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하나를 잃고 풀숲에서 울던 '누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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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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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당시 저는 4살인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을 걷던 중, 미약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기에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아기 고양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왼쪽 안구가 튀어나와 있고, 이미 꽤 시간이 오래 지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별다른 공격성은 보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울기만 했습니다. 풀숲에 파묻혀 몸을 웅크리며 자꾸만 숨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로, 마치 살기를 포기하고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당장 이 아이를 포획하는 것조차도 두렵고 망설여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고양이에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므로, 반려견과 함께 있는 상태에서는 구조하기가 어려워, 강아지를 집에 두고 다시 돌아오는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 구조하기로 마음을 먹고 약 3, 40분 뒤에 다시 그 자리에 이동장을 들고 갔습니다. 그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울음소리를 내며 그저 가만히 숨어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들어 올려 이동장에 넣고 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였고, 저녁 시간이었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병원은 모두 진료가 마감된 상태라, 자주 가는 동네 동물병원에서 24시간 동물병원을 추천 받아, 먼 길이지만 달려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고양이의 안구는 적출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길고양이인 만큼 저의 금전적 부담을 생각하여 수술 전에 꼭 필요한 검사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몇 가지 검사 후, 아기 고양이의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수액 처치를 한 뒤에 다음날 바로 안구 적출 수술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처음에 동물병원에 갔을 때에는 수술 전에 필요한 몇 가지 검사와 X-ray 촬영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 상 여러 건강 기능 수치들이 비정상적으로 나오고(간수치가 낮게 나오고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있는 상태) 아기 고양이의 기력이 떨어진 상태라서 하루 동안 입원하여 수액 처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기 고양이가 임시 보호 및 입양 갈 것을 생각하여 중성화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동물에게 마취를 여러 번 시키는 일은 건강 상 큰 부담이 된다고 알고 있어서, 혹시 안구 적출 시에 함께 실시하면 어떻겠냐고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음날 저녁에 안구 적출 및 중성화 수술을 실시하여 수술을 집도하신 의사 선생님께 전화로 먼저 수술 결과를 설명 들었습니다. 아이의 안구는 적출하였으나, 염증이 생각보다 깊어서 최대한 염증을 제거했지만 농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 배농관을 부착하였고 입원이 3일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술비에 더하여 3일치 입원비까지 추가되는 것이 부담되었지만, 아이의 건강과 생명이 우선이기에 입원을 연장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술 종료 1시간 뒤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을 때에는 배농관이 삽입된 상태로 아기 고양이가 매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음날 다시 한 번 해당 동물병원에 가서 아기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였고 의사 선생님의 추가 설명을 들었으며, 대략적으로 계산된 병원비에 대해 들었습니다. 아기 고양이의 상태는 수술 직후 보다 훨씬 활발한 모습이었으며 배농관도 제거된 상태였습니다. 밥을 먹는 모습도 보았는데 식욕이 왕성하고, 사람에게 매우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어서 한시름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아이를 구조한 당일부터 고양이와 관련된 여러 인터넷 카페와 당근마켓 등에 아기 고양이의 임시 보호 또는 입양을 구하는 글을 꾸준히 올렸더니 감사하게도 구조 당일 밤에 바로 3개월 임시 보호자가 나타났습니다. 현재 3인이 함께 살고 있는 일반 가정으로, 임시 보호자님께서는 집에 상주하고 계시며 아픈 아기 고양이를 충분히 보살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임시 보호 경험이 있어서 고양이 용품도 다 구비가 되어있는 상태라는 점이 신뢰할 만했습니다.

월요일 퇴원 이후, 아기 고양이는 임시 보호자님의 보호 아래 3개월 간 생활하게 될 것이며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입양 홍보를 진행하여 반드시 아기 고양이를 입양 보낼 생각입니다. 이전에도 개인적으로 유기견을 구조하여 입양까지 보낸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반드시 작은 생명에게 소중한 가정과 행복한 묘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 작은 생명이 저에게 발견된 것이 저와 아이 모두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여유롭진 않지만 제가 가진 시간과 돈을 지원하고 싶고, 이에 ‘카라’에서 도움을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후원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카라 회원이 되겠습니다.




[퇴원 후 소식]

아기 고양이에게 ‘누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털 색깔이 ‘누리끼리’해서 누리, 행복만 누리라고 누리, 온누리(온세상)가 너의 행복을 응원한다고 누리입니다. 실제로 많은 지인들이 누리를 걱정해주었고 임시 보호처와 입양처를 알아봐주었기에 온누리가 아기 고양이 누리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입니다. 누리는 조금 전에 임시 보호자님의 댁으로 이동하여 벌써 저녁밥을 거하게 먹었다고 합니다. 밥도 약도 야무지게 잘 먹는다고 합니다. 궁금증은 얼마나 많은지 임시 보호자님 집을 샅샅이 탐색중이고, 가족들이 뭘 먹는지 살펴보려고 기웃대기도 하며 알아듣지도 못할 옹알이를 끊임없이 한다고 합니다. 워낙 애교가 많은 고양이라 3개월 내에 얼마든지 입양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 중입니다. 

현재 누리는 잘 회복하고 있고, 안구의 실밥 뽑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살이 되기 전에 접종도 하고 입양처도 알아볼 예정입니다. 항상 말 못 하는 동물들을 위해 물심양면 애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임보자처에서 지내는 누리의 모습이 굉장히 편안해보이네요. 사진으로도 사랑스러움이 전해집니다^^ 구조자님 덕분에 누리가 더 늦기 전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퇴원후에는 임보자님 덕분에 안정을 취하고 있으니 이제 좋은 입양가족을 만날 일만 남았네요. 카라도 몇달 전 안구를 다친 새끼고양이 세 마리를 구조했는데, 그 중 한 마리는 누리처럼 안구손상이 심해 한쪽 눈을 적출했습니다. '윙크'라는 이름의 그 고양이는 입양되어 가족과 함께 잘 지내고 있어요. 누리도 윙크의 기운을 받아 하루빨리 평생집사를 만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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