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다리로 산비탈을 기어내려오던 '야옹이'

  • 카라
  • |
  • 2021-08-03 21:50
  • |
  • 896

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야옹이는 2020년 여름부터 제가 돌봐왔던 4남매 중 한마리입니다. 4남매의 엄마냥이 하양이는 아가들과 제가 운영하는 아파트 화단 급식소로 와서 지내다 아이들을 그 공간에 독립시키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야옹이는 4남매 중 유난히 애교와 식탐이 많은 냥이였습니다. 출근 전후로 하루 2회 동네냥이들 급식소 3곳을 챙기는 와중에 유난히 저를 따르고, 다른 급식소에도 들러 안부인사를 할 정도로 부지런한 냥이였습니다. 작년에 유난히 비도 많이 오고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는 겨울도 씩씩하게 견뎌냈던 4남매인데다, 각자의 길을 가지 않고 네 마리가 똘똘 뭉쳐다니는 게 신기하고 대견할 정도로 고단한 길생활도 잘 지내주었습니다. 

그랬던 야옹이가 지난 6월 초, 일주일 가량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사고가 났거나 갑자기 병에 걸려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나머지 애들과 다른 냥이들에게 급식소에서 밥을 주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퇴근 후 밥자리를 챙기는 상황인지라 밤 9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 어둠 속에서 나뭇잎 밟는 소리가 다소 크게 들렸습니다. 밥 먹던 남매 냥이들도 피할 정도로 큰소리라,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해코지를 하러 왔나싶어 저도 무서워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어둠 속의 고양이 눈빛이 보였습니다. 4남매를 제외한, 손을 타지 않는 급식소 고양이들은 도망치기 마련인데, 제가 발견한 고양이는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혹시, 야옹이일지도 몰라 이름을 불렀더니... 갑자기 산비탈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다리가 꺾인 느낌으로 거의 바닥을 기어서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바위가 있는 비탈진 곳이라 고양이는 의지와 상관없이 바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핸드폰으로 비쳐보니 제가 울며 찾던 야옹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친 고양이를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라 두렵고 떨렸지만, 냥이 상태가 많이 심각한 것을 알게 되어 근처에 있던 담요와 플라스틱 상자로 야옹이를 잡았습니다. 야옹이는 도망가려 했으나 앞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많이 가지 못했고 결국 저에게 잡혔습니다. 

동네의 24시간 병원으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꽤 큰 부상을 당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상 수술비와 치료비를 들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큰 금액이었습니다. 엑스레이 상으로 한쪽 다리는 연골부위 뼈가 세세하게 으스러져 있는 상황이었으며, 다른 한쪽 다리도 부상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처음 간 병원은 규모가 크지 않아 바로 수술을 할 수 없는데다 길냥이 수술비용은 무조건 선납이라는 조건 등이 맞지 않아, 조금 더 규모있는 다른 병원을 추천받아 이동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전 질병유무 검사 및 야간 진료를 받은 후 수술 및 입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CT촬영 후 양쪽 다리의 수술 방향을 병원에서 확인해주시고, 세 차례의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최악의 경우 절단의 위험까지 있다고 하셨는데 다행히 그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고, 야옹이의 살려는 의지도 강해 낯선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잘 버텨주었습니다. 

야옹이의 입원 기간 동안 개인적인 사회생활을 접고 야옹이의 심신안정에 도움을 주고자, 퇴근길 면회를 통해 츄르 및 닭가슴살과 함께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저희 집 냥이보다 골골송을 많이 들려줄 만큼 야옹이가 기댈 수 있는 사이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퇴원은 하였지만 지금부터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라 입양홍보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저희 집에서 케어 및 회복에 집중하며 임보 예정입니다. 병원에 의하면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리는 상황이기도 하고, 보호기간 동안 다행히 다른 가족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면 둘째냥이로의 입양도 조심스레 맘속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길에서 긴장하며 살다가 안전한 공간에 왔다고 생각하는지, 편안하게 몸을 뻗기도 하고 뒹구르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집냥이들이 누리는 이 당연한 것들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도, 큰 사고가 나서야 이렇게 집으로 데리고 온 것도 그 모든 것들이 미안해졌습니다. 

집에서도 케이지 생활을 계속 해야 하고 집냥이 형의 하악질 공격도 받겠지만, 그래도 야옹이가 그동안 못누린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구조 이후 제 자신도 맘고생은 컸지만 점점 나아지는 야옹이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

향후 병원에서 가이드를 주신대로 10일 간격으로 병원 내진과 재활치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개인 구조자로서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어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동물들의 권리와 복지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드리며, 긍정적으로 검토하여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최근 소식]

너무도 빠른 조치와 지원에 큰 감사 드립니다. 야옹이는 분쇄골절 치고는 (어려서인지 모르겠으나) 뼈가 생각보다 잘 붙고 있다는 병원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다른 가족 멤버들과 집에서 데리고 있던 냥이 친구에겐 마음을 열어주진 않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해결되리라 하며, 지켜보고자 합니다.

참! 야옹이를 저희 집에서 키우는 것으로 가족들과 이야기가 잘 되어, 이 소식도 활동가님께 공유드리고 싶었습니다^^. 동물들을 보호해주고 지켜주는 카라의 활동들에 감사와 함께 응원하고 저도 액션을 취할 수 있을 지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정성껏 보살피던 야옹이가 크게 다친 상태로 발견되어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차마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수술하는 사진을 보니 야옹이가 정말 많이 다쳤고 큰 수술을 받았네요. 바쁜 일상을 쪼개어 야옹이의 병원생활도 살펴주시고, 퇴원 후 돌봄까지 해주신 구조자님의 정성 덕분에 야옹이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 같아요.

야옹이가 다친 건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이번 구조를 계기로 야옹이의 반려집사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야옹이도 점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람 가족들과 행복한 묘생을 살아갈 수 있을 거에요. 아픈 기억은 훌훌 털어버리고 야옹이와 구조자님이 한가족으로 살아갈 앞으로의 시간, 행복히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댓글이 없습니다.