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에게 내몰림 당해 심하게 물리고 병든 '호동이'

  • 카라
  • |
  • 2021-06-15 14:35
  • |
  • 1094

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옆 동네 재개발 지역이 철거되던 2년 전쯤 호동이는 우리 아파트 단지로 내려와서 자리 잡으며 살기 시작했습니다. 호동이는 급식소 주변에 자리를 잡았고 항상 급식소 주변에 머물면서 밥시간이 되면 밥을 기다리고 있는 순한 길고양이였습니다. 사람들은 호동이를 보면서 품종 고양이랑 섞인 것 같다며 누가 키우다가 버리고 간 것 같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올해 초 호동이 다리에 털이 뭉텅이로 빠져 있는 걸 봤는데 피부병에 걸린 줄 알고 동물병원에서 약을 지어다 먹였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낫지 않았고 오히려 털이 더 많이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다리만 털이 빠져 있었는데 나중에는 턱밑까지 털이 빠져 보였습니다. 피부병은 다른 길고양이들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서 5월에 노란덫으로 호동이를 잡았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호동이는 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가 하나같이 모두 충격이었습니다. 피부병이라고 생각해서 곰팡이 검사를 했는데 피부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다른 고양이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당해서 양쪽 다리에 물린 상처가 무척 많았습니다. 그리고 송곳니 4개도 부러져 있고 변색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발치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발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호동이 몸에 다른 상처는 없고 물린 자국만 있다는 건 다른 고양이가 공격할 때 반항 한 번 못하고 공격을 당하기만 한 것 같다는 병원장님의 설명에 호동이가 너무 불쌍해서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었다면 심적으로 얼마나 두려웠을 것이며 몸은 얼마나 아팠을까, 그저 호동이한테 미안한 생각뿐였습니다. 털이 빠져있는 거 보고 피부병이라고만 생각했지 호동이가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더 기가 막힌 일은 고양이 에이즈와 마이코플라즈마에 감염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양이 에이즈에 감염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물 때 감염된다고 하는데 호동이도 공격 당할 때 물리면서 감염된 것 같습니다. 마이코플라즈마는 치료가 가능한 항생제를 2주 이상 복용하고 재검사를 통해 완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고양이 에이즈는 치료가 없기 때문에 평생 다른 고양이들과 격리된 상태에서 지내야 한다고 합니다.

호동이가 다른 고양이를 물면 에이즈에 감염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 집에는 구조해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어서 이걸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고양이 없는 집으로 입양을 보내면 좋은데 송곳니 모두 부러진데다 앞으로 발치 수술도 받아야 하는 호동이를 누가 입양할까, 라는 생각에 요즘 걱정이 많습니다. 지금은 병원 치료 마치고 집에 데려와서 마이코플라즈마 치료약을 먹이며 돌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다른 고양이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는 호동이를 다시 그곳으로 내보내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고 또 에이즈에 감염되어 있는 호동이는 길고양이들과 같이 지내면 안 된다고 하셔서 집에서 임시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부러진 치아가 치료가 된다면 고양이 없는 집으로 입양을 알아보고 싶은데 지금 당장 발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하시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으니 호동이를 임시보호하며 돌봐주려고 합니다.



[퇴원 후 소식]

호동이는  마이코플라즈마 2주치 약을 다 먹여서 며칠 전에 동물병원 가서 전염병 검사를 다시 받았습니다. 결과는 다음주에 나온다고 했고 치료가 됐으면 약을 더 안 먹어도 되고, 치료를 더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약을 더 추가로 먹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호동이는 에이즈가 있어서 다른 고양이들과 격리되어 방 안에서만 지내고 있는데 호동이 볼 때마다 딱하고 가여워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호동이도 거실이나 베란다에 나가서 뛰어놀고 싶을텐데 좁은 방에만 있어야 하니 길에서 살던 고양이가 얼마나 답답할까 싶습니다. 그런데 동물병원에서도 주변 분들께서 에이즈 고양이는 이게 최선이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고양이에게 지속적으로 공격당해서 물린 상처는 거의 다 아물어 가고 털도 많이 자랐습니다.

호동이가 치료 받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고양이한테 물려 상처가 나고 병이 들었으니 그동안 호동이의 마음 고생이 꽤 심했겠습니다. 동네의 터줏대감 고양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공격을 받은 것 같은데요, 재개발 지역 철거 시기 즈음에 동네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외모를 보아도 그렇고 호동이는 정말 집에서 지내다 버려진 것 유기묘인 것 같네요. 갑자기 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호동이는 구조되지 못했더라면 길고양이의 거친 삶에 적응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동이의 삶을 지켜주시고 완치를 위해 애써주시는 구조자님과 호동이, 모두를 응원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