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혐오와 질병으로 고통 속에 살아온 길고양이 '야옹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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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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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다 인근 빌라 주차장에서 우연히 아주 아파 보이는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평소에 동네 길고양이들 밥을 챙겨 주어서 길고양이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마르고 처참한 아이는 처음이었습니다. 구내염이 매우 심한지 침을 엄청 많이 흘리고, 피부염으로 인해서 옆구리 쪽 털이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배가 고픈지 계속 야옹거리며 저를 쫓아와서 캔을 사서 주었더니 며칠 굶은 것처럼 숨도 안 쉬고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집에 왔는데, 자꾸 저를 따라오는 그 아이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파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같은 시간에 그곳에 가보았는데 기다려도 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매일 야옹이를 찾아 그 근방을 뒤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야옹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찾다 포기하고, 미음 좋은 분이 불쌍해서 데려가셨을 거라는 희망 속에 야옹이를 잊고 지냈는데, 몇 달 후 지역 카페에서 아픈 고양이가 있다는 글을 읽고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너무 마르고 처참해서 야옹이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근데 아주 자세히 보니 야옹이가 맞았습니다. 몇 달 만에 그 처참한 꼴로 나타난 겁니다. 야옹이를 위해 누군가 집을 마련해 주었는지, 야옹이는 그 안에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차를 타고 밥을 주러 갔습니다. 야옹이는 몸이 아주 아픈지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고, 제가 갈 때만 집에서 나왔는데 멀리서도 오는 소리를 어떻게 아는지 야옹거리며 뛰어나왔습니다.

야옹이가 먹기 쉽게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랑 영양제를 넣은 죽 같은 밥을 만들어 아침, 저녁으로 먹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영양제를 많이 먹여야 좋다고 하셔서 혹시나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좋은 영양제는 다 사다 주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야옹이는 아주 식탐이 많고, 잘 먹습니다. 그렇게 이가 아픈데도 살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느껴져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약도 먹고, 밥도 꼬박꼬박 먹으며 지내니 야옹이가 좀 생기도 있고, 나아졌습니다. 제가 병원에 데려가 도와주지 못하는 게 너무 미안해서 끼니만큼은 최선을 다해 챙겨주었습니다.


그런데 동네 주민들이 하루하루 갈수록 저에게 고양이 밥도 주지 말고, 이 동네에 오지도 말라며 매일 난리를 치고, 몸조심하라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습니다. 고양이가 집 안에 매일 있는데 발로 부셔서 제가 울면서 다시 집을 만들어 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여자인 제가 무서운 동네 사람들을 혼자 상대하기가 너무 힘이 들어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저기 괴롭고 속상한 마음을 전했는데, 몇몇 고마운 분들이 그곳은 너무 위험해서 야옹이를 구조해야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보시더니 너무 상태가 안 좋으니 하루빨리 구조하자고 하셔서 비가 오는 새벽 12시에 야옹이를 잡았습니다. 야옹이는 여리고 약해서 너무 쉽게 잡혔습니다. 바로 야옹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을 시켰습니다. 야옹이는 많이 놀랐는지 병원에 도착한 후 계속 설사를 해서, 설사가 멈추고 좀 안정이 되었을 때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구내염이 매우 심해 전체 발치를 해야 했고, 상태가 심각해서 수술도 두 번에 나누어서 했습니다. 잇몸 염증도 심해서 치료를 꾸준히 계속 받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 야옹이는 중이염이 매우 심각해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이도 심각하게 아프고, 귀도 중증으로 아프다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마음이 아픕니다. 오랜 길 생활로 영양 상태도 매우 안 좋아 어느 정도 입원해서 회복해야 한다고 합니다. 야옹이는 다시 방생하면 치료가 소용이 없다고 하니, 치료가 끝나면 남은 여생을 편안히 사랑받고 지낼 수 있도록 제가 저희 집에서 보호하려고 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야옹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마르고 처참한 모습으로 힘겨운 길생활을 견뎌왔을 야옹이. 아픈 상태로 영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밀려간 곳에서 극적으로 구조자분을 만나 돌봄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동네 주민들의 길고양이 혐오 민원으로 학대 위기에까지 놓여졌습니다. 야옹이는 다행히 구조되어 이제는 쫓겨 다니지도,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견뎌내지 않아도 될 가족도 생겼습니다. 상태가 심각했던 만큼 야옹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남은 여생은 가족의 사랑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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