를 끌고 다녀 피부 조직이 많이 상한 상태이며 염증성 결절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뼈 감염의 위험 등 침을 박는 수술이 안 되는 정도의 상태라 왼쪽 뒷다리 전체를 절단하는 수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절단술 후 약 2주 동안 입원하여 경과를 지켜보았고 호전 상태가 좋아 퇴원하여 저희집에서 케어 중입니다. 병원에서도 생 야생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악질은 했는데 퇴원하고 집에 오니 하악질은커녕 쓰다듬으면 더 쓰다듬어달라고 들이대기까지 하는 수컷 길고양이치고는 아주 순한 순둥이입니다. 행복이는 그렇게 저희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세 다리로 살아야 하지만 세 다리로도 우다다도 하며 잘 살아가는 많은 아이의 사례를 보았고 행복이 역시 조금씩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긍정적인 아이입니다.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가득 하라고 지은 행복이의 이름처럼 행복이의 행복한 묘생을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행복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골절된 다리를 끌고 다니면서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요? 행복이가 더 늦지 않게 나타나 줘서 수술도 잘 견뎌줘서 정말 고맙고 대견합니다. 비록 세다리로 앞으로 묘생을 살아가야 하지만 구조자님 곁에서 잘 적응하고 더욱 행복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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