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여러 곳에서 길고양이들 밥을 주는데, 그 중 한 밥자리에서 작년 겨울부터 가끔 밥자리에 보이던 아이였습니다. 품종묘라 누가 키우다 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겨울 이후에 한참을 안보이다가 아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아이 쉬는 자리도 찾았고, 중성화도 할 겸 포획틀을 놓았는데 못잡았었는데, 다음날 밥자리에 오는 다른 고양이들 중성화를 하려고 놓은 포획틀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왕 들어온 아이, 중성화도 하고 입양도 보낼 겸 구조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구조하고 보니 아이가 계속 혀를 내밀고 있어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송곳니 중 하나는 이미 없는 상태였고 입안에도 고름이 잔뜩 있어서 5일치 약을 먹고 염증을 가라앉혀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남은 송곳니 하나도 흔들려서 발치를 해야했고 어금니도 부러져서 발치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길에서 살면서 누군가에게 돌맹이에 맞거나 발에 차리는 학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히 해봅니다.
아이는 평상시에는 굉장히 얌전하고 조용한데 손만 근처에 가면 으러렁거립니다. 15일 정도 약을 먹어야 하고, 구내염인지 단순염증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단순염증이라면 입양을 알아보고 진행하려 하구요, 구내염이라면 입양이 힘들 테니 그냥 제가 돌보려 합니다. 평상시엔 참 얌전한데 겁이 많아서 캣닢 인형 같은 걸 살짝 들이밀어도 으르렁댑니다. 학대를 받아서 사람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그래도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고는 있습니다.
[퇴원 후 소식]
산이 어제 병원에 다녀왔어요. 수술한 자리를 잘 아물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구내염이 심하지는 않고 살짝 있다고 하네요. 침흘림이나 이런 건 없지만, 잇몸 안쪽이 살짝ㅠㅠ 그래서 한달치 구내염 약을 더 지어왔습니다. 병원에서는 처음보다 살도 많이 찌고 많이 이뻐졌다고 하네요. 아이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다음 주에는 미용을 하려고 예약했어요. 아이가 털을 자꾸 그루밍 해서 토하고 해서 날도 덥고 하니 미용을 하면서 목욕도 한 번 해주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미용하고 이뻐지면 다시 사진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품종묘인 듯한 산이가 어쩌다 길에서 살아가게 되었을까요. 더군다나 학대로 의심할 수도 있는 상처가 있다고 하니, 혹여 전 보호자로부터 안 좋은 경험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겁이 많고 으르렁대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래도 다행히 구조자분이 산이가 마음을 열기까지 잘 기다려주시고, 정성껏 보살펴주시니 산이의 몸과 마음의 상처가 모두 치유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산이를 구조해주시고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