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벗겨져 진물이 나던 '은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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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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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저는 집 앞에 오는 몇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걸 보고 안쓰러워 밥을 챙겨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동네 고양이들 tnr 신청해서 진행하는 중에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고양이를 발견했고 어미 고양이가 며칠 tnr하러 간 사이 어미 대신 돌봐주다가 정이 든 아이가 구조하게 된 은비입니다.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던 은비가 어느 날 꼬리에 상처가 생겨 나타났고 저는 길고양이 상처에 대해 무지했던 터라 동물 병원에서 항생제를 챙겨와 밥때 오는 은비에게 먹여주며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상처가 좋아지지 않고 허물 벗은 것처럼 피부가 벗겨지고 진물이 나며 더 악화되어 가는 것 같아 더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 데려가서 상태를 보여 봐야겠다는 생각에 포획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로부터 포획을 위해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유인해 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그렇게 적응 시키고 틀을 설치해서 그 안으로 먹이를 넣어주고 자리를 피해서 기다렸습니다. 몸이 아파서 그런지 경계가 심해지고 포획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 사이 육안으로 확인될 만큼 상처는 더 깊어진 듯 보였습니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날이 추웠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동장에 담요 깔아 두고 집 뒤에 작은 화단에 밥과 함께 설치해 두고 몇 날 며칠을 더 기다려보았지만 예민해진 은비는 나타나지 않았고, 포기해야겠다 생각하던 날 이동장 안에 잠들어 있는 은비를 발견하고 다가가 문을 닫고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포획한 날 새벽부터 병원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며 몇 군데 전화로 문의 후 가장 빨리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은비를 데리고 갔습니다. 은비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는 저는 약 바르고 주사한대 맞혀주는 정도의 치료를 예상했지만, 실제로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지금 상태로는 꼬리를 살리는 게 힘들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고 꼬리를 너무 많이 핥아서 항문이 꼬리 위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이며 수술 후 배변활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제 사정보다 수술 후에 은비의 상태와 길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생겼습니다. 상담 후 꼬리는 이미 괴사되어 살릴 수 없어 단미술을 진행했고 수술 후 3주의 입원 기간 동안 수술 부위가 잘 아물 수 있도록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수의사 선생님께서 꼬리 염증은 절제한 후에도 출혈 여부에 따라 2차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3주 이상 입원하여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었습니다. 퇴원 후에는 아이 상처가 완전히 치료되고 배변활동에 문제가 없을 때까지 임시보호 하려고 합니다. 저희 집은 단독주택으로 마당 한쪽에 창고가 있습니다. 그곳에 아이 임시 거처를 마련하여 회복 기간 동안 지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 상태를 체크하고 아이가 길 생활에 돌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있던 곳으로 방사하고 이전처럼 살피며 관리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퇴원 후 소식]

은비는 긴 병원생활을 마치고 건강하고 밝아진 모습으로 저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편히 지내며 안정을 찾을 때까지 주의 깊게 잘 돌보겠습니다.

은비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은비가 더 큰 고통을 겪기 전에 구조하여 치료해주신 구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포근한 자리도 마련해주신 구조자님 덕분에 은비의 길생활은 고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은비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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