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에서 피를 흘리며 절뚝이던 '흰둥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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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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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제가 아기때부터 밥을 주던 근처 빌라 아깽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흰둥이입니다. 아이의 성별을 정확히는 몰랐는데 겁도 많고 순둥이라 막연히 암컷일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봄이 되어서 혹시 임신할지 모르니 중성화를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이가 6개월 정도 됐을 때 포획했습니다. 통덫을 두었는 데 주변에 살던 다른 아이가 잡혔고 그 모습을 본 흰둥이가 자리를 피해서 포획하는 데 계속 실패했습니다. 밴드를 통해 알게 된  포획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4시간 동안 기다려서 수동트랩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간신히 포획했는데 오른쪽 발가락에 핏자국이 보여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병원 가서야 흰둥이가 수컷인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이 늦게 끝나 늦은 밤에만 아이를 만나러 갔기에 자세히 살피지 못해서 성별도 잘 몰랐던 것입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아이를 포획하고 보니 발을 절뚝거리고 오른쪽 앞발가락에 핏자국이 보였습니다.  

아이가 며칠간 안 보였었는데 다쳐서 그랬나보다 생각하고 중성화하면서 치료도 해주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원에 데려갔는데 그 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당직 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보더니 뭔가 무거운 것에 맞아서 오른쪽 앞 발가락 인대가 찢어지고 살이 찢겨 있는데 이미 괴사가 진행이 돼서 오른쪽 앞다리 전체를 절단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염증이 온몸에 퍼져서 패혈증으로 죽었을거라고도 하셨습니다. 저는 다리 절단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는데요, 급한 마음에 응급 처치 후 그 병원에 아이를 입원시키고 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그날 밤 뜬눈으로 밤을 샜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다리 하나가 없는 채로 아이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제 아이를 방사할수도 없고, 입양도 물 건너 갔으니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 병원에 가서 다른 의사 선생님께 어제 찍은 사진을 보여드리니, 사진상으로 보기에도 이미 괴사가 진행이 돼서 절단할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절망스런 마음에 다시 아이가 입원해있는 병원에 갔는데 병원의 원장님은 당일 진료한 당직의사와는 다른 의견을 주셨습니다.  아이 상태를 보시더니 오래 걸리긴 할텐데 한번 치료를 해보겠냐고 하셨던 것이지요. 사실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치료라는 말에 진료비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의 생명이 달린 것이었기에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에 동의하고 아이의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다리 절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치료가 가능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지만 막상 퇴원을 앞두니 엄청난 치료비 정산이 기다리고 있어서 고민이 됩니다. 

흰둥이를 구조한 일은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버려 마음이 많이 힘들었고 앞으로의 일들도 순탄치만은 않을 거 같아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부디 제가 용기를 갖고 흰둥이를 계속 케어할 수 있도록 카라에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흰둥이의 근황]

백방으로 임보처를 알아 보아서 좋은 분께로 가게 되었습니다. 현재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으며 따뜻한 실내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케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혹시 입양처를 구하지 못한다면 사비로라도 방을 얻어 케어할 생각입니다. 

현재 흰둥이는 임보처에서 조금씩 적응 중입니다. 처음에는 집에서만 지냈는데, 이제 조금씩 밖에서 놀고 있습니다. 

항상 애써주셔서 우리 동물들이 조금씩 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렵게 구조된 흰둥이가 잘 치료를 받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포획이 어려웠던만큼 경계심이 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집 생활에 잘 적응해가고 있네요. 다리를 절단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도록 신경써주신 의료진과 치료를 포기하지 않은 구조자님, 감사합니다. 흰둥이가 반려묘로 건강한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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