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에 피가 묻어나고 얼굴이 홀쪽해진 '얼큰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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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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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몇 년 전 공원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티엔알 시키기 위해 몇 개월 동안 많은 노력을 해서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을 티엔알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구조한 얼큰이는 설치된 통덫만 보면 도망가서 포획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얼큰이는 영역을 옮겼는지 공원에서 더이상 만날 수 없었습니다.

작년 여름쯤 정말 오랜만에 공원에서 얼큰이를 다시 만나게 돼서 무척 반가웠지만 얼큰이의 얼굴이 홀쭉해졌고 입에는 침으로 범벅이 돼 있었습니다. 구내염에 걸린 것 같아서 약을 챙겨 먹이기 시작했는데 얼큰이는 얼굴을 자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공원에서 만나는 날만 약을 먹일 수 있었기 때문에 구내염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햇반에 부드러운 캔과 약을 섞어서 담아주니까 먹으려고 시도하는데 햇반 그릇에 피가 묻어 나는 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아파하는 얼큰이를 생각하면 밤에 잠을 편히 잘 수 없었습니다. 얼큰이를 잡아야 겠다는 생각에 밥주러 나갈 때마다 통덫을 챙겨서 나갔지만 얼큰이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 설치했던 겨울집을 손보기 위해 공원 전체를 도는데 얼큰이의 은신처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얼큰이가 숨어있던 겨울집의 위치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그동안 얼큰이를 자주 만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얼큰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게 잡았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다음날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서 진료를 받아보니 구내염 진행이 많이 돼서 어금니는 많이 빠져 있었고 남아 있던 치아들도 모두 발치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숨소리가 천식 환자들처럼 무척 나빠 보여서 몇 가지 검사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고양이 전염병은 모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수액과 주사를 맞으며 입원 치료를 받았고 치아 전체 발치 수술도 받았습니다. 수술받는 날 걱정이 너무 많이 되서 얼큰이를 보러 병원에 갔습니다. 수술 전 금식이라서 좋아하는 간식을 먹일 수 없었지만 수술 잘 받고 만나자고 인사하고 왔습니다. 수술받은 날은 밥을 먹지 못했지만 다음 날부터는 밥을 잘 먹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숨소리가 거칠었던 탓에 호흡 질병 치료도 같이 받았는데 퇴원 후에도 일정 기간 약을 먹여야 해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구내염 수술이 잘 되어서 아파하지 않고 침도 안 흘리고 밥 잘 먹었고 나빠 보였던 숨소리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얼큰이는 구내염 수술을 받고 호흡 질병 약을 다 먹인 후에는 공원에 다시 방사를 할 계획여서티엔알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개냥이도 이런 개냥이가 없을 정도로 사람 손을 많이 탔습니다. 공원에서 가끔 수컷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 얼큰이가 다른 수컷들을 무섭게 공격했었기 때문에 공격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완전히 반전이었습니다.

덩치 큰 놈이 애교부리는 게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손을 이렇게 많이 타버려서 사람이 좋다고 애교부리고 있고 나이도 많고 치아도 없는 놈을 길에 다시 내놓으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집에 고양이가 여러마리 있어서 입양을 또 하기에는 힘들 것 같고 해서 남편과 얘기를 해봤습니다. 남편도 얼큰이를 길에 내놓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의견 일치를 봤고 얼큰이를 임시보호하며 입양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보니 몸 여기저기 아픈 곳 생기고 예전보다 체력이 떨어져서 생활하기 힘이 드는데 고양이들도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이 많은 얼큰이가 더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얼큰이가 사는 날까지 사랑받으며 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려고 합니다.



[최근 소식]

얼큰이는 길에서 살던 길고양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적응을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퇴원 후 방에 격리 시켰다가 얼마 전부터 거실로 나와서 집아이들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큰 마찰 없이 합사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아이들은 얼큰이가 낯설어서 거리를 두지만 서로 냄새를 맡으며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구내염 수술 후 재발되서 고생하는 길고양이들 많이 봤기 때문에 경험 많은 병원에 데려가서 제대로 검사하고 수술시켰습니다. 수술이 잘 되서 침 흘리는 거 없어졌고 아파하지 않고 밥 잘 먹으며 지내고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길고양이 구조해서 치료하려면 비용적 부담이 아주 큰데 카라의 도움으로 치료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길고양이들 위해 많이 도와주세요. 카라 감사합니다.


*최근 소식과 함께 보내주신 사진 속 얼큰이의 표정을 보니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졌네요. 집냥이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마음을 열었나봅니다^^ 오랜 거리생활로 많이 힘들도 지쳤을 얼큰이의 행복한 묘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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