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이빨이 피부 밖으로 드러나 있던 '대장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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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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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대장이는 저희 동네에서 대장이로 통하는 치즈냥이로 사람 손을 타지 않고 경계심이 강한 아이입니다. 거기다 급식소에 오는 다른 아이들에게 심술을 부려 인근에서 밥을 주는 주민들에게도 예쁨을 잘 받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올 초 어느 날 본 대장이는 오른쪽 볼 부분이 까맣게 번지듯 상처가 나있었고 부풀어 올라있었습니다. 잡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기에 동네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아 캔에 섞어주었습니다.

조금씩 부은 부분이 가라앉는 듯 하여 다행이다 여기던 차에 곳곳에 놓여있는 길냥이 집 안 담요에 대장이가 머물고 나면 피 섞인 침이 늘 묻어있는 걸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점점 사료를 먹지 못해 습식 캔을 먹게 되었고 사람이 다가가면 재빠르게 도망부터 가던 아이가 바로 앞에서 캔을 주어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머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돌보는 아이들이 많기에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하는 괴로운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이젠 습식 캔마저 경련 일으키듯 몸을 부르르 떨며 삼키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대장이를 몇 번이고 보게 되었고 더 이상 구조를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손을 타지 않는 아이라 이동장 안으로 유인해 잡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꼬박 일주일을 새벽마다 아이 잡느라 나갔고, 증상이 심해져 거동조차 불편해보였을 때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담요로 뒤에서 아이를 잡아 곧장 케이지에 넣고 병원을 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 손을 타지 않던 대장이는 잘 먹지 못한 탓인지 힘이 없어서 너무나 쉽게 잡혔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이렇게까지 약해지는 동안 지켜보기만 한 게 미안해졌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체력이 많이 약해지고 호흡기 질환도 있는 대장이는 바로 마취를 하거나 혈액을 채취할 수 없었습니다. 기운이 없고 체격 대비 몸무게가 너무 적게 나가 범백도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틀 정도 다른 방에서 격리시키면서 상황을 지켜보았고, 범백 음성 결과가 나온 후 일주일 정도 호흡기 치료를 한 후에야 혈액검사를 하고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구내염이 문제가 되었으며, 오른쪽 볼 쪽에 검은색으로 부었던 부분은 외부에서 긁혔을 확률보다 구강 내 이빨이 썩어 피부 밖으로 드러났을 확률이 높다고 병원에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 발치가 불가피했습니다. 이가 많이 녹아내려 정확한 나이 추정은 불가했지만 대략 4-5살 쯤으로 예상되었고, 발치 결과, 4면 발치, 견치4개 발치, 아래턱 앞니2개 위턱 앞니5개 발치를 진행했습니다. 

위턱 앞니의 경우 잇몸에 매몰되어 있었으며, 3면에 육아종이 위치해 종양이 아닐까 우려가 됐으나 다행히 악성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대장이의 성격상 원래 살던 곳에 놓아주고 돌보는 것이 최선임을 알기에 길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체력 회복을 위해 며칠간 더 입원하였으며, 그간 잡히지 않아 하지 못했던 중성화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대장이는 긴 병원생활을 마치고 건강하고 밝아진 모습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람을 경계하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하악질이 줄어들었으며 늘 머무는 주차장 한 켠에 놔준 집에 얌전히 있을 때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먹을 때 아파하지 않고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 뭉클합니다. 퇴원할 때 선생님께서 추가적인 약이 필요없다고 하셔서 일단 습식캔과 알이 작은 사료와 물 위주로 급여하고 있으며, 추후 지켜보면서 혹시 컨디션이 안 좋아지거나 할 경우 혹시 몰라 처방받은 항생제 약을 추가로 급여하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한 생명 살리는 일, 시민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외면하지 않게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